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포크본연의 모습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일구어낸 현경과 영애의 유일작. 30년간 폭넓은 사랑으로 원곡의 존재를 잊게만든 왈츠풍의 대표적인 애청곡 '그리워라', 동요풍의 깜찍한 템포가 돋보이는 '참예쁘네요',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의 '나 돌아가리라', 트레디셔널 싸이키포크성향의 '얘기나 하지' 등과 수록곡 전체가 높은 완성도를 랑하는 한국 포크역사에 오래 기억될 명반중의 명반.
Review
최근 몇년사이 일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유산인 옛 명반들의 복각 재발매와 같이하여 드디어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내친구(대도) 1974'가 첫눈처럼 우리 앞에 다시 찾아왔다.
이 음반은 발매된지 3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과거 중고음반 시장에서 1백만원을 호가하던 음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듣고싶어 했지만 구하기는 힘든 음반이었던 것이다.
1971년 박영애와 이현경은 서울대 미대 신입생 환영회를 계기로 호흡을 맞추게 되고 음악활동을 시작하였다. TV, 라디오, 라이브 카페, 음악 살롱등을 주무대로 하던 타 가수들과는 달리 데뷔 무대또한 대학가였다.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때론 주고받는 솔로는 그녀들이 노래속에 아름답고 순수하며 맑은 영혼을 담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김민기가 만들어준 명곡 '아름다운 사람'을 대표곡으로 '어두운 비', '세찬 바람'과 '맑은 두눈','더운 가슴'등 당대 포크 공동체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 '마지막 노래'가 실려 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꿈
현경과 영애
[아름다운 사람/내 친구]
2004 / 비행선 레이블
'한국 포크 음악의 황금기'와 결부 지을 때 1970년대는 낡은 흑백 사진 같다. 역사적 사실과 함께 '좋았던 옛 시절'에 관한 노스탤지어를 동반한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그런데 '1970년대는 낡은 흑백 사진 같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는 컬러의 시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시대라고 얘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과속의 디지털 시대에 흑백 사진은, 아날로그는, 통기타는 과거에 저당 잡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대중음악 유산이 키치와 노스탤지어로만 호명되는 현실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아직은 '산발적인 일각의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고 있는 옛 명반들의 복각 재발매 현상은 그 중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신중현, 키 보이스, 히 식스, 데블스, 김의철, 김두수 등의 음반들이 중고음반 시장의 폐쇄회로를 벗어나 새롭게 재탄생했다.
그리고 드디어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내 친구](대도(DSO-0040), 1974)가 첫눈처럼 우리 앞에 다시 찾아왔다. 이 음반은 발매된 지 3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중고음반 시장에서 1백 만원을 호가하던 음반이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구하기는 힘든 음반이었다는 말이다. 한 세대가 지나서까지 이 음반이 중고음반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음반, 또는 당대에 뛰어난 예술성이 묻혀버린 '저주받은 걸작'이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1970년대, 지금의 댄스 가수보다 더 많은 수의,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던 통기타 포크 가수들이 있었다. 매서운 '반공방첩의 시대'에 '통기타 칠 줄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횡행할 정도였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조영남, 송창식, 김민기, 서유석, 양병집, 양희은, 윤형주, 김세환, 어니언스 등은 청춘 스타이자 청년 문화의 기수였다. 현경과 영애 역시 이들 통기타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듀오 현경과 영애의 시작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초 이현경과 박영애는 서울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미대 신입생 대표로 입을 맞춘 것을 계기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에는 미대를 중심으로 이정선, 김민기와 김영세(도비두), 김아영과 최분자(두 나래), 김광희 등 당대 포크 음악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현경과 영애의 음악적 자양분이 되었고 이들의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경과 영애의 주무대는 데뷔 무대가 상징하듯 대학가였다. 특이한 점은 다른 스타 포크 가수들이 TV, 라디오, 생음악 살롱, 리싸이틀과 페스티벌 등을 종횡무진하며 프로페셔널의 길을 걸었던 것과 달리, 현경과 영애는 줄곧 대학가를 기반으로 아마추어 혹은 언더그라운드적인 방향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더러 음악 동료들의 리싸이틀이나 라디오 방송에 찬조 출연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부가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동시대 포크 가수들에 비하면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졌지만, 대학가에서는 이현경과 박영애의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를 좋아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람/내 친구]는 현경과 영애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음반)이다. 일반적으로 데뷔 음반이 음악인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발판 혹은 기지개로서 의미를 지니는데 반해, 이 음반은 현경과 영애의 대학 시절 4년간의 음악 활동을 정리하는 기념 작품의 성격을 띤다. 졸업을 앞두고 기념으로 만든 이 음반은 그대로 사실상 '음악 활동 졸업' 음반이 되었다. 따라서 이 음반에 갈무리된 음악들은 이들이 대학 시절 즐겨 불렀던 곡들 위주로 선곡된 것이며 이를 통해 이들이 추구했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음반에 담긴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현경의 자작곡 두 곡, 이현경이 개사한 번안곡 세 곡, 그리고 외부로부터 받은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에서 곡을 제공한 이들은 설명이 필요 없는 김민기('아름다운 사람'), '세노야'로 잘 알려진 김광희('나 돌아가리라', '내 친구'), 김덕년('얘기나 하지'), 그리고 '그건 너'로 유명한 이장희('눈송이')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실은 외부가 아니라 '음악 동료'들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이장희를 제외하면, 모두 같은 학교 동창이고 프로페셔널 가수나 작곡가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음반에는 누락되어 있지만 조동진, 김의철의 곡들도 현경과 영애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이현경과 박영애는 때로는 번갈아 노래하고, 때로는 같이 입을 맞추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그 노래 속에 맑고 순수한 영혼을 담으려 했다는 것은 음반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김민기가 만들어준 명곡 '아름다운 사람'은 대표적이다. '어두운 비', '세찬 바람'과 대비되는 '맑은 두 눈', '더운 가슴', '고운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은 현경과 영애의, 나아가 당대 포크 공동체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갈무리한다. 1절은 이현경이 솔로로, 2절은 박영애 솔로로, 3절은 이현경과 박영애의 합창으로 진행되는 노래나, 느린 템포에 평이한 코드로 세 번 반복되는 악곡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기타 실력이 시원찮은 사람이라도 통기타를 퉁기며 고즈넉이 노래할 수 있고, 학교나 교회에서 해본 합창 실력을 조금만 응용하면 어렵잖게 화음을 넣어 부를 수 있는 곡이다.
김광희가 작곡한 '나 돌아가리라' 역시 '가난한 마음'(노래 양희은)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던 데서 알 수 있듯, 자연과 벗하는 작고 가난한 마음과 삶을 바라는 곡이다. 이 곡의 가사는 20세기 미국 여성 시인이며 극작가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1892-1950)의 시(詩) '나는 돌아가리라'에서 따온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중남미 풍의 관악기가 인상적인 포크 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음반은 '아름다운 사람', '나 돌아가리라', '얘기나 하지'처럼 차분하고 진지한 느낌의 곡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흥겹고 발랄한 분위기의 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번안곡들은 대표적이다. 스페인 보컬 그룹 모세다데스(Mocedades)의 'Adios Amor'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곡 '그리워라'는 꽤 인기를 모았고 지금도 현경과 영애의 팬들로부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왈츠 풍의 노래이다(모세다데스는 197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Eres Tu'로 2등상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었는데, 'Eres Tu'는 이후 ''78 mbc 제2회 대학가요제'에서 상투스가 '그대 있는 곳까지'란 제목으로 발표하여 인기를 끌었다).
'종소리'는 페기 리(Peggy Lee)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캐롤 'O Ring Those Christmas Bells'를 원곡으로 삼은 곡으로, 폴카 리듬의 흥겨운 곡이다. 오리지널 가사와 번안 가사를 오가며 화음과 배킹 코러스를 가미한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요들 풍으로 노래하거나 아카펠라로 부르고 싶은 충동을 준다. '참 예쁘네요'는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의 라이브 버전으로 익숙한 'Oh, Rock My Soul'을 번안한 곡인데, 다채로운 화음과 남녀 코러스가 가미되면서 절을 거듭할수록 템포가 빨라지는 '부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피터 폴 앤 메리가 라이브에서 그랬듯 청중을 세 부분으로 나눠 '싱얼롱' 하면 분위기 만점일 노래이다. 이런 번안곡들은 음악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이현경의 뛰어난 개사 솜씨도 알려준다. 하나의 예로, 간밤에 봄비/흰눈이 내린 후 예뻐진 세상을 찬미하는 '참 예쁘네요'는 원곡과 전혀 다른 가사를 붙였지만(원곡의 가사는 가스펠이다) 놀라울 정도로 음악과 잘 어울린다.
이현경의 자작곡 '님의 마음'과 '바다에서', 그리고 이장희가 만든 '눈송이'도 '아주 쾌활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발랄'과(科)로 분류되는 곡들이다. 왈츠 풍의 '님의 마음'과 '바다에서'는 '두비두비두비'나 '라라라라' 같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