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큼은 거짓이 없는, 순도 100%의 섬세하고 짜릿한 로큰롤
2008-10-25
- Beatles의 위대한 행보를 답습하다.
시작부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Oasis 팬들은 좀 뜬금없는 구석이 있으며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사실 첫 멘트는 ‘Oasis가 돌아왔다.’ 가 맞다. 말 그대로, 왕의 귀환 혹은 영웅의 귀환과 같은 좀 있어 보이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보다 몇 배는 더 반가운 ‘Oasis의 귀환’인 것이다.
‘Dig Out Your Soul’은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그들을 돌아보면, 전설의 그룹Beatles의 위대한 행보를 답습하는 것 같다. 마치 Beatles가 과도기적인 4-5집을 거쳐 여섯 번째 앨범 ‘Rubber Soul’로 다시금 영향력을 행사하더니 일곱 번째 앨범 ‘Revolver’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이정표를 제시하였던 것처럼, 그들도 뜨거운 시기와 약간의 과도기를 지나 음악적으로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앨범 ‘Don’t Believe The Truth’는 기대 이상이었다. 매우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여 빼어난 음악성을 과시했다. 첫 싱글 ‘Lyla’ 부터 강하게 귓전을 후려치며 팬들을 knockdown 시켰으니 말이다. 이 앨범 Tour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만약 당신이 그 현장에 있었다면 대단한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비록 관객은 적었지만 열기만큼은 Wembley나 Manchester 구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연을 마친 멤버들도 매우 흡족했다고 하니, 이번 Tour도 반드시 성사되리라 믿는다. (일본만 들린다면 성격이 Noel 또는 Liam 못지 않은 한국 팬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 음악만큼은 거짓이 없는, 순도 100%의 섬세하고 짜릿한 로큰롤
앨범은 오프닝 ‘Bag It Up’만 들어도 확실한 감이 온다. 에너지와 멜로디의 명쾌함은 기본에 리듬 파트는 뜨거우면서도 섬세해졌다. 음악적 자신감이 충만한 Oasis다운, 의기양양하고 당당한 로큰롤이다. 펑키한 초반부의 리듬이 매력적인 ‘The Turning’은 팬들이 오랫동안 동경하는 Oasis의 전형적 스타일을 과시하며 초반부터 ‘죽이는 연타’를 날리는데 성공한다.
‘Waiting For The Rapture’는 3분 정도의 짧은 곡이다. 템포는 빠른 편이 아니지만, 절로 몸이 움직여진다. 걸음에 비유하자면 사뿐하면서도 보폭이 넓은 느낌이랄까... 취향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수 있으나 약간의 고전적 느낌이 익숙하다면 무리 없이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초반부의 헤비한 리프를 자꾸 되새기며 빠져드는 곡.
첫 싱글은 ‘The Shock Of The Lightning’이 선택되었다. 이 곡은 놀랍게도 그들을 상징했으며, 여전히 그들을 상징하는 ‘Rock ‘N’ Roll Star’를 연상시킨다. 즉, 초기 Oasis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건조한 일상에 축 늘어진 어깨를 짊어지고 꾸벅 졸게 되는 늦은 퇴근길에 이 곡을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그만큼 유쾌한 에너지, 그리고 속도감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 앨범에서 우리는 Liam 최고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영예의 주인공은 ‘I’m Outta Time’으로 기존 발라드 곡들을 능가하는 섬세하고 포근한 소리를 들려준다. 가슴을 스미는 이 곡은 여러모로 ‘겨울’이란 계절을 연상시키는데, John Lennon의 ‘#9 Dream’과 ‘Imagine’, Klaatu의 ‘December Dream’ 같은 곡들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후반부에는 John Lennon 생전의 음성도 잠시나마 들을 수 있어 마치 Beatles가 부활한 느낌마저 든다. 이 곡이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단지 John Lennon을 닮아서가 아니다. 짙은 감동이 묻어나는 뭉클한 선율에 예전과 다른 깊이와 원숙함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곡을 완성한 장본인이 Liam이라는 것은, 오랜 팬들에게도 남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둔탁한 사운드가 옛스러운 ‘(Get Off Your) High Horse Lady’는 비교적 일관적인 리듬이 헤비하게 전개된다. 노파심이겠지만, 디스토션 걸린 보컬과 싸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일부에게 조금 지루하게 들릴 소지도 있다. ‘Falling Down’은 앨범 내 Best Of Best를 다툴 또 하나의 곡이다. Oasis식 로큰롤에 음정의 미묘한 대조를 엿볼 수 있는 색다른 사운드를 더해 장중하면서도 신비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애시드 팝? 친분이 있던 Chemical Brothers 같은 뮤지션이 떠오름과 동시에 ‘Kid A’ 시절의 Radiohead가 떠오른다. Oasis가 큰 변화를 모색했다면 이와 같은 사운드가 더 심화되어 세상에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이 곡은 더욱 빛날 수 있다.
‘To Be Where There’s Life’은 이국적이다. 퉁퉁 튕기는 듯한 탄력의 베이스 주도하에 기타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엉뚱한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인도의 대중적 현악기인 시타르가 가미되었다면 Beatles의 ‘Norweigan Wood’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Ain’t Got Nothin’’은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즐기기에 적합한, 난폭한 Hard Rock이다. 겨우 2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묵직한 한방이 있다.
앨범이 종반부에 접어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The Nature Of Reality’는 ‘Helter Skelter’나 ‘Lyla’를 닮지 않나 싶었지만, 그보다 훨씬 복잡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싸이키델릭한 음악 박람회에 초대받은 기분. 마무리 곡은 ‘Soldier On’이다. 깔끔하게 전개되는 초반부를 지나 점차 몽환적으로 Fade Out 되는 듯한 느낌. 싸이키델릭에 대한 열망은, 이처럼 앨범의 시작과 끝에 모두 스며들어있다.
팬들의 일부는 그들이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앨범부터 시작은 끝내주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힘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지적에 동의하는 앨범도 있다. 아무래도 하나의 앨범 안에서는 상대적일 수 밖에 없지 않던가!
하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확실한 킬링 트랙이 있음에도, 앨범 전체의 순도는 매우 높다. 특정한 곡을 반복 청취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모든 멤버가 한 곡 이상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더욱 완벽한 형태의 밴드로 거장의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 지금의 Oasis인 것이다.
친절하지 않아도, 진화하지 않아도 좋다. Oasis니까.
written by 윤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