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 바흐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바로크락 인스트루멘틀 VICTOR SMOLSKI의 [Majesty & Passion]
J.S.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면 L.V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신약성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J.S.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집’ 역시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바이블로 기능한다. 바흐의 이 두 작품은 건반주자나 현악주자가 익혀야 할 모든 기술이 망라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까지 요하는 대작이다.
바흐는 일렉트릭 락 기타리스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는 레인보우(Rainbow)를 이끌며 공연 시작과 함께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의 1번을 연주하길 좋아했다. 폴 길버트(Paul Gilbert)나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토니 매켈파인(Tony MacAlpine) 등과 같은 테크니션들의 ‘줄 건너뛰기’ 속주 프레이즈는 바흐와 파가니니로부터 얻은 유산이다. 울리 로쓰(Uli J. Roth)나 프랭크 갬발리(Frank Gambale)의 스윕 아르페지오 타입은 또 어떤가.
폴 길버트의 레슨 비디오 1편의 후반부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는 장명이 나온다. 그가 이 작품을 레슨 비디오에서 연주한 것은 피킹의 정교함과 핑거링의 부드럽고 다양한 각도 습득을 위함이다.
알렉스 마시(Alex Masi)는 클래식의 3대 천재인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들을 기타로 연주한 솔로앨범 시리즈를 공개하기도 했다.
바흐에 대한 존경을 표한 락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는 이외에도 많다.
이번엔 빅토르 스몰스키가 나섰다.
그는 바흐의 작품들 가운데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과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을 중심으로 솔로앨범을 꾸몄다. 그리고 보너스트랙으로 EP [Destiny]에 수록된 곡들을 삽입했다.
스몰스키는 평소에도 클래식을 즐겨 듣는 매니아이기도 하다. 헤비메틀 그룹 레이지(Rage)와의 연주 시절에도 그는 바로크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을 들으며 음악적 아이템을 찾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잘 나타나기도 했다.
클래식과 락을 혼합하려는 그의 줄기찬 욕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져만 갔다. 지난 8월에 있은 부산 국제락 페스티벌에서도 그는 클래시컬 어프로치에 기반한 강렬한 메틀 속주를 들려준 바 있다.
아밍 등에 의한 효과가 다양하게 얹혀지는 ‘Courante’에 이어 등장하는 ‘Gavotte’는 초반엔 바로크 타입으로 가다가 락 스타일로 연주가 변한다. 클래식에 기반한 플레이어들이 즐겨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랄 수 있다. 딜레이 타임을 이용한 엔딩 처리도 상큼하다.
블루노트 필링이 짙은 프레이즈로 시작되는 ‘Forlane’은 하모닉스가 곡의 주요 액센트를 준다. 왼손의 뮤트에 의한 하모닉스와 오른손 피킹에 의한 피킹 하모닉스 등을 고루 사용해 가며 지성과 열정, 우아한 품격과 공격적인 락의 정서 모두를 연출하고 있다. 재즈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듯한 베이스도 특색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잉베이 맘스틴도 즐겨 연주하던 ‘Chapter 3(Suite 2)’에 이어 저 유명한 ‘Bourree’가 흐른다. 이 작품은 제쓰로 툴(Jethro Tull)에서 예스(Yes), 제네시스(Genesis), 잉베이 맘스틴은 물론 대중적인 팝 음악인들까지 연주한 명곡 중의 명곡이다. 스몰스키는 일렉트릭 기타로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연주를 펼친다. 그는 강렬한 피킹 하모닉스와 강력한 오른손 피킹을 통해 이 곡을 연주한 그 어떤 음악인보다 열정적인 프레이즈를 선사하고 있다.
이외에 볼륨 주법과 바로크 + 락 + 블루노트 펜타토닉 등이 합쳐진 ‘Menuet Suite 4’, 스몰스키의 재즈 풍의 연주를 접할 수 있는 ‘Sarabande’, 태핑과 태핑 슬라이드 등 주로 태핑 프레이즈가 큰 역할을 하는 ‘Chapter 3’ 등 현란한 개인기를 접할 수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Rocker Rider’에선 스티브 바이 스타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고, ‘Day Without Your Love’는 조 새트리아니의 ‘Rubina’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와 진행 방식이 특징적이다. 슬로 템포의 서정적인 인스트루멘틀이라 국내 정서에도 부합된다. ‘Destiny’는 배킹과 솔로 전개방식에 있어서 조 새트리아니의 영향이 엿보인다.
빅토르 스몰스키의 연주에선 오른손과 왼손의 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정열 모두를 느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음들이 건축학적으로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배열된 바흐의 작품이 스몰스키의 손에서는 이처럼 파워와 불같은 열정으로 또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듯이 여기 바흐에 대한 스몰스키의 또다른 시각은 음악팬들에게 듣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