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의 관록, 그리고 열정.
2008-12-03
- 새로운 프로젝트로 부활하는 21세기의 Queen
일부 언론에서는 그룹 Queen이 17년 만에 신작을 공개했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정답은 아니다. 이것은 Queen의 Brian May와 Roger Taylor가 지난 2005년, Free와 Bad Company를 이끈 경력의 소유자 Paul Rodgers와 만남, 그리고 함께 펼친 Tour와 실황 앨범 ‘Return Of The Champions’의 좋은 반응으로 본격화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또한 Queen + Paul Rodgers란 명의로 공개되는 첫 스튜디오 앨범이기도 하다.
Queen이라는 이름만으로 무대에서 여전히 왕(King)의 권위를 이어갔지만, 그 프로젝트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그들은 새로운 Tour를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한 장의 앨범 ‘The Cosmos Rocks’다.
- 남은 자들의 관록, 그리고 열정.
생각보다 더 반응이 더디다. 차트에서의 성적은 물론, 전반적으로 팬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 아직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팬들의 관심은 앨범 보다 투어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량의 앨범이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 Queen의 인기는 여전하다. 널리 알려지지 않던 ‘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이 광고에 삽입되는가 하면, ‘Under Pressure’의 리프와 ‘Don’t Stop Me Now’는 지금도 TV를 통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2008년 초에는 Queen의 음악으로 구성된 뮤지컬 ‘We Will Rock You’ 팀의 내한으로 또 한번의 뜨거운 Queen 열풍이 있었으며, 11월에는 프레디 머큐리 서거 17주년을 맞이하여 오직 Queen만을 위해 존재하는 ‘영부인 밴드’가 성황리에 추모 공연을 마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투어에서 그들을 만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The Cosmos Rocks’에는 프레디가 없다. 대신 전설의 Queen에서 생존한 두 멤버와 Paul Rodgers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남은 자들의 관록과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그렇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The Cosmos Rocks’를 구성하는 열 네 개의 곡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 주의 : ‘연상되는 곡’들은 극히 주관적인, 멜로디가 아닌 느낌으로 선정된 경우가 다수임.
Cosmos Rockin''
시작을 알리는 곡이지만, 새로운 ‘형식’보단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 기타를 중심으로 힘찬 코러스가 반복되고, 폴의 보이스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로큰롤이다. 브라이언과 폴의 조화로 성취한 흥겨운 결과물이다.
연상되는 곡 : I Go Crazy (Radio Ga Ga Single B-Side), Brian May Solo Project(세션 포함) 곡들.
Time To Shine
후렴구가 시원한, 입체적인 느낌의 곡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음악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격하지 않아도 힘이 느껴지는 폴의 역량이 드러난다.
연상되는 곡 : Ride The Wild Wind (‘Innuendo’)
Still Burnin''
인트로만 들어도 로저 테일러가 떠오른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관록과 열정의 Rock이다. 곡 중반과 후반에는 아예 ‘We Will Rock You’의 비트를 삽입했다. 화려함을 선호했던, 로저의 음성이 주도된 코러스와 더불어 단번에 팬들의 귀를 사로잡을 곡이다.
연상되는 곡 : Rock It (‘The Game’), All Right Now (Paul Rodgers)
Small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으로, 간결한 제목의 곡들이 많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곡은 폴의 따스한 음색으로 차분하게 시작되어 팝 적인 멜로디를 쏟아낸다. 프레디가 이 곡을 불렀다면 다소 심심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폴의 음색과 어울리는 곡이다. 중반부에 들을 수 있는 브라이언의 블루지한 솔로도 (짧지만) 제법 멋지다. 템포를 늦추고 키를 낮춘 ’39?
연상되는 곡 : ’39 (‘A Night At The Opera’)
Warboys
드라마틱함은 덜했지만, 약간씩 긴장감을 형성했던 로저의 성향이 가미된 곡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브라이언의 현란한 리프가 포함되었다는 것! 로저가 리드 보컬을 맡았어도 좋을 곡이다.
연상되는 곡 : Fight From The Inside (‘News Of The World’)
We Believe
잔잔하게 항해하는 느낌의 곡. 동양적 신비감을 느낄 수 있던 브라이언 솔로 앨범의 형식과 흡사하다. 브라이언의 맛깔스러운 연주와 은은한 코러스를 만날 수 있다.
연상되는 곡 : Back To The Light, Why Don’t We Try Again (Brian May)
Call Me
제목을 보면 왠지 ‘Hot Space’ 앨범에 넣어주고 싶다. 나이 60을 넘긴 그들이 선사하는 곡 치고는 다소 앙증맞은 구석이 있는, 소품 같은 곡이다. 일종의 ‘Break Time’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곡.
연상되는 곡 : Good Company (‘A Night At The Opera’)
Voodoo
진득한 Blues Time이다. 폴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브라이언도 앨범 ‘Another World’를 통해 Blues에 대한 애정을 한층 깊게 과시한 적이 있다. 제목만 보면 Jimi Hendrix를 연상하겠지만, 브라이언의 솔로를 들으면 비교적 최근의 Eric Clapton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심 Queen을 떠나 이런 형식의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하기도 했다.
연상되는 곡 : 글쎄...
Some Things That Glitter
피아노가 흐르며 잔잔하게 감싸는 발라드다. Queen의 곡처럼 애절하거나, 전형적인 Rock 발라드의 모습이 아니다.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은은한 화음이 제법 친근하게 귓전을 맴돈다.
연상되는 곡 : My Life Has Been Saved (‘Made In Heaven’)
C-lebrity
첫 싱글 곡이다. 힘찬 Rock을 들려주면서, 조금은 Queen을 연상시킬 의도였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무난함 이상의 강한 여운을 남기기에는 힘이 부쳐 보이지만, 세 멤버의 조화가 가장 훌륭하게 성립된 곡이다. 앨범 ‘Made In Heaven’이 공개되었을 당시, 첫 싱글로 ‘Heaven For Everyone’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연상되는 곡 : Heaven For Everyone (‘Made In Heaven’), I Can’t Live With You (‘Queen Rocks Ver.’)
Through The Night
이 노래가 흐를 즈음해서 이렇게 외쳐도 말리지 않겠다. ‘정말 Queen 맞아요?’ 글쎄...
주로 흥겹게 소비되던 Blues는 이 곡을 통해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연주된다.
듣기 싫은 곡이 될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곡이 될 수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연상되는 곡 : Queen은 아니다.
Say It''s Not True
넬슨 만델라에게 헌정된 곡. 2005년 라이브를 통해 로저가 조촐하게 이 곡을 들려주던 당시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이렇게 완성된 곡을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보컬 전개를 로저, 브라이언, 폴의 순서로 구성, 극적인 느낌을 더한다. 기존 곡들과 메시지는 다르지만, 과거를 연상시키는 뜨거운 감동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곡.
연상되는 곡 : Let Me Live (‘Made In Heaven’), No One But You (‘Queen Rocks’)
Surf''s Up ... School''s Out!
너무 과거의 Queen과 비교하지 않은 것 같아 지금에서야 억지로 하나 비교하자면, 이 곡은 명곡 ‘Bohemian Rhapsody’와 러닝 타임이 거의 같다. (단지 그것뿐이니 억지가 맞다.) 물론 그와는 성향이 다른 곡으로, 1990년대의 Queen이 들려주려 했던 사운드를 선사한다. 질주하듯 전개되는 Rock을 기반으로, 정돈된 화음과 (짧지만) 감성적인 브라이언의 솔로로 끝맺음을 한다.
연상되는 곡 : Headlong (‘Innuendo’)
Small Reprise
초반부에 수록된 Small의 Reprise 버전. 살포시 반복되어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앨범은 Queen + Paul Rodgers라는 프로젝트의 초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폴은 프레디를 흉내내지 않으며, 다른 멤버들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즉, 현재의 그들이 선호하는 음악적 취향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공연장에서는 신곡보다는 Queen 시절의 명곡들이 주로 연주되겠지만, 첫 스튜디오 앨범은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솔로 활동을 하기에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그들이지만, 뭉쳐서 더 좋은 결과를 냈다. Queen답지 않아 실망스럽기보다는, 어설픈 Queen 같지 않아 만족스러운 작품. Queen이 아닌, Queen + Paul Rodgers임을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
written by 윤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