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igy [Their Law – The Singles 1990 – 2005]
격렬한 브레이크 비트와 공격적인 록 사운드를 결합한 댄스 음악으로 세기말 전세계 음악 팬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일렉트로니카 댄스 밴드 프로디지. 지난 2004년의 [Fat Of The Land](1997) 이후 무려 7년 만에 새 앨범을 공개했던 그들이 1년 뒤인 올 2005년, 자신들의 15년 음악 역사를 정리하는 본 싱글 모음집을 선보인다.
이름하여 [Their Law – The Singles 1990 – 2005]. 질주하는 메탈 기타 리프가 돋보였던 1995년 노래(‘Their Law’) 제목을 딴 이 음반은 1990년 데뷔할 당시부터 2005년 현재까지 프로디지가 발표했던 모든 싱글을 담고 있다. 그 어떤 테크노 댄스 음악보다 더 댄서블했고 더 열광적이었으며 그 어떤 록 음악보다 더 록적이었던 그들의 혁신적 사운드를 고스란히 다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베스트 앨범에 앞서 프로디지는 두 곡의 클래식 트랙을 근사하게 새로 믹스해 한 장의 싱글로 발매했다. 바로 1992년 그들의 첫 음반 [Experience]에 실렸던 ‘Out Of Space’와 1995년 두 번째 음반 [Music For The Jilted Generation]에 수록됐던 곡이자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해커스] 사운드트랙에도 삽입된 바 있는 ‘Voodoo People’이다. 두 곡 모두 팝 문화를 강타하고 기존 음악 팬들에게 고출력 에너지의 댄스 음악이라는 변종 장르를 경험하도록 이끈 프로디지의 대표적인 초기작들이다. 물론 둘 다 이 앨범에 실려 있다.
또 이 레코드와 함께 배포되는 DVD에는 ‘Smack My Bitch Up’, ‘Firestarter’ 등, 논쟁거리가 돼왔던 그들의 모든 뮤직비디오와 1997년 [Fat Of The Land] 투어의 일환으로 가졌던 영국 런던 브릭스턴 아카데미(Brixton Academy)에서의 라이브, 그리고 2005년 핑크 팝 페스티벌(Pink Pop Festival 2005)과 1995년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Glastonbury Rock Festival)의 실황 등을 담았다.
프로디지의 2004년도 음반 [Always Outnumbered, Never Outgunned]는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밴드 리더 리엄 하울렛(Liam Howlett)은 싱어 키스 플린트(Keith Flint)와 디제이 막심(Maxim Reality)를 빼고 그 앨범을 완성했다. 대신 리엄 하울렛은 영국 로큰롤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보컬리스트 리엄 갤러거(Liam Gallagher)와 배우 겸 가수 줄리엣 루이스(Juliette Lewis), 힙합 래퍼 트위스타(Twista) 같은 유명 뮤지션들과 몇 명의 무명 인사들을 앨범에 참여시켰다.
일단 라인업 측면에서 파격을 보여줬으나 음악적으로는 로킹(rocking)하면서도 펑크(punk)처럼 거칠게 진동하는, ‘과거로 회귀’한 음반이었다. 이는 밴드가 2002년 발매했던 컴백 싱글 ‘Baby’s Got A Temper’가 처절하게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반작용이었다. 리엄 하울렛 스스로 “절대로 다시 듣지 않겠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던 그 프로젝트의 저조한 반응 때문에 밴드는 그 당시 작업하던 데모 테이프들을 완전히 폐기처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 절치부심 끝에 공개한 작품이 다른 멤버를 완전히 배제하고 외부 인물들을 대거 기용해 만든 2004년도 앨범 [Always Outnumbered, Never Outgunned]였다. 그로부터 1년 뒤, 밴드는 이 싱글 모음집을 내고 예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전세계를 누빌 채비를 하고 있다.
프로디지는 레이브 파티에서 디제이로 활약하던 영국 출신의 ‘악동’ 리엄 하울렛이 1988년 키스 플린트와 리로이 쏜힐(Leeroy Thornhill)을 만나면서 그 역동적인 밴드를 발진했다. 이어 막심이 합류해 4인조 라인업을 완성한 이들은 1990년 댄스 음악 전문 레이블 [XL Recordings]와 계약한 뒤 이듬해 데뷔 싱글 ‘Charly’를 발표하면서 레이브 열풍을 선도했다. 그 당시부터 프로디지가 시도했던 드럼 앤 베이스를 강조한 빅 비트 리듬과 샘플링, 올드 스쿨 파티, 브레이크 비트 등의 퓨전은 그들을 ‘재발명의 대가’로 떠오르게 했다.
첫 싱글의 성공 이후 ‘Everybody In The Place’, ‘Fire’ 같은 히트 싱글을 잇따라 터트리며 인기몰이를 해나가던 프로디지는 마침내 1992년 10월 첫 번째 정규앨범 [Experience]를 발표하고 레이브 씬의 이단아로 자리 잡는다. 이 데뷔작에는 이전에 출시했던 싱글들 외에도 ‘Jericho’, 그리고 이 베스트 음반에 앞서 새롭게 리믹스해 싱글로 발매한 ‘Out Of Space’ 같은 다른 차원의 일렉트로니카 트랙들이 수록되었다.
1995년에는 역류하는 브레이크 비트와 폭발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두 번째 음반 [Music For The Jilted Generation]을 내놓아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궜으며, 2년 뒤에는 키스 플린트의 ‘악마’ 같은 보컬과 초강력 록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새 앨범 [Fat Of The Land]를 공개해 전세계 테크노 팬들과 팝 팬, 메탈 팬들을 동시 만족시켰다. 특히 어린이들이 깜짝 놀란다는 이유로 BBC에서 뮤직비디오 방영을 금지한 ‘Firestarter’와 ‘Smack My Bitch Up’ 같은 싱글들이 영미시장을 공습해 격변을 일으켰다.
그 무엇보다 [Fat Of The Land]는 그 당시 얼터너티브 록에 지배되고 있는 영미 대중음악계에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큰 의미로 작용했다. 이 음반을 기점으로 영미 음악씬의 무게 중심이 얼터너티브 기타 록과 브릿팝에서 일렉트로닉과 테크노로 옮겨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 함께 프로디지는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말 그대로 프로디지의 세상을 열어제쳤다.
허나 [Fat Of The Land]가 너무 큰 폭풍을 일으켰는지 프로디지는 그 뒤 부진을 겪기도 했다. 그 와중에 멤버 리로이 쏜힐이 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밴드를 떠났으며(2000년), 리더인 리엄 하울렛은 여성 그룹 올 세인트(All Saint) 출신의 나탈리 애플턴과 결혼했다(2002년). 허나 나탈리 애플턴과의 결혼으로 오아시스의 리엄 갤러거와 동서지간이 된 하울렛은 갤러거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신작 [Always Outnumbered, Never Outgunned]를 구상할 수 있었다.
7년 만에 복귀한 프로디지는 이제 두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이 싱글 모음집은 밴드 프로디지의 빛나는 역사를 환기시켜주는 작품이다. 지난 앨범에서 독자적 노선을 펼쳤던 리엄 하울렛은 이제 동료였던 키스 플린트, 막심과 프로디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쳐 충만한 브레이크 비트 세례를 재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