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Night At The Opera 발매 30주년 기념반
2007-08-16
- A Night At The Opera 발매 30주년 기념반
고유 넘버가 찍힌 2,000 세트 특별 한정반으로 발매된 Queen의 걸작. 모든 트랙의 영상과 브라이언 메이에 의해 24 비트 스테레오와 DTS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로 재창조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리마스터링 된 음원으로 제작한 CD와 희귀한 사진을 포함한 새 부클릿과 해설지에 4단 디지팩, PVC 스페셜 커버까지 들어간 컬렉터스 아이템이다.
여담을 먼저 늘어놓자면, 앨범 A Night At The Opera는 벌써 여섯 번째 구입이다. 중학교 시절 구입했던 테이프를 시작으로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발매한 (Death On Two Legs와 Bohemian Rhapsody가 금지곡으로 묶인) 절름발이 LP, EMI에서 재발매한 더블 재킷의 LP, 별 특징이 없었던 국내반 CD를 거쳐 Hollywood 레코드에서 발매한 (I'm In Love With My Car와 You're My Best Friend의 리믹스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포함한) CD까지. A Night At The Opera 앨범의 업그레이드는 계속 진행되었다. 특정 앨범에 대한 과도한 애착? 전형적인 컬렉터의 기질? 애석하지만 그런 기질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본 앨범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누구나 1-2장은 소장하고 있을 퀸의 베스트 앨범을 제외하고, 정규 앨범 하나 고를 입장이 될 때 A Night At The Opera는 진가를 발휘한다. Bohemian Rhapsody와 Love Of My Life라는 (국내 기준의) 양대 명곡이 버티고 있는데다, 퀸을 잘 모르는 평론가들도 손쉽게 명반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의 타당성도 갖추고 있다. 불행하게도 대중의 호의와 별개로 퀸의 작품들 중 평론가들의 만장일치 극찬을 받아낸 작품은 드문편이기도 하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외한다해도 퀸의 사운드를 이해하기 위한 무난한 선택 사항으로 A Night At The Opera는 다른 앨범보다 우위를 점한다.
지금도 꾸준히 리퀘스트 되는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등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둔감해질 무렵,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터스 에디션이 출시되었다. 적절한 이유와 주기를 붙여 고전 앨범들이 재발매되는 현상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편집 앨범으로는 Elvis Presley와 Scorpions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엔 공인된 명반을 재 이슈하여 판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수의 선택을 받은 인지도의 측면과 평론가들의 찬사까지 받은 앨범이라면, 더 없이 좋은 소재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암울한 음반 시장의 현실의 압박이 있다.
소장의 의미가 소비로 기울이고 있는 요즘, 그래도 소장의 본질적 가치를 일깨우기 위한 방편으로 검증되지 않은 작품을 이슈화 한들 먹혀들리 없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명반이 아직도 없어?' 와 같은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방법과 '그래도 이런 앨범 하나는 소장해야지' 라는 꼬드김의 전법이 손을 맞잡을 때, 어떤 앨범들이 재미를 볼 수 있는지는 다수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그런 사실에 입각해 볼 때 Queen의 A Night At The Opera 또한 좋은 소재임이 분명하다. 밴드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강하고, 많은 컬렉터를 보유한 Queen이지만 3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본 작품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까다로운 면이 있는 브라이언 메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다, 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시도들을 감행하고 있지 않는 현실을 볼 때, 안하느니만 못한 30주년 기념반 발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1장의 CD와 DVD로 구성된 기념반은 팬들로 하여금 강한 소장의 욕구를, 컬렉터로 하여금 강한 수집의 욕구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이미 DVD-AUDIO로 공개된 바 있으나, 모든 곡의 영상이 포함된 DVD와 뛰어난 부클릿을 수록하고 있는데 어떤 팬인들 소장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것은 오래된 컴퓨터를 교체 혹은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는 욕구와 흡사한 케이스다. 여기에 국내반은 2,000장 한정으로 매 앨범보다 고유 번호가 찍혀 있는데, 어떤 컬렉터가 단 한 장만 구입하고 말겠는가. 2-3장은 기본이고 5장 이상 구입한 열혈 컬렉터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한 가지 씁쓸한 점은, 현재 국내의 팝 음반 시장 형편으로는 제법 잘 나가는 뮤지션들도 1,000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곡만 제대로 뜨면 가뿐히 20만장은 넘길 수 있던 좋은 시절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오죽했으면 그 당시, 열악했던 국내 여건과 심의 문제로 공연이 어려웠던 (잘 나가던) 뮤지션들이 평균 4박 5일의 일정으로 프로모션차 내한을 했겠는가. (Radio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가요 톱 텐과 같은 음악 프로에서 립 싱크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Queen이라면 2,000장이라는 수량이 무리는 아니다. 다운로드가 아닌, 순수한 음반 판매의 기준으로 볼 때 해외 뮤지션 중 현재 Queen만큼 꾸준히, 그리고 기본은 해주는 뮤지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Bon Jovi, Kenny G, Mariah Carey, Eminem 등이 선방해 주고 있는 정도일 뿐.
이야기가 점점 중심과 멀어지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암울한 현실 이야기는 그만하고,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앨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보자. 우선 제대로 된 사운드를 즐겨 보겠다면 어느 정도의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다. PC에서 5.1 채널 스피커 정도 갖추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역시 오디오가 제맛이다. 휴대용 CDP로 앨범을 감상해도, 큰 차이점을 얻어내기는 힘들다. 최근 리마스터링 된 비틀즈의 음원처럼 급격히 상승된 음량의 차이가 아닌, 전체적인 풍성함을 더한 리마스터링 작업인 관계로, 퀸 고유의 사운드가 유지 / 발전 된다.
오프닝 트랙은 Death On Two Legs다.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오디오 코멘터리도 볼 수 있는 DVD를 통해 공개되는 영상은 이 곡의 공연 장면을 편집하고 있다. 희망적이면서, 보컬이 더욱 가미된 하모니를 강조하고 싶었고, 레드 제플린이 보여준 비상하고, 강력한 영향력도 결합하고 싶던 의지가 이 곡에서도 표현되고 있다. 정교한 코러스와 신랄한 곡조를 기본 바탕으로 곧게 뻗어가는 방향을 택했다. 강한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요란하지 않고, 오페라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맛볼 수 있다. 정교한 하모니와 정밀한 완성도의 사운드가 강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고전적인 사운드 효과를 입힌 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의 영상은 일본 투어을 했던 당시의 희귀한 사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Music Life 잡지를 보는 모습과 당구치는 모습 등 여유를 즐기는 장면들이 곡의 분위기와 잘 매치된다. 느릿한 고전 리듬 앤 블루스나 앙증맞은 재즈 곡으로 편곡해도 손색이 없을 짧은 곡이다. I'm In Love With My Car는 로저 테일러의 베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을 통해 직접 보컬을 맡은 공연 장면을 편집하여 보여주는데, 젊은 시절의 핸섬한 외모와 노래, 연주 장면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행과 패션 등 유독 세상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 특유의 화려한 면모와 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퀸의 앨범 내에서 유독 튀는 성향의 곡을 많이 창조해낸 그가 이 곡에서는 퀸 특유의 사운드와도 박자를 맞추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 앨범의 완벽성에 더 없이 좋은 양념이 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히트곡 You're My Best Friend의 영상은 오리지널 영상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 일렉트릭 피아노를 담당한 존 디콘의 감각이 발휘된 친숙한 멜로디, 은은한 화음에 소울풀한 느낌을 살짝 풍기는 곡이다. 컨트리 성향의 '39은 브라이언 메이의 차분한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찰랑거리는 탬버린과 존 디콘의 더블베이스가 앙증맞은 화음과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2005년의 투어와 1970년대의 투어 장면을 적절히 편집한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가끔 비치는 우주여행의 장면은 가사가 표현하고 있는 내용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인 듯. 초반부터 날카롭게 대쉬하는 Sweet Lady는 브라이언의 연주가 돋보이는 곡이다. 큰 인기를 끈 곡은 아니지만, 가끔 연주된 공연의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하드 락 적인 성향을 나타낸 전작 Sheer Heart Attack 앨범에 가장 근접한 곡이다. Seaside Rendezvous는 지나치게 들뜨지 않은, 기분 좋은 여름 휴가를 그려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곡이다. 해수욕장의 장면을 촬영한 흑백 영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희극적인 요소를 살린 곡이다. 화음이 온화하고 끈끈하게 넘어간다는 표현이 적용된, 오밀조밀한 구성을 갖춘 대중적인 곡이다.
The Prophet's Song은 8분이 넘는 대 곡이다. 퀸의 공연 장면들을 모은 흑백 사진들과 공연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녹음 및 연주에 대한 진보된 아이디어가 있던 브라이언의 정성과 노력이 반영된 곡이다. 정교한 화음과 프레디의 날카로운 음성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더니, 오버더빙을 통한 돌림노래 형식으로 아카펠라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소리의 마법으로 놀라움을 더하고, 다시 초반부의 헤비함을 재연하다 차분한 마무리와 함께 자연스레 Love Of My Life을 연결한다. 수 십 년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Best 10에 빠지지 않던 Love Of My Life은 적어도 국내에서 Bohemian Rhapsody의 인기를 능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연 장면이 편집된 아름다운 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 번만 들어도 눈물이 맺힐 슬픈 감성의 발라드다. 프레디의 섬세한 보컬과 피아노, 곡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브라이언의 하프와 감성적인 기타 연주에 잔잔한 화음을 입힌 명곡이다. 현재 국내에서 너무 많은 컴필레이션 앨범에 이 곡이 남발되어, 베스트 앨범에서도 빠져 가치를 더한 본 앨범의 고유성도 떨어뜨리긴 했지만, 퀸을 사랑하는 팬과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한 사랑을 받은 곡이다. 여기에 최초로 모든 가사를 완벽하게 외운 첫 팝송이 된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으니 개인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Good Company는 브라이언의 작품으로 그가 리드 보컬을 담당한다. 흑백 영상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재미있는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재즈에 조예가 있던 브라이언의 색깔이 가미된 곡이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쓸 수 없지만, 다양한 장르의 시도를 원했던 그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단순히 재즈 흉내를 내보기 위한 곡이 아니었던 관계로 녹음 과정이 제법 복잡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상하는 입장에서 이 곡은, Love Of My Life과 Bohemian Rhapsody를 연결해 주는 무난한 곡이란 느낌이 든다. 드디어 불멸의 명곡 Bohemian Rhapsody의 차례다. 오리지널 뮤직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고, 곡이 지닌 여러가지 의미와 기록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애절하고도 드라마틱한 표현력과 완벽한 구성, 정교한 화음, 엄청난 오버더빙의 시도, 발라드와 오페라, 하드 락의 장르적 구분을 여러 악장으로 구성한 변화무쌍함, 락 음악의 하나로 구분 짓기에 너무나도 다양한 시도에 모두가 극찬했다. 특히 중반부의 오페라 파트는 대단히 파격적인 시도로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재현이 불가능한 라이브에서 레코드를 틀어주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 곡은 장르의 벽을 넘고, 시간의 벽 또한 뛰어넘어 계속되는 이슈와 리메이크, 패러디를 창출하기에 이르렀으며 미국에서는 다시 차트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설문 조사를 통해 20세기 락 음악사의 가장 위대한 명곡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라는 식상한 표현을 쓰기에도 더 없이 적합한 곡이다. 앨범은 영국 국가를 연주한 God Save The Queen으로 웅장하게 막을 내린다. 'Party At The Palace' 에서 브라이언이 연주한 멋진 장면과 공연을 마치고 멤버들이 퇴장하는 모습을 담아낸 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영국 국가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국가 중 하나로 만드는데 기여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앨범 A Night At The Opera도 이것으로 끝이다.
30주년 기념 에디션이란 거창한 타이틀과 별개로, 재활용되는 아이템들은 마냥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퀸은, 도리어 본질적 의미를 훼손하는 어설픈 기념 앨범을 출시하지 않고, 이와 같은 충실한 내용물을 공개했다. 미디어의 변화에 발을 맞추고, 모든 면에서 월등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하며 앨범 발매 3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몇 주년 기념 타이틀이 아니라 하여도, 이와 같은 재 발매 러쉬를 내심 기대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본질의 충실함' 에 있다.
written by 뮤직랜드 회원 윤 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