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큰롤의 정통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앨범
2008-06-20
필자가 비틀즈 음반들 리뷰에서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지만 전 세계 대다수
음악팬들이 오도되고 있는 것은 비틀즈가 록음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한 것입니다.
만일 록밴드의 정체성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비틀즈로는 절대로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틀즈 자신이 록밴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린 적도 없고, 객관적으로 제 3 자가 평가하기에도
그들이 구체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 미국대중음악과 무수히도 많은 교배를 시도하여 결과적으로 잡종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을 생산하였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음악적
실험이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과대평가하곤 하는데, 실험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부터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롤링스톤즈는 동시대 브리티쉬 록밴드로서 제 1 세대 록큰롤러인
척베리, 리틀리쳐드의 음악적 스타일을 완벽한 수준으로 백인시각으로 재현
하였습니다. 비틀즈가 미국시장 공략을 앞두고 엘비스에 진한 러브콜을
전달함으로써 순수 록큰롤 팬들에 대한 음악적 변절을 시도한 것과 아주 좋은
대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흑인 록큰롤러(알앤비 아티스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중에 아더알렉산더라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플리즈플리즈미 앨범 수록곡인 안나, 엘비스프레슬리의
버닝러브, 롤링스톤즈의 유베러무브온 등 록큰롤 시대의 대표적 아이콘들에
의하여 추앙된 그의 존재는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일찌기 존레논 조차도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아더알렉산더라고 공공연히 표명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틀즈의 커버곡이 더 훌륭하다''라는 식의 근시안적 평가를 한다면
자신의 음악적 무지함을 드러낸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틀즈가 기존 미국음악을 적극 수용하고 당시 민감했던 정치적 사안인 월남전이나
플라워무브먼트 등에 눈길 한 번 주지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철저하게 미국화했던
것과는 달리, 롤링스톤즈는 정통 알앤비, 소울, 모타운 스타일에 오히려 가까운
록큰롤의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치 그 옛날 페이올라 스캔들로 인하여 실각당했던 알란프리드를
딕클락이란 처세에 능했던 디제이가 대신했던 것처럼, 비틀즈는 주류 록밴드로
롤링스톤즈는 만년 2인자인 비주류로 평가절하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배경을
안고 있습니다.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는 혹자는 이 앨범을 고작 비틀즈의 페퍼상사
아류작으로 잘못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류작이라기 보다는 Answer Album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습니다. 마치 레이피터슨의 Tell Laura I Love Her에 대하여
스키터데이비스가 Tell Tommy Miss Him을 부른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이 앨범을 주의깊게 들어보면 음악적으로 거시적 세계와 미시적 세계를 구분하는
그 경계를 구현하려 했던 흔적이 엿보입니다. 환언하면, 비틀즈의 페퍼상사 앨범이
LSD 남용으로 집단최면 효과를 의도했던 반면, 롤링스톤즈의 이 앨범은 영(靈)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했던 음악적 플롯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만일 정치적인 색채에 비유하자면 비틀즈는 ''80년대 신군부에 의하여 급조된
관제야당에 가까왔고, 롤링스톤즈는 골수야당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