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궁금하다고요? 일단 들어보고 판단합시다!
2007-08-05
-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했던 새 천년의 본 조비, 그리고 현재의 본 조비
2000년, 5년만의 신곡이 겨우 Livin‘ On A Prayer의 답습이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싱글 It's My Life과 앨범 Crush는 확실한 그들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이는 세기말을 장식 했다는 것 보단, 새 천년의 시작을 축하하는 희망의 찬가와도 같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본 조비가 공개한 정규 앨범은 벌써 네 번째입니다. 여기에 최초의 라이브 앨범과 기념 앨범, 그리고 박스 세트까지 그들의 활동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전작 Have A Nice Day 이후 2년 만에 공개되는 신작 Lost Highway는 그들의 10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그들이 데뷔 앨범을 공개한지도 어언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앨범 리뷰에 어울리지 않는 웬 존댓말이냐고요? 죄송하지만 이 앨범은 극히 개인적인, 객관성이 결여된 리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의 음악 리뷰는 늘 정석을 표방하다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말이죠.
앨범 공개에 앞서 선 공개된 첫 싱글 (You Want To) Make A Memory를 들으며 이게 정말 신곡이며 첫 싱글이 맞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잔잔한 전개와 컨트리, 심지어 가스펠까지 연상시키는 사운드에 본 조비가 맞는지에 대한 의혹도 생겼습니다. 적어도 앞선 앨범들에서는 그래도 과거를 연상시키는, 명쾌한 멜로디와 에너지를 갖춘 곡들로 팬들에 대한 배려를 우선으로 여긴 그들이었기에 말이죠. 물론 그것은 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안전성에 우선순위를 둔) 하나의 보험 상품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물론 첫 싱글로 발라드를 공개했던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베스트 앨범의 신곡이었던 파워 발라드 Always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두자, 후속 앨범인 These Days (1995)의 첫 싱글로 그와 흡사한 파워 발라드 This Ain't A Love Song을 공개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첫 싱글에 대한 실망스러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묘한 심술이 발동하여 지인들에게 (You Want To) Make A Memory를 들려주며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제법 ‘맛이 간’ 본 조비의 신곡을 들어보라고!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일어났습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 혹은 ‘이런 점이 아쉽다’라는 의견을 예상했지만 거의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아직도 본 조비가 활동을 해?’, 혹은 ‘아직도 본 조비가 앨범을 내?’ 라는...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불과 10년 전, 아니 It's My Life를 공개했던 6-7년 전만 하더라도 그들의 위상이 이렇게 축소될 기미는 없었는데 말이죠. 2000년대에 그들이 공개한 모든 앨범을 구입하고 즐겼던 나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Bounce (2002) 앨범부터 그들의 신곡을 듣던 친구들은 발견하기 힘들었던 것 같군요.
하지만 일련의 실망감을 뒤로 한 채, 이번 신작 앨범 또한 가장 애용하는 온라인 음반 매장을 통해 예약 구매를 하였습니다. 나 자신이 본 조비에 대한 신뢰가 이리도 컸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에 앞서, 지난 앨범에 이어 본 조비 티셔츠를 1:1로 증정한다는 유혹은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이 무슨 추악한 고백이냐고요? 사실 부록에 혹해 잡지와 같은 간행물을 구입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잿밥에만 눈이 멀었다면 유사한 이벤트를 펼친 마릴린 맨슨의 신보도 구매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음반에 실망해도 티셔츠가 있다는 이 오묘한 보상심리. 어쩌면 저와 같은 팬들을 공략한 마케팅 전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각성하고, 이번 앨범이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러한 멘트도 막 공개된 혹은 공개를 앞둔 앨범을 리뷰 하는 묘미이기도 하죠. 저는 적어도 이 앨범이 미국에서는 제법 괜찮은 반응을 얻어낼 것이란 예상을 해 봅니다. 국내 팬들에겐 비보와도 같을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이번 앨범은 미국인이 사랑하는 컨트리의 색채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성기의 본 조비를 기억하시는 여러분이라면 컨트리를 연주 하는 본 조비를 상상하실 수 있겠습니까?
- 스피드를 기대하지 말 지어다! 잃어버린 고속도로 (Lost Highway)
앞서 늘어놓은, 수습되기 힘든 장황한 여담들로 인해 이 앨범은 마치 자욱한 안개를 가르며 달리는 차안에서 즐기는 음악들을 연상케 할지도 모릅니다. 하필 앨범의 타이틀도 Lost Highway군요. 오프닝은 바로 동명 타이틀곡이자, 가장 과거의 스타일에 근접한 Lost Highway입니다. 어제와 작별을 고하며 브레이크 없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자유와 독립의 기쁨을 맞는 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입니다. 흥겹게 Hey Hey를 외쳐주는 센스로 일단 팬들을 안심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이어지는 곡은 경쾌한 미디움 템포의 Summertime입니다. 우려와 달리 제법 산뜻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군요. 여름 같은 느낌. 신작이 공개된 6월이라는 달과 잘 매치가 됩니다. 이젠 첫 싱글 (You Want To) Make A Memory의 차례군요. 익숙해지면 정이 간다더니, 이 곡이 그것을 입증하는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귓전을 맴도는 것이 밉지만은 않군요. 이러한 포맷은 전형적인 본 조비 사운드의 It's My Life으로 시작하여 경쾌한 Say It Isn't So, 그리고 감성적인 발라드 Thank You For Loving Me로 이어진 앨범 Crush와 매우 유사한 형태입니다. 앨범 Lost Highway는 제 2의 Crush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될 테지만 말이죠.
그들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한껏 힘을 뺀, 담백한 사운드가 이번 앨범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Whole Lot Of Leavin', Any Other Day, Everybody's Broken과 같은 곡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컨트리 뮤지션들과의 조우를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Hillary Lindsey가 함께한 발라드 Seat Next You, Big & Rich가 함께한 의외로 락 적인 넘버 We Got It Going On', 컨트리 스타 Leann Rimes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더한 Till We Ain't Strangers Anymore등... 확실한 방향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섭(?)이 잘 이루어진 느낌입니다. 특히 리앤 라임스와 함께한 곡은 컨트리 차트보다는 Adult Contemporary 차트를 공략해도 무방할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앨범 말미에 소프트하다 못해 앙증맞기까지 한 것 같은 One Step Closer가 유유히 흐를 즈음에 그들의 변화는 정말 크게 와 닿습니다. 이젠 정말로 예전의 본 조비는 아닌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군요. 이러한 변화의 계기는, 전작 Have A Nice Day에서 싱글 커트된 Who Says You Can’t Go Home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곡은 밴드 역사상 처음으로 컨트리 차트 정상을 밟았죠. 엔딩 트랙 I Love This Town'은 확실한 물증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Who Says You Can’t Go Home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정감 있는 선율과 코러스. 또 한번 컨트리 차트 정상을 밟을지도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드는 곡으로 앨범은 마무리됩니다.
- 어쩔 수 없는 여전한 본 조비 팬이 드리는 한 마디
밴드의 변절을 논한다면, 그래도 애정이 남아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많은 관심보다는 외면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전 세계를 흔든 Livin' On A Prayer가 공개 된지도 정확히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냥 그 시절이 그립다면, 이 앨범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당신의 심정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젊은이의 우상이자 오빠’일줄 알았던 그들도, 당시 Livin' On A Prayer에 열광했던 우리들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입니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라는, 결코 젊지만은 않은 그들이 여전히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You Give Love A Bad Name, Bad Medicine과 같은 곡을 부른다 한들 우리들의 반응이 여전히 폭발적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입니다.
그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음악적 변화는 세월의 흐름을 가늠케 하는군요. 하지만 여전히 ‘듣기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기본적인 속성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파워와 스피드는 감소하고, 매콤하면서도 달콤했던 맛은 담백하게 변했지만, 골치 아픈 멜로디나 지나치게 심오한 노랫말을 들려주는 과도함 또한 없었습니다. 이것의 장수의 비결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들의 변화를 100% 긍정하진 않겠습니다. 밴드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뻔한 거짓말 또한 하기 어려운 작품이군요. 하지만 기존 스타일의 고수도, 변화를 본격화한 것 또한 아닌 이전 앨범의 밋밋했던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일단, 본 조비라는 밴드에 호감이 남아있다면 들어보십시오. 가치는 그 이후에 판단해도 충분합니다. 사실 이 한 줄로 이 앨범의 평은 마쳐도 무방했을 것 같군요.
WRITTEN BY 뮤직랜드 회원 윤 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