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들이 슬립낫, 아이오와 주의 슬립낫인가?"
2008-11-03
아이오와에서 태어나 이제는 불가해할 정도로 거대한 월드스타가 되어버린 슬립낫. 2집 Iowa는 빌보드 차트 3위를 때렸고, 3집 The Subliminal Verses는 빌보드 차트 2위를 때렸으며, 이번 앨범 All Hope Is Gone은 결국 빌보드 1위를 때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슬립낫은 멤버들 간의 분열과 각자의 파멸적인 개인사들(실연 때문에 인생 종칠 뻔한 조이 조디슨... 마약 때문에 인생 조질 뻔한 폴 그레이...)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음악이 지닌 파괴의 힘으로 세상을 매혹시켜 그 목줄을 손에서 놓치지 않아왔다. 세상에, 고통스런 비명과 울부짖음, 파괴적인 타악 파트, 부정적인 이미지로 치장된 가사와 음악으로도 이런 명성을 유지해오고 있는 밴드라니... 이 정도면 ''데스 메탈 아이돌''이라는 칭호도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갈수록 깔끔해지고 고급스러워(??)지는 밴드의 이미지 만큼이나 밴드의 음악 또한 점차로 다듬어지고 세련되어지고 있다. 이번 네번째 앨범에서는 보다 내공이 쌓였음을 내비쳐주고 있는데... 그런데... 1집에서의 파격적인 신선함, 2집에서의 숨 막히는 격렬함, 3집에서의 다채로운 맛깔... 그에 반해 이번 카드에는 그다지 호응해주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뭐랄까, 전반적으로 3집에서의 신생(新生) 슬립낫 사운드의 기조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느낌만 그렇게 안겨줬을 뿐. 전반적으로 그저 그런 2000년대 스타일로 승부 보고 있는 느낌이다. 아, 뭐야... 이 정도는 사실... 임팩트가 약하다.
그렇다면 빌보드 정상을 냉큼 먹었던 것은 그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네임을 이용한 거저먹기였단 말인가, 라고 따진다면 또 그렇지도 않다. 동서고금의 진리이지만서도, 난놈은 뭘해도 다르다고, 작살나는 싱글감들은 ''역시 슬립낫!'' 하면서 엄지를 치켜들게 만든다. 또한 요단강 발 살짝 담갔다가 돌아온 조이 조디슨은 죽을 고비 넘겼던 사람이 맞기는 맞는 건지 가히 인간도를 벗어나는 듯한 놀라운 드럼 솜씨를 선보인다. 그의 드러밍이 특히 빛나는 부분은 기괴한 느낌의 샘플링 사운드와 함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인트로 .execute., 그리고 또 하나의 스톤 사워 커버 곡에 멈춰버릴 수도 있었을 Dead Memories이라고 생각한다. 무지막지하게 달려드는 K2전차스러운 추진력하며, 어쩔 수 없이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어주는 그루브라던지... 능수능란한 청각적 고문기술자가 아닌가 싶다. (이건 작업 방식에 연유한 까닭인 듯한데, 모든 곡들의 기반을 조이 조디슨이 작성하고 다른 파트 멤버들이 그걸 받아서 하나씩 자기 붙여넣기 하는 식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빠른 시간에 완성이 가능했다고... 이게 곡들에서 느껴지는 부실함의 원인인지도.)
또 사소한 부분이지마는, 점차로 존재감이 제로에 수렴해가던 샘플링, 디제잉 파트의 보다 나은 활용 양상도 있겠다. ''보다 더 메탈, 보다 더 메탈''이라는 느낌이 하이브리드 뮤직으로서의 슬립낫의 골수에 스며들면서 그런 비악기(?) 파트가 구축되어 가고 있었는데, 전작보다도 더 정형화한 메탈 넘버들이 늘어났음에도 샘플링 효과의 적절유효한 활용들은 되려 커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호감을 갖게 하는 구석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얘기를 해보았는데, 종합해보자면 ''땟깔도 내공도 모두 상승기조이긴 하지만서도, 어딘가 마구 태클을 걸고 싶어지게 만드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계속 가열차게 채찍질을 가해줘야만 할 것 같은데, 또 슬립낫 활동 끝나자마자 스톤 사워 들어간다는 것 같아 지금의 미적지근함이 해갈이 될지 아니면 깊은 수렁의 전초전이 될지 몰라 마구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Psychosocial은 가히 올해의 싱글감이라 할 수 있기에, 나는 또다시 그 곡을 돌리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쳇쳇 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7/10
2008.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