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비트와 상큼한 라임, 그리고 레트로한 감성으로 가득한 담백하고 트렌디한 재즈 힙합 크루, Sound Providers의 싱글 모음집 [Looking Backwards : 2001-1998]
The Wisdom Is Sealed, Now It's Time To Reveal
21세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현재 우리는 고속열차를 타면서 휴대용 랩탑으로 거미줄과도 같은 정보망을 통해 손가락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물건을 주문할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 LP에서 CD로, CD에서 MP3로 서서히 모든 것은 편리해지며 또한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각 분야에 걸쳐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혁신적인 새로운 것들로 인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노트나 버브, 그리고 CTI와 리버사이드에서 몇 십년 전에 발매되었던 무수한 재즈 레코딩들은 아직도 무수히 팔려나가고 있다.
5,60년대의 재즈의 유산을 가장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전수받고 있는 쟝르 중 하나는 단연 힙합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 셀 수도 없이 발매되었던 여러 정규/비정규 레코딩들을 담은 LP 소스들의 편집/재조합의 방법론은 쟝르의 특성상 무한대로 번식하였으며 레코딩 작업용 툴과 소프트웨어들의 발전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불을 당겼다. 베이스라인이 필요하면 찰스 밍거스(Charls Mingus)를 무덤에서 불러오고 죽이는 드럼 애드립이 필요하다면 아트 블레이키(Art Blakey)의 LP에서 소스를 따서 조합하는 시대가 되었다. 턴테이블과 샘플러, 편집툴, 그리고 약간의 레코드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당신도 자신만의 비트를 만들 수있다. 물론 이러한 샘플링을 '도둑질'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만, 이것은 재창조 작업의 하나로, 새로 '작품'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러한 꼴라주 작업을 하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용했던 소스를 연주한 아티스트들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샘플링을 한다고 밝힌 적이있다. 또한 아주 오랜 옛날에 너무 미흡한 홍보로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던 아티스트들의 곡을 발굴/샘플링하여 과거의 무명 아티스트들을 재조명하는 경우도 또한 생기고 있으니 이러한 디깅은 나름대로 창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Jazz (We've Got)
재즈 샘플들-혹은 리얼 밴드의 연주-로 이루어진 재즈 힙합(A.K.A. Jazz-Hop)은 힙합의 탄생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다. 재즈 건반주자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클래식 싱글인 ‘Rockit’에서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턴테이블 스크래치 사운드가 녹음되었으며 아방가르드 재즈의 파이오니아 선 라(Sun Ra)는 공연도중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마치 랩을 하듯 장문의 연설을 외쳐대기도 했다. 재즈 힙합의 샘플링은 주로 멜로디가 명확한 쿨 재즈나 그루브가 넘치는 소울 재즈, 그리고 부드럽고 간결한 하드 밥에서 이루어지는데 연주자들이 간간히 펼치는 솔로 퍼포먼스의 경우 깔끔하게 원하는 악기의 음원만을 담고있기 때문에 다른 소스들과 쉽게 어울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사랑하게 되었다. 디거블 플래닛(Digable Planets)과 갱 스타(Gang Starr), 그리고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와 브랜드 누비앙 (Brand Nubian) 등의 네이티브 텅(Native Tongues) 무브먼트가 이러한 방식의 재즈 샘플링을 대중화시켰으며 언더그라운드의 언스포큰 허드(Unspoken Heard)와 피플 언더 더 스테얼스 (People Under The Stairs)등의 뮤지션들이 이 바닥의 꾸준한 계승자라 하겠다. 그리고 루츠(The Roots), 크라운 시티 락커스 (Crown City Rockers), 그리고 프랑스의 호커스 포커스(Hocus Focus)와 같이 직접 연주를 하면서 이전의 재즈 밴드의 뿌리를 탐구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지금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 사운드 프로바이더스(Sound Providers)또한 재즈와 힙합을 사랑하는 청년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Who Am I
제이슨 스킬즈(Jason Skills)와 솔로(Soulo)는 캘리포니아의 샌 디에고에서 자라났다. 제이슨은 레코딩 엔지니어 였고 솔로는 학교를 중퇴하고 힙합씬으로 뛰어들었다. 어느날 솔로느 자신의 음악을 녹음하러 스튜디오를 찾았고 그곳에서 그는 제이슨 스킬즈를 만난다. 들어보니 괜찮았는지 제이슨 스킬즈는 솔로의 녹음에 엔지니어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는 이 사람이면 되겠다 싶어서 설득끝에 결국 둘은 팀을 결성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생각이 통했고 비브라폰 연주자인 칼 제이더(Cal Tjader)나 에릭 비 앤 라킴 (Eric B and Rakim) 같은 뮤지션들로 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랩퍼인 프로파일(MC Profile)이 가세하게 되었으며 스크래치와 비트메이킹, 그리고 랩을 하는 솔로와 비트 메이킹과 믹싱을 담당하는 제이슨 스킬즈와 함께 무적의 트리오로 거듭나게 되었다.
Skilled In The Field, So Slide To The Side / Technical difficulties is through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1998년의 여름, 사운드 프로바이더스는 샌 디에고의 작은 아파트에서 레코딩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설립한 Quarternote 레이블의 첫번째 릴리즈 작품인 12인치 싱글 ‘Dope Transmission / The Field’를 발표하는데 단순하면서도 흡입력있는 이 힙합튠은 클럽과 리스너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결국 이 한장의 싱글로 인해 그들은 몇 주후에 당시 한창 주목받고 있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인 ABB 레코드(Always Bigger & Better)와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그들이 발표한 12인치들은 족족 히트로 이어졌으며 어디를 가나 그들의 팬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는 그들의 친구인 언스포큰 허드의 걸작 앨범 ‘Soon Come’에 비트를 제공하기도 하며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인지도를 쌓아간다. 그러는 한편 꾸준히 12인치 싱글을 발매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재즈 힙합 씬에서 정규앨범이 가장 기대되는 기대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An Evening with the Sound Providers’
그러나 사운드 프로바이더스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게 됐다. 메인 MC인 프로파일이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서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 후 남은 두 명은 결국 비트 메이킹에 집중하는 프로듀싱팀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된다. 제이슨 스킬즈와 솔로는 계속 자신들의 경력을 축적해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1년 후인 2004년, 오래된 올드 팝/재즈의 라이브 앨범타이틀로 많이 사용됐던 ‘An Evening with the Sound Providers’라는 타이틀로 그들의 첫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위 작품은 발매하자 마자 힙합 리스너들과 평단의 지지를 한몸에 받게된다. 전반적으로 솔로가 스크래치를 하였으며 제이슨 스킬즈가 믹스를 한 이 프로듀싱 듀오의 첫 앨범에 그들의 친구인 여러 MC들이 참여해 주었다. 제이슨 스킬즈는 자신들의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팬이라고 직접 고백하기도 했었는데, 2001년에 사운드 프로바이더스가 직접 앨범에도 참여했었던 언스포큰 허드의 애쉬루(Asheru), 프로커션즈 (The Procussions), 위비 풀리쉬(WeeBee Foolish), 그리고 같은 ABB 레코드 소속인 매스파이크(Maspyke)와, 현재는 아틀란틱으로 떠나버린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의 참여로 MC의 공백을 매꿨다.
‘Looking Backwards : 2001-1988’
2004년 이들이 첫번째 앨범을 발표했을때 사람들이 가졌던 의문은 왜 그 동안 릴리즈 했었던 수많은 12인치 싱글들의 곡을 거의 수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MC 프로파일의 탈퇴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미칠듯한 창작욕구로 인해 새로운 비트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라고 해석되기도 했다. 결국 그들은 이전 자신들이 발표했던 12인치 싱글들을 다시 마스터링하여 CD로 발매할 계획을 갖게 되고 현재 당신이 들고 있는 씨디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초기 4년의 작업물을 담고 있는 본작은 단순한 싱글 모음집이라기 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데뷔 앨범, 베스트 음반이나 다름없다. 그 동안 힙합씬의 클래식으로 회자됐던 여러 싱글들과 이들이 가장 빛났던 3인 체제의 시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소스와 기본에 충실한 샘플의 배치는 차분하고 가끔 멜랑꼴리한 정서마저 담고 있다. 가사는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쿨 재즈/이지 리스닝으로 이루어진 소스의 상쾌한 느낌, 그리고 MC 프로파일의 멜로우하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의 엠씽 또한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애시드 재즈의 신선함과 훌륭한 그루브의 조화로 인한 담백한 힙합 튠으로 넘실댄다.
Fresh Rhymes Are Served Up On A 12 Inch Plate
본 앨범 ‘Looking Backwards : 2001-1988’은 이들이 4년동안 오직 12인치로만 발표했던 히트 싱글들과 라디오 믹스 및 공연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프로모션 비트, 그리고 그들의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간단한 비트들과 미공개 음원들로 채워져 있다.
1. Intro
앞에서 몇번 언급했던 바있듯 이들이 비트를 제공했던 언스포큰 허드의 곡 ‘This Is Me’를 도로 가져와서 인트로로 사용하고 있다. 올드팝의 고전 ‘Fly to The Moon’의 기타연주를 담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들이 언스포큰 허드에게 제공했던 비트이기도 했다.
2. Dope Transmissions
이들이 최초로 발표했던 12인치 싱글로 ‘The Field’의 비사이드면에 수록된 곡이다. 칠(Chill)한 느낌의 건반 샘플과 맛깔나는 스크래칭이 흥을 돋군다.
3. The Field
가장 성공한 싱글로 언더그라운드 클래식으로 불리우는 트랙이다. 역시 이들이 첫번째 발매했던 12인치에 수록됐으며, 따뜻하고 빈티지한 기타 샘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