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잘짜여진 재미난 이야기책같은 앨범.
2006-04-03
앨범이 발매되고 4일이 지난뒤 첫 리뷰를 쓰는 마음은
한없이 떨리고 설레인다. 하지만 앨범을 접하고 느낀 충격을
조금이나마 즉흥적으로 떠내기 위해 지금 리뷰를 몇자 적어본다.
1. Ladies And Gentlemen (Produced by DJ Silent)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4학년 4반 이루카 입니다-
저는 3학년 2반 코끼리 공장장 입니다-
DJ Silent의 솜사탕같은 비트가 울려퍼지면서 아이들의 앳된 목소리로
새 흐름의 서두를 고한다.
DJ Silent의 디제잉이 빛을 발하며 나의 귀를 열어 주고 감각을 깨운다.
2. 그날 밤, 셋이서, 그곳에 서서 (feat. Rhyme-A-)
Rhyme-A-의 비트박스에 맞춘 두개의 벌스-
즉석에서 프리스타일을 하는 분위기. '영민한 재주꾼들이 모인 소울컴퍼니'에서
나오는 이루펀트를 알리며 둘의 소개가 이어진다-
3. 공명(共鳴) (Produced by The Quiett)
둘의 예전 곡들의 몇몇 부분이 DJ Wegun의 손위에서 노닌다.
마음을 울리는 The Quiett의 비트위에 minos와 kebee의 과거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둘의 히스토리를 엮었다. "시작의 시작, 백조의 날개는 그대속에 있다네"
"이야기꾼 마이너스의 등장 " 부분을 들으면 무조건반사로 어깨가 들썩인다^^;.
4. Mr. 심드렁 (Produced by Paloalto)
힙플라디오에서 공개했을때부터 신나게 들었던 곡이다. "헤이, 미스터 심드렁~"
이 땅의 모든 권태로운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와 격려가 Paloalto의 비트위에
알콩달콩(?) 펼쳐진다.
젊은이들이여 어깨를 펴고 심드렁함에서 벗어나라! 라고 외치는것 같다 .
5. Ophilia, Please Show Me Your Smile
(feat. Paloalto, 샛별 of Power Flower) (Produced by The Quiett)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말을 해야좋아, 이 소녀를 위해서" ,
샛별의 보이스에 마음이 너무 쓰렸고,
"세상이란게 원래 다 이래?"부분에서 눈물이 주르르 나고 말았다.
세상의 소녀들에게는 따뜻한 위로한마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왔을때 그녀들에겐 무슨말도 해줄수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조용한 곡이라 Paloalto의 피쳐링이 더 빛날수 있었다고 느꼇다.
이 곡이 The Quiett 비트메이킹의 정점에 오른 곡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비트가
참 정성들여 다듬어져있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대사가 빠졌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야기로도, 주제로도, 분위기로도, 피쳐링과 보컬, 비트메이킹까지-
정말 조화로운 곡이다.
아니, 조화이전에 가슴으로 듣게 되는 곡이다.
6. 귀 빠진 날 : 생일 축하해 (Produced by The Quiett)
힙플라디오에서 공개됐을때부터 생일축하곡의 혁명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생일에 대한 추억과 작고 소박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것이 너무 따뜻하다.
2분 남짓의 짧은 곡이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한쪽을 훈훈하게 해주는 곡임에 틀림없다.
7. 당신이 점점 궁금해집니다 (Produced by Eluka)
Eluka(aka.kebee)의 비트메이킹 공개, 기대했던대로 경쾌함이 넘치는 곡이다.
돌고래가 멋드러진 재주를 보는 느낌이랄까?
다가설듯 말듯 머뭇머뭇거리는 ?의 목소리가 너무 재미있다 ^^
8. Pink Polaroid (feat. 있다) (Produced by Eluka)
어느 화창한 봄날, 따사로운 햇빛을 온몸가득 받는 느낌의 트랙이다.
두 사람의 예쁜 사랑이야기가 있다의 깜찍한^^목소리와 어우러져
톡톡튀는 상큼한 레몬맛 캔디와 같은 곡이 나왔다.
9. 꿈의 터널 (feat. 강태우) (Produced by 결정)
강태우의 보이스를 처음 들었지만 그 강렬함을 귀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이렇게 결정의 비트(전체적인 곡 분위기-특히 피아노)와 잘어울릴수가!
" 민호야, 넌 요즘에 어떻게 지내는데?" 를 듣고 또한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른말도 아니고 왜 이 대목에서 그랬는지는 곡을 직접 들어보는 사람만이 알것이다.
자상하고 다독여주는듯한 minos의 목소리에 속까지 녹아버렸달까?
, 분명히 이 부분은 친구가 말해주는 대목인데 왜 난 나에게 하는 말로 들렸을까..?
10. 원님비방전 (feat. IF, The Quiett)
"장단 있어야 될것 같소~"능청스러운 The Quiett의 '서커스'패러디에
일단 푸하하 웃고 들어갔다.
피쳐링, 비트, 내용, 가사(비판적 측면과 패러디적인 측면)를 비롯한 모든면에서
시도로 가득한 곡.
"쉬이~"와 같이 탈춤의 부분을 이용한 것이랄지,
"온갖잡새가 날아든다~"와 같은 민요적인 부분,
고전작품까지 탐독해서 썻다는 섬세한 사투리와 고어투의 가사못지않게
해학적인 부분을 고민한게 역력히 드러나는 내용까지,
(그 해학적인 부분은 직접 들으며 찾아보길 권한다. 미리 밝히면 재미가 떨어질터이니..^^;)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곡이다.
아웃트로부분의 minos만의 재미난 플로우도 꼭 놓치지 말길 바란다.
절로 웃음이 나는 패러디가 또 자리하고 있으니,.
11.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 졸업식
(feat. junggigo aka Cubic) (Produced by The Quiett)
hook-<이제 시작이자 마지막이야 너와 나만 남아♬
기억나지 않는 날도 오겠지 나만 잊지만마♬>
부분이 계속 귓가에 어른거린다.
"날개달린 코끼리 낙서~ " 두명의 이야기꾼의 따끈따끈한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처음에 나오는 어쿠스틱한 느낌의 비트 질감이 너무 좋다.
상황이 공감가는 minos의 가사도 그랬지만 묘사가 적절한 kebee의 가사도
참 와닿았다.
가사가 너무 예쁘다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 곡에 반드시 붙여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아 운것도, 텅빈 운동장을 돌아보며 다시 보기 힘들겠지
라고 생각한것도, 일년동안 함께한 책상 낙서를 계속계속 본것도,
다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얘기라서 더 감미로웠다. 라이브와는 정말 색다른 맛이었달까,
이루 말할수 없을만큼 달콤쌉싸름한 졸업식의 이야기.
12. Mr. 심드렁 (Remix) (Produced by Eluka)
난 결단코 지금까지 이렇게 까지 확 반전되는 리믹스를 들어본적이 없다.
앞서 들었던 Mr. 심드렁과는 정반대의 분위기.
앞에서는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의 허심탄회였다면,
리믹스버젼은 자신의 속내를 할듯말듯 털어놓는 고해성사와 같다.
아카펠라버젼에 덧씌운게 아니고 다시 녹음한게 하닐까 싶을정도로
다른 느낌을 주는 곡이다.
13. Pink Polaroid (게으른 봄 mix) (Produced by Eluka)
이건 정말 제대로 봄곡이다. (궁한표현이지만 진심이다 !)
마치 BPM이 느려진것 같은 느낌. 처음 들었을때 BPM을 바꾼게 아닐까 하고
잠시 고민했다.
나른한 아지랑이가 마구 피어오르는 느낌의 곡.
봄고양이가 나아옹 하면서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 떠오르는건 비단 나만의
착시현상일 뿐일까..?
※ 앨범 전체에 대한 이야기 (★★★★★)
처음엔 제작기간 6개월 남짓의 앨범이 어느정도의 구성력을 갖출까에 대해서
반신반의 했었다.
퀄리티라는것이 한곡 한곡이 아무리 좋아도 앨범이 한 앨범으로서의 짜여짐에 따라
평가절하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루펀트 베이커리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13트랙이 한코도 빠트리지 않고 구석구석 잘짜여진, 그런 직물과도 같은 구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전체의 이루펀트만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서 리스너의 귀를 계속 붙잡고 있게
하는건 바로 그런 힘이 아닐까 싶다.
"Ladies And Gentlemen"에서 발매레이블, 약간의 앨범소개가 들어가고
"그날 밤, 셋이서, 그곳에 서서"에서 개인소개를 하고
"공명(共鳴)"에서 각자의 과거를 보여주고,
"Mr. 심드렁"에서 술도 한잔하면서 현재 근황이나 답답했던 일들을 풀고
"Ophilia, Please Show Me Your Smile"에서 눈물짓는 친구를 다독이고,
"귀 빠진 날 : 생일 축하해"에서 기쁨을 함께하며,
(원래 minos의 생일날 발매예정이었다고한다.)
"당신이 점점 궁금해집니다"에서 리스너에게까지 소개를 요구하는 센스를 보이고.
"Pink Polaroid"에서 자신들의 러브스토리까지 공개한다.
"꿈의 터널"에서 서로의 현재와 과거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원님비방전"에서 300년동안 이어진 부패한 정치판도 한번 까대주고,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 졸업식"에서 앨범의 사실상 마지막을 의미하는
"졸업"을 말한다.
(리믹스는 마지막에 넣는 것일수밖에 없으므로 졸업식-이 사실상 마지막 곡이다.
여기서 졸업은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교차되는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다른음악도 그렇지만 이루펀트 베이커리는 Music max be high와 CD로 듣기가
특히 요구되는 앨범이다.
CD로 듣지 않고 MP3로 듣게 된다면 놓치는 부분이 꽤 많을것이다.
볼륨이 너무 낮아도 그렇다. 자칫 속삭이는 이야기로 귓등을 흘러갈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놓치기 싫다면 , 이루펀트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볼륨을 높이길 바란다.
(꽤나 막귀임을 자청하는 나조차도 그 것을 구분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앨범 전체를 꼭 순서대로 들었으면
한다는것이다. 한곡한곡따로 떨어진것보다 1번부터 13번 까지 순서대로 들어야
이 앨범의 참맛을 느낄수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책과도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이고, 내 친구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인것을 발견하게 된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것을 넘어 갈증을 채워주고 허기짐을 메워준 오아시스와도
같은 음악이다.
이 오아시스에서 이야기가 결코 마르지 않고 샘솟기를 바라는 한사람의 리스너로서
이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