진보적인 사운드와 실험정신으로 뭉친
2007-09-15
한 미래주의에 관한 이탈리아의 책에서 영감을 얻은 그룹명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소음집단’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소음집단’이 아니라 소음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룹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트레버 혼(Trevor Horn), 홍일점인 앤 더들리(Anne Dudley), 폴 몰리(Paul Morley), 개리 란간(Gary Langan)이 주축이 된 4인조 밴드는 보컬이나 멜로디를 위주로 연주하는 그룹들과 달리 연주만을 위주로 하는 테크노 팝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은 그들의 베스트 음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China 레이블에서 발표한 곡들만 수록되어 있고, ZTT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들의 곡의 수록되어 있지 않아, 사실 그들의 진면목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나 한다.
무엇보다 전영혁의 음악세계 오프닝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어 잘 알려진 Moment In Love가 실리지 않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 밤의 정적으로 가로지르며 울리던 그 때 그 음악이 ZTT레이블에서 발매되었던 음반에 수록되어 있어서 이 음반에는 빠져 있다.
1번째 트랙의 Opus 4에서는 사람의 육성과 신디사이저를 적절히 조합하여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그들 사운드의 특성이 잘 드러난 곡으로, 여성의 육성이 계속 반복되면서 나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2번째 트랙의 Yebo!에서는 Mahlathini and the Mahotella Queens이 참여하고 있는데, 아프리카적인 리듬에 강한 기타 사운드와 신디사이저가 결합하여 아주 색다르면서도 매력넘치는 곡으로 만들어 놓았다.
3번째 트랙의 Instruments Of Darkness는 잘들어 보면 어딘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사운드처럼 느껴지는데, 이들의 곡을 프로디지가 리믹스하여 들려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댄스 플로어를 강하게 달구는 테크노 비트의 향연이 펼쳐진다.
4번째 트랙의 Robinson Crusoe는 다른 곡들과 달리 현악 파트와 관악기가 사용되어 전체적으로 애조띤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테크노적인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음악이나 프렌치 무드 팝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곡이다. 국내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5번째 트랙의 Peter Gunn은 1950년대 미국의 TV드라마에 삽입되었던 헨리 맨시니의 곡으로, 듀안 에디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필름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듀안의 기타가 들려주는 특유의 사운드를 그대로 잡아내면서, 테크노 비트를 가미하여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6째 트랙의 Paranoimia는 인기 TV시리즈의 주인공인 Max Headroom(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인물이라고 함)의 목소리를 샘플링하여 만든 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7번째 트랙의 Legacy는 1980년대의 신스 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으로, 타악기 리듬을 많이 사용하여 비트 강한 음악을 들려 주고 있다.
8번째 트랙의 Dragnet '88은 영화 ‘드라그넷’에 삽입되었던 곡으로, 사운드의 변화가 아주 심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로 강한 비트가 사람의 기분을 들떠게 만든다.
9번째 트랙의 Kiss는 원래 프린스의 곡인데, 톰 존스가 불러 주고 있어 아주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번뜩이는 재능이 엿보인느 대목이다. 원곡에서 쏟아져 나오는 금관악기의 향연을 기타와 피아노가 서로 받쳐주며 아주 재미난 곡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재즈적인 터치가 많이 뭍어 나온다.
마지막 트랙의 Something Always Happens는 이 앨범에서 가장 짧은 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금새 끝나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이처럼 이들의 음악은 록, 리듬 앤 블루스, 재즈, 힙합, 팝, 틀래식, 월드 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뒤섞어 자신들만의 고유한 사운드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그들 사운드의 특성으로 인하여 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준 밴드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이 그들의 음악을 자신들의 음악에 차용하는 등으로 그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도저히 당시의 사운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 들어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곡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으나, 아트 오브 노이즈의 진보적인 사운드와 실험정신을 느끼기에 충분한 음반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