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이정표
2010-07-12
사실, R.E.M의 신보 소식을 듣고서 바로 찾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빌 베리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길 위의 앨범, 96년작 [New Adventure in Hi-Fi] 이후 발표한 앨범들에 대해 그닥 좋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3인조로 재편한 후 처음 발표한 [Up](98)의 경우 아련한 감정으로 들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3장의 앨범은 내가 알던 R.E.M이 아니었다. 적어도 R.E.M은 ‘평점 3’짜리 애매한 앨범을 낼 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보 [Acceletate]는 주저하지 않고 들어도 좋다. 밴드에서 가장 팝 센스가 뛰어나고 유머러스했던 멤버를 떠나 보내고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전작들과 달리(그래서 워너사의 R.E.M과의 재계약은 음반업계에서 한 가장 멍청한 일의 13위로 꼽히며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Accelerate]는 확실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8주 만에 녹음을 완료한 R.E.M은 35여분의 러닝타임, 3분 팝송의 룰, 그리고 록킹한 밴드 사운드로 돌아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R.E.M의 활기찬 기운을 환영하는 찬사를 보내고, 다른 이들은 우회전한 그들의 방향전환을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이번 앨범이 21세기 들어 발표한 R.E.M의 앨범 중 가장 뛰어난 매력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한 훅을 가진 3분 남짓한 팝송, 사색하는 노래와 활기찬 록큰롤, 마이클 스타이프는 늘어난 주름 따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전한 바이브레이션으로 노래하고, 솔직한 발성으로 코러스를 부르는 마이크 밀스가 옆에서 거들고, 피터 벅의 할로우 바디 리켄베커는 아르페지오와 스트로크를 바쁘게 오가며 리듬을 만든다. 그래, 바로 이것이 R.E.M의 방식이자 사운드가 아니던가!
오픈 D 코드의 시원한 스트로크와 마이크 밀스의 깨끗한 코러스로 앨범의 시작을 여는 는 [Accelerate]의 첫 인상을 규정한다. 이어지는 는 [Green] 시절의 R.E.M을 재현하며, 첫 싱글인 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R.E.M표 록큰롤이다.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인 발언을 잊지 않고(), 어쿠스틱 사운드를 다루는 것에 능하며(), 어둡게 왈츠 리듬을 밟고 있다(). 그리고 프로듀서로 참여한 잭 나이프 리와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빌 라이플린의 역할도 분명하게 들린다. [Accelerate]는 어딘가 어설프게 발을 땅에 딛고 있던 인상의 전작들과 결별하는, 3인조 R.E.M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기분 좋은 이정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