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조르당(지휘),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안드레 슈엔(백작), 한나-엘리자베트 뮐러(백작부인), 마리아 마자로바 & 판잉(수잔나), 페터 켈너(피가로), 파트리샤 놀츠(케루비노), 배리 코스키(연출)
▶ 필립 조르당의 풍성한 지휘와 배리 코스키의 너무도 정교한 연출이 결합한 결정체! 혁신적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오페라 연출가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리 코스키가 빈 슈타츠오퍼에서 새로운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였다. 이번엔 설정 자체를 크게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액팅과 장면마다의 잔재미가 어느 때보다도 정교하다. 수잔나 역의 새로운 중국 스타 판잉의 경우, 성대 트러블로 출연이 불가능했지만 힘들여 연습한 정교한 액팅 때문에 립싱크로 연기하고 무대 밑에서 이 극장 전속가수 마리아 마자로바가 대신 불렀을 정도다. 2020년부터 동 극장 음악감독을 맡아 모차르트의 비중을 확대해온 필립 조르당은 비교적 젊은 가수들을 캐스팅해 "가수 각각은 물론 전체적인 앙상블에서 우아한 서정성과 집중된 표현력을 이상적으로 버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피가로의 결혼>에 정통한 애호가라도 소장할만한 관심반이다.
[보조자료] - <피가로의 결혼>(1786)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일명 '피가로 삼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베네치아 출신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와 협력한 '모차르트 3대 오페라 부파'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피가로의 결혼>은 장르 상으로는 이탈리아어 희가극인 '오페라 부파'지만 전형적인 부파의 틀을 극복했다. 일반적 희극 캐릭터가 아닌 백작과 백작부인 커플이 피가로와 수잔나 커플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 귀족 부부의 노래에는 희가극을 넘어선 품위가 묻어나온다. 그런 점에서 희비극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네 주역급 배역 중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는가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도 한다.
- 배리 코스키(1967-)는 호주 출신 연출가다. 연극으로 출발했으나 대학에서 피아노와 음악사도 공부할 정도로 처음부터 오페라 연출에 뜻을 두었다. 호주 연극계의 총아로서 2001년 유럽에 진출해 빈의 샤우슈필하우스 공동감독을 지내면서 오페라 쪽에서 명성을 얻었고, 2012-13시즌부터 '독일 오페라 연출의 본산'이라는 베를린의 코미셰오퍼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다른 오페라하우스의 연출 의뢰가 끊이지 않는 바람에 2022년부터는 코미셰오퍼의 감독직 대신 상주연출가라는 타이틀로 바꿔 달았다.
- 스위스 지휘자 아르맹 조르당의 아들인 필립 조르당(1974~)은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의 부지휘자로 본격적인 경력을 쌓았다. 2009년 파리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발탁되어 수년간 프랑스 오페라뿐 아니라 바그너와 베토벤, 슈트라우스의 대작을 세련된 감각으로 이끌어냈다. 2020~25년에는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으로 재직했다. 그의 지휘는 '절제된 열정'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지휘하는 동작은 현란한 편이지만 현악의 밀도와 목관의 숨결, 금관의 빛을 세심하게 조화시키고, 특유의 명료한 구조 감각과 리듬의 생명력으로 냉정함과 감정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