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혼돈, 그 안의 움직임 그 안의 라이브
2008-10-03
Introduction
DT는 라이브가 뛰어난 그룹인가? DT는 즉흥연주도 그리 많이 보여주지 않고 라이브 현장을 굉장한 열기로 몰아넣으면서 관중들과 하나되어 즐기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DT가 라이브가 별로라고는 잘라 말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
7,8 집을 거듭하면서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웬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 뒤에 발매되는 라이브 앨범들을 듣고 이전 앨범들의 노래에 대한 인상이 바뀌는 그런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Systematic Chaos 에 수록되었던 곡들에 대해
9집 이후의 투어 이니만큼 이번에 공식 라이브 음원으로는 처음 선을 보이는 9집의 곡들이 라이브에서 어떻게 연주되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볼 수 있겠다
인트로에 이어 첫 포문을 여는 Constant Motion은 스튜디오 버전보다 더 그루브한 느낌이고 The Dark Eternal Night은 혼돈 속에 넘치는 매력을 잘 살렸다
특히 DVD로 보면 밴드의 연주 장면과 함께 코믹하면서도 살짝 기괴한 느낌을 주는 에니메이션이 함께해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정규 앨범에서는 맨 앞과 뒤로 2개의 파트로 나뉘어 수록되었던 In The Presence Of Enemies는 라이브에서는 파트 1,2 쉬지 않고 연주 되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 되었던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트 1,2 사이가 원래 뚝 짤리는 곡이라 라이브에서도 그냥 연달아 연주한다 뿐인데 마치 이제야 온전한 한 곡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7집 이후 헤비하고 공격적인 보컬을 주로 선 보였던 라브리에지만 역시 그의 강점은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폭 넓은 표현력에 있다는 것을, 워낙 출중한 멤버들의 연주 실력에 좀 묻히는 듯 하기도 하고 라이브 앨범이 나올 때 마다 컨디션이 좋네 나쁘네 소리를 들어도 그 이외의 보컬은 또 생각하기 힘든 이유 또한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라이브 앨범의 최대, 최고의 곡이다
The Ministry Of Lost Souls는 으음… 역시 이 곡은 웬지 나의 취향과는 영 안 맞는 듯 하다
그 외의 처음 연주되는 곡들에 관하여
Panic Attack은 사실 Megadeth, Symphony X 등과 함께 했던 Gigan 투어에서의 음원을 구해서 들어 봤기 때문에 엄밀하게 라이브 버전을 처음 듣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버전이 워낙 무시무시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장난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라이브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함이 좀 덜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괜히 아는 독이 됐던 거 같기도 하다
Blind Faith는 6집에서 종래의 DT 스타일과 가장 비슷했던 곡으로 그 당시에는 즐겨 들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때 파격적이었던 The Glass Prison 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니 사람이란 정말 간사하다 이 곡과 Surrounded는 토론토에서의 라이브 음원인데 이번 앨범에서 묘하게 텐션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기존 곡들의 해석에 관하여
앞서 말 했듯이 Surrounded 역시 묘하게 긴장감이 떨어지는데 무엇보다 곡을 엄청 늘렸기 때문이다 원곡은 5:30 인데 이번 라이브에서는 연주 시간을 대폭 늘려서 거의 15분에 달하는 곡으로 만들어 버렸다
Live at the Marquee 에서는 원곡에 최대한 충실한 라이브를 했던 것과는 정반대이다
Take The Time은 Once In A Livetime 버전이 워낙에 멋진 라이브라 어떨까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훌륭하다 방콕 공연의 유일한 음원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도 좋고 라브리에의 컨디션도 나무랄 데 없다 마치 키보드를 기타처럼 메고 나와 스테이지에서 연주하는 루디스와 페트루치의 대결(?) 등라이브에서 더욱 멋진 곡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Scarred는 원곡이 원체 어려워서 그런지 라브리에가 상당히 힘들어 해서 이번에도 아쉬움이 남는 라이브였다 Once In A Livetime 에서 처럼 마지막을 짜르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또 한가지, ‘루디스는 너무 솔로에 치중한다’ 라는 비판이 무색하게 이 곡에서 루디스는 자신의 솔로잉도 펼쳐 보이면서 곡 전체의 공간감도 충실히 살리는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 역시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Lines in the Sand 역시 Once In A Livetime 이후 연주되는 것인데, Falling Into Infinity 자체가 워낙 평가 절하되는 앨범이라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음질이나 라브리에의 컨디션, 연주를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 등 이전 버전과는 비교도 안 된다 이번 라이브 앨범에서 재발견 한 곡 중 하나이다
마지막 메들리에 대해
마지막 곡은 Trial of Tears, Finally Free, Learning To Live, In the Name of God, Octavarium 의 21분여의 메들리인데…… DT는 메들리와는 참 어울리질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DT의 곡은 한 방에 걸리는 킬링 멜로디 보다는 전체 곡의 구조를 더 중시해서 감상해야 재미있고 위의 곡들은 하나같이 10분이 넘는 대곡이다 - 5곡의 원래 스튜디오 버전 시간을 다 합치면 1시간 14분 55초가 나온다 - 그런데 그런 곡들을 일부분씩만 연주해 버려서야 그다지 재미가 없다
차라리 그 20분으로 5곡 중에 2곡 정도를 온전한 풀 버전으로 연주하는 것만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제까지 정규 라이브에 실리지 않았었던 곡들을 한다던지 말이다 위의 5곡은 모두 풀 버전 라이브가 다 존재하는 곡들이라 그 아쉬움이 더 크다
전체적인 평
이번 라이브 앨범은 한 곳에서 라이브를 쭈욱 다 한 것이 아니라 투어 도중의 곳곳에서의 음원들을 모은 것이라 작정하고 만들었던 저번 라이브 앨범 Score에 비하면 아무래도 화질, 음질, 카메라 워킹이 떨어지고 라브리에의 컨디션도 약간씩 다르다
순수하게 라이브 만으로 따지면 Score나 Live Scenes From N.Y 보다는 못하다는 느낌이랄까 그걸 대신하기라도 하듯 다큐멘터리 같은 부가요소가 있지만 히어링이 안 되는 본인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럼에도 스페셜 에디션을 구입한 것은 이번에는 3CD 셋을 따로 내주지 않은 로드러너의 상술에 알면서도 당한 것이라 살짝 열이 받기도 하지만 라이브마저도 너무나 깔끔하고 완벽했던 이전의 인상과는 달리 Raw한, 날것의 인상을 주는 라이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어디까지나 DT의 이전 라이브들에 비해서 말이다 웬만한 그룹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음질이다 - 또한 5집 이후 확실히 스튜디오 앨범들은 전만 못하지만 라이브는 오히려 점점 멋있어 지고 9집의 곡들에 대한 생각도 꽤나 바뀌었으니 말이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DT의 팬인 것이다 그리고 팬이라면 전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팩도 스코어나 부도칸의 종이 케이스에 비하면 엄청 좋은 편이니 – 그렇다고 굉장히 호화롭지는 않다;; - 그 점도 만족스럽다
P.S 이러고 나중에 3CD 셋이 따로 나온다면 그 때는 정말 로드러너가 엄청나게 미워 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