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유명세를 확실히 높여준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2003년 전 세계의 스타디움을 돌며 길게 이어진‘A Rush Of Blood To The Head’투어 이후 콜드플레이는 예민해진 심기를 바로잡을만한 약간의 휴식 이외에 다른 안식일은 거의 없이, 줄곧 새앨범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전작 [A Rush Of Blood To The Head]가 불과(?) 7개월만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면, 새앨범은 마무리 작업까지 무려 18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전력 질주하여 시카고, 뉴욕, 로스 엔젤레스, 리버풀, 런던에 있는 8개의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을 했다. 그러나 새앨범의 대부분은 마지막에 작업한 영국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고, 그전에는 일종의 연구와 같은 준비과정이었다고 크리스 마틴은 설명한다.
새앨범에 대해 크리스는 “수학에선 X와 Y가 언제나 답이 되지요. 그러나 우리 삶 속에선 아무도 답을 알 수 없습니다. 전 이번 앨범에서 이런 종류의 대답할 수 없는 문제들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세상의 모든 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솔직한 감정과 세상에 대해 보편적인 관점으로 다루는 주제들의 진지함이 콜드플레이를 스타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은 우리의 가장 꾸미지 않은 상태를 보여줘요. 음악 자체가 정말로 우리 자신들 같죠. 4명의 밴드 멤버가 모여 앨범 속의 노래를 연주해요. 그 4명 중 아무도 다른 사람과 대체할 수 없어요. 존, 가이, 윌 모두 내가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해낼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죠. 사운드도 정말 훌륭하고요. 그리고 나에게 있어선 이번 앨범은 그래미(Grammy)나 브릿(Brit) 어워즈 보다 더 많은 걸 의미해요. 왜냐하면 이 앨범은 정말 나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죠. 물론 수상도 좋지만 우리가 그걸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죠. 우리가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우리 자신들을 감동시킬 만한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찌 되었건 상이나 인기 뭐 그런 것보다는 그게 바로 음악이니까요.”
새앨범은 [A Rush Of Blood To The Head]에 귀속되는 사운드인, 전형적인 콜드플레이 표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의 감성적인 멜로디가 살아있으며, 새로운 스타일 또한 존재한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크리스는 케이트 부시(Kate Bush), 데이빗 보위(David Bowie), 클라프트베르크(Kraftwerk)에서부터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지미 클리프(Jimmy Cliff)에 이르는 음악사에 남은 영향들을 섭취했다고 한다. 이 뮤지션들 역시 새앨범에서 영속할만한 인상을 남겼지만 스타일의 핵심은 늘 고전적인 콜드플레이로서 존재하고 있다.
앨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Square One’은 정력적으로 밀어붙이는 밴드의 연주와 빈틈없고 상상력 풍부한 하모니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되고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발라드 ‘What If’는 우리가 가진 것들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가 그것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공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밴드가 스스로 엄격히 인내하게 만드는 데서 오는 생각에서 비롯된 노래이다. 약간 빠른 비트를 타고 밀려오는, 허무한 크리스의 보컬이 냉랭하고 공간감 있게 표현된 ‘White Shadows’는 콜드플레이의 곡들 중 가장 웅장한 전개를 자랑하며, 환각적인 세계로 초대장을 날린다. ‘Fix You’는 여전히 속삭이는 보컬의 매력적인 음색에 더해 깊은 울림을 내는 피아노의 경건한 움직임으로 전개되다가 도약하는 기타연주로 위력적인 멜로디의 절정을 이루어간다. 이 곡의 코러스가 전달해주는 하모니의 훅 또한, 대단하다. 앨범의 다양성을 부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 ‘Talk’의 역동적인 힘은 콜드플레이의 새로운 열정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X&Y’는 스트링 섹션이 낮게 깔리며, 유기적으로 얽힌 밴드의 연주가 영하 10℃에서 느낄 수 있는 우울한 감성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해주는 침잠 하는 로맨틱 트랙이다. 전형적인 콜드플레이의 피아노 사운드가 살아있으며, 가장 뛰어난 멜로디를 보이는 곡 중 하나인 새앨범의 첫싱글‘Speed Of Sound’는 발매 첫주에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8위로 데뷔하는 업적을 달성했는데, 이는 영국밴드로써는 비틀즈 이후 처음이다. 크리스 마틴의 휴머니즘 적인 시각이 반영된 ‘A Message’는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포근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노래 ‘Swallowed In The Sea’에서부터, 마지막 히든트랙 ‘Til Kingdom Come’까지 콜드플레이는 이렇다할 과장이나 미화 없이 차분한 그들만의 브릿팝을 완성했다.
글 / 권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