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자극이며 여전히 유쾌한 작품. 틀림없는 U2의 전유물인 POP
2008-06-08
1997년, U2의 신작 POP이 공개되자 많은 팬들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당시의 주류이기도 했던 테크노를, 다른 밴드도 아닌 U2가 시도했다는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여기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전진했던 U2 특유의 Pride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욱이 첫 싱글로 공개된 DISCOTHEQUE은 충격의 강도가 높이는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다. 의도된 유치함을 설정한 듯한 비디오 클립을 통해 LET GO LET''S GO DISCOTHEQUE을 반복하고 BOOM CHA를 외치는 모습을 가볍게 즐겨야 할지, 밴드의 몰락으로 정의 내려야 할지도 난감했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로 데뷔하며 가볍게 안착했지만, 그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다소 이른 결론이긴 하지만 앨범 POP은 팬들의 고른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플래티넘을 기록하긴 했지만, 판매고 또한 과거에 비해 못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당시에는 PRODIGY와 CHEMICAL BROTHERS등 테크노 뮤지션들이 음반 시장을 강타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 음악들을 접했지만, 오히려 U2의 새로운 사운드에 더 심취되었다. 그 당시 U2의 앨범 POP은 쉴 새 없이 나의 귀와 정서를 자극했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감성을 지배했다. 엄밀히 따져본다면 U2와 테크노, 일렉트로닉은 1990년대의 시작을 알린 앨범 ACTUNG BABY부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앨범 ZOOROPA를 통해 조금 더 무르익었고 4년의 공백을 거쳐 탄생된 앨범이 바로 POP이다.
타이틀과는 무관하게 이 앨범은 테크노 앨범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 장르는 좀 더 가볍고 대중적으로 구체화되었을 뿐, 전체적인 앨범을 살펴보면 POP이란 호칭이 더욱 적절함을 확인할 수 있다.
POP은 비록 첫 싱글 DISCOTHEQUE에 치를 떨었던 팬일지라도 크게 배신감을 느낄 앨범은 아니다. 테크노와 특유의 오리지널리티가 공존하며, 단지 몇 곡이 조금은 노골적인 테크노 팝을 선사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전체적으로는 테크노의 격렬함보다는 조금은 느슨한 U2식 무드가 즐비 한다.
첫 싱글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감성적인,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팝의 결합을 지향한 DO YOU FEEL LOVE, 테크노의 격렬함을 가장 멋지게 살린 MOFO의 현란한 비트와 어지러움을 틈타 빌어먹을 로큰롤, 거짓과 속임수의 로큰롤을 외친다. 이렇게 초반부의 세 곡은 변화된 사운드의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다. 역으로 이 세 곡만 익숙해진다면, 이어지는 곡들은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두 번째 싱글로 커트 된 STARING AT THE SUN은 살짝 뒤틀린 듯한 느낌의 도입부가 인상적이며 어쿠스틱과 트립합적인 느낌이 결합되었다. 보노 특유의 창법과 엣지의 솔로가 팬들의 귀를 한번에 사로잡는다. 내지르는 후렴구와 리프에서 얼터너티브의 느낌이 전달되는 LAST NIGHT ON EARTH, 드럼 머신과 보노의 보컬이 주도되어 일정한 템포와 톤을 유지하는 MIAMI는 실험적인 곡이다.
감성적인 일렉트로닉을 선사하는 GONE, 모던한 사운드에 특유의 호소력이 충분히 감지되는 PLEASE 또한 인상적이다.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아름다운 발라드 IF GOD WILL SEND HIS ANGELS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약간은 절제된 보노의 음성을 들으며 U2의 재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THE PLAYBOY MANSION이다. 전작 ZOOROPA의 히트 곡 STAY와 약간은 유사한 느낌이 있지만, 보다 위트 넘치고 세련된 곡이다. 노랫말 중 "만일 코카인이 하나의 신비이고 마이클 잭슨이 역사라면, 만일 아름다움이 진실이고 청춘의 샘을 수술한다면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저택의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선물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은 매우 쿨하고 경쾌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유행을 주도하듯 리드하는 느낌, 세련된 감각, 부드럽게 녹이는 듯한 선율을 거부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수 있으나, 나는 SUNDAY BLOODY SUNDAY, PRIDE, WITH OR WITHOUT YOU가 있던 과거의 스타일만을 동경하지는 않기에 가능한 결과일수도 있다.
낮은 음성으로 읊조리는 IF YOU WEAR THAT VELVET DRESS는 어둠이 자욱한 영상을 연상케 하며, 블루지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마치 초현실적인 주제의 영화음악을 듣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엔딩으로 자리잡은 WAKE UP DEAD MAN은 라이브의 느낌과 본연의 ROCK 사운드에 근접한 곡이다. 이는 앨범 POP을 기준으로, 비교적 과거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약 1시간 동안 들려주는 U2의 POP이 실험과 도약인지, 외도와 도발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는 것 또한 흥미로울 듯 하다.
당시에 쏟아진 ‘예전의 U2가 그립다’는 식의 탄식을 의식해서일까... 다음 작품인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는 과거의 스타일로 회귀한 듯한 느낌으로 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그에 따라 앨범 POP은 더욱 빨리 잊혀진 앨범이 된 듯 하지만, 틀림없는 U2의 전유물이다. 지금도 나에게 POP은 신선한 자극이며 유쾌한 앨범이다. 따지고 보니, U2의 앨범이 나를 실망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에겐 과거와 현재의 격차를 크게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몇 안되는 밴드이기도 하다.
written by 윤 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