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적이며 조화로운, 거장들의 귀환
2009-03-08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이후의 U2 (2004 ~ 2008)
전작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를 공개한 것이 2004년 11월이니, 무려 5년만의 신작입니다. 그럼에도 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거의 매년 꾸준한 Issue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미국)와 Grammy 수상, 21세기의 Live Aid라 할 수 있던 Live 8 참가, 연이은 Tour에 이어 세 번째 편집 앨범 18 Singles(2006)의 발매까지 그들의 행보는 끝이 없었습니다.
2007년에는 Joshua Tree 앨범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는 20th Anniversary Edition이 발매됩니다. 2008년에는 초기 앨범 세 장(Boy, October, War)과 라이브 앨범 Under A Blood Red Sky : Live가 호화로운 부클릿과 Remaster에 정규 앨범들은 보너스 CD까지 더해져 U2 Mania들을 자극했습니다. 언급한 앨범들은 국내에도 수입되었으며, 그 덕에 제 지갑도 얇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U2에 소홀할 틈이 없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의 앨범 중 아직 Re-Issue가 되지 않은 The Unforgettable Fire와 Rattle & Hum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EP앨범인 Wide Awake In America는 예외라 하고, 저 두 장의 앨범도 조속히 Re-Issue가 되어 또 한번 U2 Mania들을 괴롭혀줬으면 합니다.
또 다른 10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U2, 1990년대와 2000년대의 U2는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 그렸던 U2라는 원 안에서 또 다른 원을 그려낸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원을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겠죠. 2010년이면 또 다른 10년을 맞이할지도 모를 그들입니다. 물론 향후 10년의 행보를 섣불리 예상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1990년대(1990 – 1999)의 그들은 세 장의 정규 앨범(Actung Baby, Zooropa, Pop)을 공개했습니다. 약간의 논란도 동행되기도 했지만, 매우 도전적이며 화려했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앨범들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음악적으로 과감할 수 있던 시기를 거치며 2000년대(2000-2009)의 그들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시대를 대표한 The Joshua Tree(1987)나 Actung Baby(1991) 같은 앨범, With Or Without You나 One 같은 싱글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물론 이번 앨범 No Line On The Horizon이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U2라는 이름의 거대한 상징성은 이미 확보된 상태입니다. 그것이 2000년대의 U2입니다.
여전한 시대의 Icon이며 Pride, 고유의 Identity
내년이면 벌써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U2입니다. 하지만 과거 Rolling Stones나 Deep Purple, Scorpions 같은 밴드들의 30주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들에게 노장밴드란 수식어는 아직 어울리지 않습니다. 트렌드를 의식하지 않지만 노쇠하거나 고전적이지 않고, 도전과 변신에도 거리낌이 없는 그들입니다. 유행과 무관한 꾸준한 브랜드로, 메인 스트림의 극심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은 그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U2의 귀환을 기다렸습니다.
No Line On The Horizon 리뷰
창조력과 실험성이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일부의 평도 있지만, 어느덧 30년 관록의 밴드가 된 그들의 의심할 나위 없는 명품 앨범입니다. 기존에 비해 더 관조적이고 조화로운 구성을 위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이 앨범을 위해 50곡에 달하는 많은 곡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럼 수록 곡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01 No Line On The Horizon
지난 앨범 세 장에서 첫 싱글이 오프닝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바로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No Line On The Horizon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허스키한 Bono의 보컬이 등장하고, 조금은 장엄한 느낌으로 곡이 전개됩니다. 이것은 현재의 U2를 상징하는 로큰롤이며, 팬들은 곧 그것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스타일이 틀리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의 존재감은 1993년의 Zooropa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곡이 앨범 타이틀과 일치한 경우는 Zooropa와 No Line On The Horizon이 전부인 게 우연은 아닌가 봅니다.
02 Magnificent
1990년대 사운드가 연상되는 곡입니다. 찬반양론이 거셌던 Pop 앨범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시절보다 덜 격렬하며 더 고전적이기도 합니다. Discotheque을 듣고 현기증을 느꼈다면 괜찮은 절충안이 되었을법한 곡입니다. U2식의 경쾌한 Dance-Pop으로 표현해도 무방하겠지만, 결코 흐름을 깨지 않습니다. 향후 다양한 버전으로 Remix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03 Moment Of Surrender
발라드로 규정한다면, 기존 형식을 답습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곡입니다. 히트를 염두 했다면 다소 훅이 약하지만, 묘한 여운이 있습니다. 아득함으로 7분 넘게 전개되는 이 곡은 안개 자욱한 새벽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잔잔한 명상음악의 느낌은 아닙니다. 여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니, 곡들간의 밸런스가 앨범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작과는 사뭇 다른 흐름입니다.
04 Unknown Caller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시절에 만들어진 미디움 템포의 곡입니다. 진중한 느낌과 담백한 전개가 이번 앨범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키보드와 함께 등장하는 후반부 Edge의 솔로가 인상적입니다. 역시 6분을 넘기는 긴 곡입니다.
05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
앞선 곡들이 은은한 바람처럼 귓전을 스쳤다면, 이 곡은 가슴이 트일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에너지와 대중성을 보유한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라이브에서 연주되지 않는다면 매우 서운할 것 같습니다. 기존 팬들의 좋은 반응도 예상되는 곡입니다.
06 Get On Your Boots
Grammy와 Brit Awards 같은 굵직한 시상식을 통해 라이브로 공개하기도 한 첫 싱글입니다. 스트레이트한 전개가 전작의 Vertigo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선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려하고, 댄서블하기도 합니다. 첫 싱글로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이긴 합니다만, 앨범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5년만인데다 라이브 무대를 통한 컴백이었기에 이와 같은 화려함은 적절한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곡의 라이브를 보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히트와는 별개로 적당한 임팩트를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07 Stand Up Comedy
Edge의 리프가 열기를 주도하는 곡입니다. 1970년대의 Hard Rock를 연상케 하며 Led Zeppelin의 Heartbreaker와 Immigrant Song을 떠오르게 하는데, 내심 포효하는 Bono를 기대하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U2의 전형성을 탈피한 화끈한 Rock으로 예상보다 더 과열된 양상을 보입니다. 앞선 두 곡까지 더해 야구와 비교한다면 마치 3,4,5번 타자 같군요. 또 한번 적당한 타이밍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08 FEZ-Being Born
상징적 의미가 아닌, 곡의 스타일이 Zooropa와 유사합니다. 실험적 면모를 지향하는 사운드가 인상 깊은 곡으로,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코러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U2식 일렉트로닉이 매우 맘에 듭니다.
09 White As Snow
연륜이 묻어난다는 표현을 써야 할까요? 지난 앨범의 Sometimes You Can’t Make It On Your Own과 흡사한, 잔잔하면서고 꿋꿋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눈을 감고 음미하기에 그만이기도 합니다.
10 Breath
보노가 Early Electronica라며 OMD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던, 색다른 느낌의 곡입니다. 하지만 Synthpop과 같은 느낌보다는 U2의 오리지널리티가 잘 묻어나고 있습니다.
11 Cedars Of Lebanon
차분하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입니다. 이 곡의 도입부는 DVD의 BGM으로도 활용되었는데, 타이틀인 오프닝 곡과 함께 이 앨범의 색깔을 대변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발라드의 범주로 묶기엔, 관조적이며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흑백 영상의 DVD와 앨범 재킷, 그와 가장 잘 매치됩니다.
앨범의 후반부는 The Joshua Tree 앨범과 흡사한 여운을 선사하긴 하지만, 특정 앨범과의 유사성을 찾긴 어렵습니다. 그것은 일정한 속도로 전진했던 그간의 행보를 유턴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간 한 장도 소홀할 수 없는 양질의 앨범을 공개했던 명성에 부합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2010년 Grammy Awards에서도 그들을 만나게 될 것 같군요. 단,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50줄에 가까워지는 만큼 앨범 발매의 주기가 조금은 짧아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