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은 1963년 페렌츠 프리차이의 사후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았다. 그는 1955년 이 악단과 베를린 데뷔를 한 이후, 연주회와 녹음을 통해 이미 오랫동안 긴밀하게 함께 작업해 왔다.
DG에서 나온 파야, 프랑크, 스트라빈스키 음반들은 모두 마젤 예술의 가장 눈부시고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오래도록 남을 사례들이다. 그는 연주자들에게서 탁월한 기민함과 다채로운 색채 대비를 끌어냈다. 필립스에서는 마젤과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이 1965년 9월 그의 음악감독 취임 직후 집중적인 세션을 통해 주로 바로크 시대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필립스의 엔지니어들은 베를린 슈판다우 교외의 한 교회에서 이상적인 음향 공간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바흐의 주요 작품 여러 편과 더불어 헨델의 Water Music, Music for the Royal Fireworks, 그리고 페르골레지의 Stabat Mater를 녹음했다. 이 녹음에는 에블린 리어와 크리스타 루트비히라는 뛰어난 성악 듀오가 함께했다.
당시에도 마젤의 해석이 지닌 교향악적 장대함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바로크 양식의 관념과는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낡았다기보다, 템포의 대비, 매끄럽게 다듬어진 현악 음색, 강한 타격감을 지닌 어택에서 드러나는 매우 개성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하이파이로 구현된 장관의 바흐다. 필립스 시리즈는 이어서 모차르트 교향곡 38번부터 41번, 그리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으로 계속되었고, 이 역시 드문 표현적 강도에까지 끌어올려졌다.
이 녹음들은 지금까지 한데 모아 발매된 적이 없었으며, 지휘의 신동이었던 마젤의 눈부신 초기 경력에 새로운 빛을 비춰 준다.
오리지널 커버 아트워크에 더해 아카이브 사진과 피터 콴트릴이 쓴 마젤의 베를린 시절에 대한 새로운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