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흐 모테트 연주 중에서도 언제나 최고의 명반으로 꼽혀온 기념비적인 음반이 이제 중가로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지히스발트 카위컨이 이끄는 라 프티트 방드는 최근 새로운 녹음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 연주의 위업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투명하게 펼쳐지는 성악진,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답게 풍부한 표정과 다양한 색초로 성악과 거의 대등한 세계를 펼쳐내는 기악진의 탁월한 연주, 내면에 새기듯 가사의 뜻을 드러내는 카위컨 특유의 자연스러운 흐름은 어느 곡에서나 깊은 인상을 줄 것이다. 복합창 양식과 푸가의 도입, 다성적 구성, 그리고 대칭적 구조(BWV 225)로 낡은 양식에서 황금을 건져올린 바흐의 음악 연금술을 실감할 수 있는 명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