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라이플을 재장전을 한 저격수.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하다.
2007-07-17
2004년 3집 발매 이후 스나이퍼가 공익 복무후에 약 3년만에 4집을 발매했다.
대한민국 군대가 뮤지션들을 포함한 예술인들에게는 감옥내지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어서 그런지,
그의 얼굴이나 스타일을 보면 거의 무슨 해병대 급이지만, 그는 결국 공익근무를 택했다.
물론 새로운 경험이라는 방면에서 보면 많은 공부가 될수도 있겠지만,
만약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그런 땅개 부대에서 2년간 구르고 난 뒤,
다시 그 감각을 익히려 든다면, (특히나 힙합에서의 능력에서는)
단순히 곡을 쓰고 가사를 적는 것을 넘어,
아예 뮤지션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크다.
힙합이라는 것이 젊은 음악이기 때문에 20대에서의 2년을 군대에서 날려버린다면
뮤지션으로서는 정말 큰 타격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이 대한민국에서의 뮤지션으로서는
다소 씁쓸하지만 자신의 예술을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1집부터 3집까지 그의 절정기라고 할 만큼
매 앨범마다 화제와 더불어 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던 그였기에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나름대로 3년간 휴식기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고 2005년, 2006년에는 배치기 1,2집의 거의 절반이상의 곡을 쓰며,
수준높은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며 녹슬지 않게 실력을 비축해왔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그의 4집을 기다려왔다.
역시나 skit 트랙은 제외하고 절반은 뛰어난 완성도로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발매된 4번째 정규앨범은 이전 앨범들보다 조금은 떨어진다.
전곡이 모두 엄청나게 좋지는 않다는 얘기다.
다시 세상을 향한 외침을 뿜기 위한 그의 몸풀기 정도라고 보면 될까?
그렇다고 완전히 수준이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듣기에는 평이한 느낌이다.
일단 우선적으로 주목할 점이라면 앨범에 피쳐링한 뮤지션의 범위가 넓어진 점인데,
이 전에는 거의 붓다베이비 패밀리에서 피쳐링이 돌고 돌았던 점을 보면
뮤지션들의 참여도는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뮤지션은 Outsider 인데,
이미 그는 언더에서 그의 속사포같은 랩핑때문에 많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최근 유재석이 진행하는 진실게임이라는 프로그램에,
물론 가짜로 랩 빨리하기 기네스 북에 오른 인물이라는 설정으로 출현해,
그의 속사포를 공중파 방송에서 공개했는데,
그의 스피드는 빨리 감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고
민간인은 아예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 정식으로 붓다베이비 패밀리쪽인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쪽으로 붙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가 참여한 두 트랙은 모두 필청 트랙이며
특히 'Run & Run' 은 타이틀곡을 이걸로 밀었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울 정도로 대단한 트랙이다.
단순히 랩핑이 빠르기만 곡이 아니라 가사에서의 메시지도 공감가는 부분이 꽤 크다.
'시장 그릇이 옥좌를 꿰차니 이 나라가 이 모양일세' 라는 가사는
최근 부동산 폭등을 비롯한 현실이 스쳐가며 한숨만 나온다.
무리를 해서라도 아웃사이더를 데리고 방송에 출현했다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봄이여 오라'가 반응이 시원찮다고 멋적게 웃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봄이여 오라' 가 안 좋은 곡은 아니다.
역시나 앨범에서 필청트랙이지만 예전곡들이랑 비슷해 조금 식상하다.
특히 최근 방송활동에서 보면 자기 오빠들을 응원하러 온 박순희들의 무덤덤한 반응과 함께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방송에서 보여 지는게 오히려 곡을 죽인다.
곡만 들으면 슬픈 듯한 맑은 파란 하늘아래
노란 유채꽃들이 서글프게 잔잔히 흩날리는 광경이 절로 떠오르는데 말이다.
봄에 발표했지만 왠지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이 강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앨범의 처음을 여는 'To Be' 와 '고려장' 은 킬링 트랙은 아니지만 꽤 녹슬지 않은 그의 감각을 느낄수 있다.
특히 '고려장' 은 그가 공익 생활에서의 주 업무가 노숙자들과 기초 생활 수급자들을 보호감찰했던 터라
그가 피부로 체험한 아픔이 곡과 가사에 그대로 녹아 있으니 한껏 감상해 보길 바란다.
스나이퍼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도 솔직히 울분으로 토해놓아서
듣는 나까지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Where Am I?' 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최고라고 꼽고 싶은 곡이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붓다베이비를 이끌어 가며
그가 얼마나 힘들게 더러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좋은 곡을 한탄에 섞여 나오는 욕설때문에 방송에서 부르지 못함이 한이다.
여담이지만 그는 그의 꿈이었던 고급 승용차를 마련했지만
논란 때문인지 유지할 능력이 안되었는지 결국 처분하고
그 돈으로 배치기 앨범을 제작했다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일화가 있다.
16번째 트랙인 'Better Than Yesterday' 는 붓다베이비의 패밀리 송 같은 느낌인데,
각자의 메시지를 그들의 랩핑스타일과 함께 잘 감상할 수 있는,
마치 뷔페 식당에서 탕수육과 초밥등 종류가 다양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골고루 채운 그런 느낌이다.
영화 록키의 테마 중 한 곡을 샘플링으로 해서 귀에도 친숙하며, 뮤직비디오도 찍었건만,
방송활동은 인원이 너무 많아 힘들지 싶다. 하지만 킬링 트랙이다.
가사를 보며 유심히 분석하지 않으면 알수없는 메시지도 몇가지 있는데
모 뮤지션의 최근 자신을 향한 디스에 대한 답장을 노래 몇 곡에 심어놓은 듯 하니
'모의 태' 나 '땅콩' , '안양 1번가' 의 가사를 유심히 보며 감상하길 빈다.
특히 '안양 1번가' 는 실제 자기가 겪은 경험담이지 싶은데
그 뮤지션인지 아니면 일반인인지 알 길이 없으니 좀 답답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을 보며 그러려니 하고 궁금증을 삭히는 수밖에...
이외에도 스토니 스컹크의 걸죽한 자메이칸 스타일의
랩핑이 돋보이는 '지도 밖으로의 행군' 과
클래지콰이의 섹시 캣우먼 '호란' 의 주술을 외는 듯한
속삭임이 인상적인 '문을 열어 문으로' 도 주목해 볼 트랙이다.
언급한 트랙 외에는 한번에 딱 꽂히는 곡들이 아니라서
듣고 그냥 흘러버릴 수도 있겠으나,
역시나 지금 공중파, 케이블 가요 프로그램에 곡들보다는
월등히 나은 퀄리티를 자랑하니,
몇 번 더 들어보면 스나이퍼 그 특유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4집의 방송활동 면에서는 홍보라는 측면에선
어느 정도 실패라 할 수 있다.
대중에게 4집의 대표곡이라고 인식될만한 적당한 곡이 없다는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몇 마디 욕설때문에 케이블에서도...
심지어 곡의 일부도 틀지 못하는게 국내 현실이니,
그냥 음반으로 듣는게 속편하다.
그렇다고 스나이퍼 팬들이 집단으로 모여 박순희처럼 플랜카드 들고
색맞춘 풍선 흔들며 옵하를 남발하는 것도 추한 일이니,
스나이퍼의 무대는 역시 소규모 힙합 클럽에서 여는 공연을 보는게 궁합이 잘 맞다.
이제는 곡도 많겠다, 내친 김에 전국 주요 도시로 공연좀 했음 좋겠지만,
물가가 배로 오르는 동안 뮤지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곱으로 뛰어 버린 공연 티켓값이 아쉽기만 할 따름이다.
P.S 개인적으로 추천 트랙에는 *표 하나, 필청 트랙에는 *표 두개로 표시했으니
이 곡들을 중심적으로 듣는다면 처음 이 앨범을 들어도 귀에 팍팍 꽂히리라 예상된다.
*01 To Be
*02 고려장
**03 Run & Run Feat. Outsider
**04 봄이여 오라 Feat. 유리
05 김치 한 조각 Feat. Mr. Room9, 성은 A.K.A. Ag
*06 문을 열어 문으로 Feat. 호란 Of Clazziquai
*07 지도 밖으로의 행군 Feat. Skul1 Of Stony Skunk, 뭉 Of 배치기
08 모의 태 Feat. 탁탁36 Of 배치기
09 우리 집
10 땅콩
*11 Smile Again Feat. 배치기
**12 Where Am I?
13 Sniper Sound
*14 Girls
15 안양1번가
**16 Better Than Yesterday
Feat. Mr. Room9, 배치기, Ktcob, Mc Bk, Outsider, P-Masta
17 떠나는 너와 남은나 Feat. Mc Bk
18 How Bad Do U Want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