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시노다의 랩의 뿌리는 지금까지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과 섞여 있다. 그렇기에 ‘뭔가 크고 강한 것 VS 작고 가냘픈 것’, 이 두 가지 상반되는 것들 사이의 다이나믹함을 반영하기 위한 밴드 명을 내건 포트 마이너는 마이크 시노다의 세련된 서정성과 음악적 노련함과 맞물린 정말로 독특하고 순수한 힙합 앨범이다. 그는 테마, 스타일 그리고 분위기의 다양성으로 링킨 파크 팬들과 순수 힙합 팬들이 정말 단번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창조하였다. 올드스쿨 계보에 부합하고 있듯이 마이크 시노다는 다시 힙합의 원류로 돌아가자는 노선을 추구하며, 요즘 흔하게 쓰이는 신서사이저의 소리를 컴퓨터로 만드는 샘플링 같은 것보다는 대체로 실제 연주를 이용하고 자연적인 악기의 소리를 부각시키며, 힙합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폭력, 마약, 여성비하 같은 가사보다는 자의식이 있는 메시지 성을 강조하길 원한다. 그의 그런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 [The Rising Tied]이다.
발표 이후 많은 기대를 모았으며 스눕 독(Snoop Dogg), 아이스 큐브(Ice Cube 등이 참여한다는 루머를 낳기도 했던, 이 앨범은 제이-지의 프로듀스 하에 커먼(Common)과 루츠(The Roots)를 비롯한 언더와 오버를 아우르는 최고의 역량으로 평가받는 뮤지션의 대거 영입으로 포트 마이너가 프로젝트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발매전 대대적으로 스트리트 팀에게 음원을 공개하고, 뮤직비디오를 올리고, 유럽을 순회하고 있는 마이크 시노다는 아주 즐거워 보인다. 그의 재능에 합당한 팬들의 피드백 역시 힘을 더해 주는데, 앞서 언급한 바대로 가장 현 주류에 부합하는 최고의 작품이다. 여기에 이 앨범의 참여 아티스트들은 정말 화려하다. 스타일 오브 비욘드(Styles Of Beyond), 홀리 브룩(Holly Brook), 요나 마트랑가(Jonah Matranga), 커먼(Common), 존 레전드(John Legend), 케나(Kenna), 그리고 루츠의 블랙 소트(Black Thought), 켈프 타이틀드(Celph Titled) 등이 있다.
이 참여 아티스트들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스타일 오브 비욘드는 MC 류(Ryu)와 탁(Tak)으로 구성된 LA 기반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으로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rmy)의 추종자들이 만들어 성장시킨 실력파 크루 The Demigodz의 간판 랩퍼들이다. 그들은 1995년 결성된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차트 바깥의 독보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오버그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손짓을 받는 언더 랩퍼들이기도 하다. 홀리 브룩은 이미 15세에 자신의 첫 밴드를 결성했던 실력파 백인 싱어송라이터로 링킨 파크의 레이블인 머신 샵으로 보낸 데모만으로 브래드 델슨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아 곧 정규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요나 마트랑가는 데프톤즈(Deftones)의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하드코어 인디레이블 제이드 트리(Jade Tree)에서 2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그래티튜드(Gratitude)라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고 앨범을 준비중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뮤지션인 시카고 출신의 커먼은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서 카니에 웨스트의 추앙을 받으며 그의 프로듀싱과 피처링하에 발매한 2005년 앨범 [BE]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재즈 랩의 유연한 싱코페이션과 기교적인 라임이 특징으로 [Late Registration] 앨범에서 ‘My Way Home’을 피처링하기도 했다. 존 레전드는 네오 소울의 새로운 전설로 불리우는 R&B 싱어이자 피아니스트인 디’안젤로(D’Angelo)를 능가한다는 성급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며 이미 알리샤 키스, 제이-지, 자넷 젝슨의 앨범에 참여해 발군의 가창력을 선보였다. 케나는 에티오피아 태생으로 다프트 펑크(Daft Punk) 풍의 뉴웨이브/신스팝에 힙합을 절묘하게 믹스해 독특한 음악을 창출하는 얼터-훵크 뮤지션이다. 이밖에 블랙 소트는 필라델피아 밴드 더 루츠의 랩퍼이자 락밴드 구성의 연주 중심으로 현재까지 얼터너티브, 재즈 랩을 선보이며 왕성히 활동 중이고, 켈프 타이틀드는 스타일 오브 비욘드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The Demigodz의 랩퍼로 뉴욕 출신이다.
이런 막강한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마이크 시노다는 음악적 모험에 대한 감각을, 자신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과 더불어 구현했다. 앨범의 3분의 1 이상 참여한 스타일 오브 비욘드의 강력한 서포트를 지원군(이들의 음반 역시 내년 머신샵 레이블에서 발매 예정)으로 공격적인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그의 멜로디라인으로 유려하게 수용해 돋보이는 라임과 비트로 풀었다.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사운드가 이 앨범에 담겨있다. 그것은 반복하여 이해시키는 면이 아닌, 모험적이고자 하는 열망이다. 힙합에 있어 청자들이 이따금씩 접하게 되는 모험적인 감각이 곧 그것이다. 이것은 힙합 초보자들조차 끌어들이면서 초 메이저 음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마이크 시노다의 비범한 재능이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연주력이 토대가 된 올드스쿨 힙합방식의 앨범이기에 가능한 성공인 셈이다.
알다시피 [The Rising Tied] 앨범의 프로듀서는 링킨 파크와 2004년 [Collision Course] 앨범을 함께 작업했던 제이-지이다. 그러나 그는 마이크 시노다의 음악적 조언자로서만 남았을 뿐이다. 프로듀싱과 믹싱, 거기에 모든 트랙을 만들고,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를 했던 사람은 마이크 시노다이다. 그가 모두 직접 맡았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르게 생각하면 일관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제이의 의견이 필요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는 앨범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이에게 총책임자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나의 생각과 곡들을 그에게 보냈고, 그는 어떤 곡이 필요할지, 어떤 곡을 사용할지, 어떤 곡을 고쳐야할지를 말해주었다. 요즘의 힙합은 대부분 키보드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나는 그 부분을 줄이고 싶었다.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스스로 전부 연주했다. 키보드 연주가 들어가 있지만 나는 일부러 퍼커션을 사서 그걸 직접 두드렸다.”라고 마이크는 말한다.
링킨 파크에서 가장 기초적인 파편을 남겨놓은 반면에, 힙합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MC 시노다로서 그의 젊음에 울려 퍼진 창작의 욕구는 힙합에 뿌리를 둔 진보된 음악으로 녹음되었다. 여러 게스트들조차 시노다의 솔로 앨범 작업에 참여 했을 때, 그들 또한 근본에 기초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만의 샘플들을 만들고 라이브 연주들과 브레이크비트들도 만들었으며 키보드의 연속배열은 기피하였다.
[The Rising Tied]의 수록곡들을 살펴보자면, 팬들이 정말 단번에 만족할만한 비장한 선율의 ‘Remember The Name’은 다분히 링킨 파크 스타일의 곡으로서 마이크 시노다와 스타일 오브 비욘드는 기본적으로 같은 템포와 라임 등의 랩핑을 선보인다. 10% 행운, 20%의 기술, 50%의 집중력으로 5%의 즐거움과 50%의 고통, 그리고 100% 이름을 기억할 만한 곡을 만들어내었다.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인습타파를 그린 영화 ‘Short Cuts’에서 영향을 받은 ‘Right Now’는 피아노의 연주반복이 인상적인 곡으로 중간부터 등장하는 블랙 소트가 그의 그룹 루츠에서 많이 사용하는 페이드-아웃(Fade-out) 기법을 이용하였다. 이 곡은 링킨파크의 ‘In The End’와 일맥상통하는 기사로 표현되었다. 비아냥거리는 풍자를 통해 무책임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Petrified’는 싸이프러스 힐의 DJ 맥스(Muggs)가 생각나게 하는 약간의 올드스쿨 힙합풍의 비트가 두드러진 곡으로 제목과는 다르게 마이크 시노다는 건조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힘을 주고 있는 듯하며 이 앨범 중 가장 강한 비트의 곡이다. ‘Feel Like Home’은 퍼커션이나 드럼이 아닌 신디를 이용해 리듬파트를 구성한 곡으로 전체적으로 평이한 느낌이다. 발라드 풍의 ‘Where’d You Go’는 미 동부의 언더 씬에서 잔뼈가 굵은 백인 여성 보컬 홀리 브룩의 정감어린 노래와 피아노반주가 돋보이는 곡으로 [The Volunteers] (2004)의 ‘Over It’에서 매력을 보여준 요나 마트랑가의 핏(Feat)이 매력 있다.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이 곡은 특히 마이크 시노다의 아내가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In Stereo’는 흔들림과 굴곡이 큰 신서사이저의 역할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 곡이며, 마이크 시노다가 홀로 작업한 ‘Cigarettes’은 갱스터에 가까운 격한 가사를 담고있는 곡으로 역시나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릭 드럼에 기본적인 리듬을 두고 깔끔한 소품을 만들어냈다. 시카고 출신으로 앨범 참여 멤버 중 가장 거물인 커먼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Back Home’은 소울풀한 보컬과 펑키한 베이스 라인과 모노드럼이 그가 함께 작업한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곡은 최근 커먼의 [Be] 앨범처럼 카니에 웨스트가 프로듀싱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되며, 사실상 마이크 시노다가 묻힌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의 참여가 적은 편이다. 간단한 인터루트와 간단한 랩핑의 ‘Get Me Gone’은 독특한 풍자가 담겨있으며, 경영학도 라면 누구나 알 BCG출신인 특이한 경력의 존 레전드가 참여한 ‘High Road’는 다분히 피아노 반주를 즐기는 두 보컬과 랩퍼의 느낌이 진한 색다른 곡이다. 덧붙여 11번 트랙 ‘Get Me Gone’과 12번 트랙 ‘High Road’는 가사내용이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자신을 재능과 성공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를 가볍게 비틀며 경쾌하게 표현했다. ‘Red To Black’은 요나 마트랑가의 보컬과 코러스로도 힙을 풍기는 곡으로 스타일 오브 비욘드의 랩핑도 대단하며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 최고의 랩핑을 보였다고 느껴진다. ‘Battle’은 라이브 무대의 30초간 스킷이고, 조셉 한이 참여한 ‘Slip Out The Back’은 팬들에게 가장 친근한 링킨 파크 분위기의 곡으로 조셉 한은 스크래칭보다 전체적인 신디의 조율을 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랩에 맞물려 체스터의 노래가 이어질 듯하다.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곡은 ‘Believe Me’와 ‘Kenji’이다. ‘Believe Me’는 앨범의 첫 싱글로서 보보(Bobo)의 보컬과 두 랩퍼의 곡이 순차적으로 나열되고 덧붙여 나가면서 마이크 시노다가 말한 대로 퍼블릭 에너미의 중반시절 느낌을 들게 한다. 이 곡은 연주적으로 강한 브레이크비트와 라틴 퍼커션, 마이크 시노다의 클래식 락에 대한 사랑을 반영하는 첼로 베이스 라인 위로 부식해 가는 인간관계를 노래한다. 그리고 스타일 오브 비욘드의 랩핑이 돋보이며 중간부터 말미까지의 퍼커션의 리듬이 너무 근사하고, 멜로디가 유려해 차트에서의 순항이 기대된다. 켄지라는 평범한 일본계 미국인을 가사 속에 등장시켜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미국이 일본 시민들을 억류한 실화를 다룬 ‘Kenji’는 1940년대 미국에 억류되었던 시노다 고모와 아버지의 목소리를 담아 부당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테마상으로 앨범에서 가장 완벽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리뷰에서 설명한 바대로 [The Rising Tied] 앨범은 마이크 시노다의 힙합 크루와의 작업이며 링킨 파크 멤버로는 조셉 한 만이 한 곡을 담당하고 있다. 기타리스트 브래드 델슨은 A&R 만을 맡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럼에도 가장 힙합의 원류에 충실한 이 앨범은 힙합의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링킨 파크의 감성을 그대로 접목시킨 다시 한번 재창조된 힙합판 [Hybrid Theory]라 칭해질 만 하다. 그리고 강력한 메틀사운드 속에서 랩핑을 하는 마이크 시노다가 사실은 락계를 뒤집어엎었던 링킨 파크의 실질적 지주였음을 새삼 확인케 하는 수작 앨범이다. 마이크 시노다는 자신들이 창조적인 상승세에 있다고 느꼈고, 바로 지금 그것을 해내길 원했다.
글 / 권범준 (2005.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