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Khaled [We Global] 마이애미의 대표 디제이, DJ Khaled의 글로벌한 명품 힙합
미국에 살지 않는 이라도, 이역만리를 건너 그곳에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이라도 플로리다주를 대표하는 도시 마이애미는 아름다운 해안 덕분에 관광지로 유명하며, 아열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해수욕장 같은 휴양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 것이다. 아니, 굳이 지리 과목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 때문이 아니어도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획득한 스핀 오프 드라마 [CSI : Miami]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출연자들의 의상과 배경을 보면서 그곳이 얼마나 괜찮은 열기가 있고, 유락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인지 대충 어림하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다 음악이 곁들여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이도 많았을 줄로 안다. 또 하나 옵션을 붙여 그 음악이 경쾌한 비트라면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 따로 없으리라. 바깥으로 표출되지 않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서 그곳을 북아메리카의 파라다이스로 완성해주는 인물이 있는데, 그가 바로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이다.
특이하게 이름과 성이 같은 칼리드 칼리드(Khaled Khaled)가 본명인 그는 팔레스타인계 부모님들 사이에서 세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출생지는 뉴올리언스였지만 곧 마이애미로 옮겨가 남부를 뒤흔들게 될 운명의 첫걸음을 떼게 된다. 열네 살 때부터 턴테이블을 만지기 시작한 그는 대학 라디오 방송의 디제이를 맡기도 했는데, 재학 시절 이미 강렬하고 원기 왕성한 디제잉으로 주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 인사였다. 엄청난 활력을 터뜨리는 공연, 거부할 수 없는 자기만의 음색 덕분에 [Mixx 96] 채널과 사우스 플로리다의 어반 컨템퍼러리 라디오 방송 [WEDR 99 Jamz]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고, 현재는 후자의 진행자로 자리를 굳힌 상태다.
칼리드는 또한 뉴욕 브롱크스의 힙합 크루이자 음반 레이블인 테러 스쿼드(Terror Squad)의 일원으로도 유명하다. (테러 스쿼드는 라틴계 래퍼로서 첫손 꼽히는 팻 조(Fat Joe)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으로 큐반 링크(Cuban Link), 레미 마틴(Remy Martin) 등이 멤버로 거쳐 갔으며 현재는 힙합 프로듀싱 팀 쿨 앤 드레(Cool & Dre), 래퍼 겸 프로듀서 뉴 저지 데블(Nu Jerzey Devil) 등이 활동 중이다. 2004년 발표한 ‘Lean Back’이라는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와 R&B/힙합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가 테러 스쿼드에만 묶여 있는 건 아니다. 페볼러스(Fabolous)의 앨범 중 ‘Gangsta’, 팻 조의 ‘Beat Novacane’, ‘The Profit’, ‘Story To Tell’, 릭 로스(Rick Ross)의 ‘I'm A G’ 등을 프로듀싱하며 특유의 강건한 비트를 선보였다.
2006년 6월 공개한 데뷔작 [Listennn... The Album]은 메이저 배급사를 등에 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만 장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인트로에서 1분 59초 동안 부지런하게 출연자 이름을 말할 만큼 참여하는 래퍼, 가수의 수만도 40명 가까이 되는 대형 작품이었다. 그 장대한 규모는 단순히 수효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릴 웨인(Lil Wayne), 카밀리어네어(Chamillionaire),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흑인 음악계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는 기라성 같은 슈퍼스타들로만 구성되었으니 메인스트림 힙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가 앨범 크레디트를 확인한다면 디제이 칼리드의 위치와 끗발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초특급 인해전술과 지휘자인 칼리드의 선려한 제조술이 힘을 발한 작품은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빌보드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를 최고의 디제이/프로듀서 반열에 속하게 해주었다. 수록곡 중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의 ‘Looking For The Perfect Beat’를 샘플링한 ‘Holla At Me’는 남부 힙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오존 매거진(Ozone Magazine)에서 개최하는 행사인 오존 시상식에서 ‘최우수 클럽 디제이’, ‘최우수 랩 콜라보레이션’ 부문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그에 힘입어 믹스 쇼 파워 서밋(Mix Show Power Summit)의 ‘올해의 믹스쇼 디제이’ 부문에서 칼리드에게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음반 [We The Best]의 힘 역시 막강했다. 1집에도 참여했던 트릭 대디(Trick Daddy), UGK의 번 비(Bun B)를 비롯해서 영 지지(Young Jeezy), 본 석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 등 누구 하나를 차등으로 두기 어려운 인기인들을 객으로 초청해 처녀작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데인저(Danja)가 프로듀싱하고 여섯 명의 가수가 함께 부른 첫 싱글 ‘We Takin' Over’는 빌보드 R&B/힙합 차트 28위에 올랐고,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I'm So Hood’는 빌보드 벨소리 차트 2위에 오르며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해 보였다. 이 노래의 리믹스 버전은 2008년 열린 BET 시상식에서 ‘최우수 콜라보레이션’에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발매 첫 주 7만 9천 장을 팔아치운 본 작품은 앨범 차트 8위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기세를 몰아 31만 장 이상의 판매 수치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기와 성적 면에서 호조를 보인 앨범은 타이틀에서 명시하듯이 ‘우리가 최고’임을 증명했다.
참고로 ‘We The Best’라는 말은 칼리드의 곡에서 거의 매번에 가깝게 등장하는데, 그의 작품이라는 걸 천명하는 언질이자 추임새이다. 믹스테이프로 유명한 디제이 클루(DJ Clue)가 노래마다 에코 효과를 잔뜩 넣어 외치는 ‘DJ Clue, Desert Storm!’과 같은 맥락이며, 에이콘(Akon)이 노래 도입부에 둔탁한 쇳소리를 삽입한 후 ‘Konvict’라고 말하는 것,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가 항상 넣는 ‘Darkchild, na na’ 등과도 동일한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찬란하게 빛날 힙합 파티가 [We Global]을 통해서 개최된다. 1집과 2집을 접했던 이라도, 이전 앨범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라도 누구나 들어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이고 은연중에 몸을 맡길 흥겨운 음악을 가득 채워 두고 있다. 칼리드가 총감독을 맡았고 올랜도 출신의 프로듀싱 듀오 러너스(The Runners), 디아즈 브라더스(Diaz Brothers) 등의 신흥 세력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목소리 출연자들은 전과 다름없이 이번에도 힙합 신을 통째로 옮긴 것 같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지난 5월 공개된 리드 싱글 ‘Out Here Grindin'’은 비트 사이에서 반복되는 분할로 긴장감을 생성, 강렬한 전자음으로 청신경을 자극하는 트랙으로 빌보드 핫 싱글 차트 40위권 안에 안착함으로써 다시금 히트 행렬에 들어섰고, 아이튠스 힙합/랩 차트에서도 정상을 밟으며 맹위를 떨쳤다. 카니예 웨스트와 티 페인(T-Pain)이 랩과 노래를 주고받는 두 번째 싱글 ‘Go Hard’는 넘실거리는 비트와 볼륨 있는 믹싱으로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노래 외에도 튼실한 구성을 보여주는 곡들은 즐비하다. 나스(Nas)가 피처링한 ‘I'm On’은 가장 눈에 띄는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나스의 래핑과 고음의 신시사이저 멜로디가 화학작용을 벌여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을 완성한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두 명의 보컬리스트와 한 명의 래퍼가 노래를 만드는 ‘We Global’은 말끔한 코러스를 앞세워 작품의 중반부에 위치해 쉬어가는 자리로서 역할을 한다. 뒤이어 흐르는 숀 폴(Sean Paul)의 음감 풍성한 보컬이 돋보이는 ‘She's Fine’은 댄스홀 넘버라는 형식에 맞게 듣는 이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Final Warning’도 저마다 개성이 다른 래퍼들이 모인 만큼 특수성과 장대함을 함께 일구고 있다. 마지막을 지키는 ‘Defend Dade’까지 앨범의 후반부에도 칼리드 특유의 정력적이고 육중한 사운드가 유지되니 타이트하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
이번 또한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의 정상을 등정했으며, 랩 앨범과 디지털 앨범 차트에서는 각각 3위, 7위를 차지하며 계속해서 인기몰이 중, 삼연타석 히트라는 수식이 그와 본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린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공정 외에도 여러 컴필레이션과 믹스테이프에 참여하며 지속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그이지만, 출시하는 작업들 모두 높은 품질을 보장해 계속해서 또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력을 품는다. 이 굳세고 원기 넘치는 비트를 자랑하는 앨범은 왜 그가 그토록 ‘우리는 최고’라고 주창하는지, 왜 그가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디제이인지 알게 되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We Global]은 마이애미의 해변과 그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인도해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매개로서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쾌작이다.
글 /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