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혹은 천국의 가장자리. 보이는 소리, 들리는 꿈 Loro’s 로로스 EP - Dream(s)
광고에서야 죽자고 떠들어대지만 see the unseen, 그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권능인 동시에 사실상 대담한 사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눈앞에 마주한 현실이 두께 몇 백 센티의 강철벽처럼 거대하고 답답하다면 우리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더 이상 보지 않으려 든다.
그러나, 그렇게 속절없이 암흑이 펼쳐질 때에도 누군가는 그 암흑 속에서 조금씩 꿈을 꾸는 법. 일장춘몽이 달리 달겠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권능인 동시에 대담한 사기다. 그런데 이 노래들은 대체 뭔가. 정말 제대로 된 사기를 치려는 걸까. 흔히들 주워섬기는 ‘시네마틱 사운드’라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공감각을 함의하고 있다지만, 정말로 소리를 눈으로 보여주는 일은 글씨에서 색깔을 본다던 랭보 만큼이나 독창적이거나, 아님 미친 짓이리라. 그럼에도 이 친구들 로로스가 꾸는 꿈은 대담하게도 총천연색이다. 그 색들은 뚜렷하진 않아도 사뭇 성큼성큼 지평을 넓혀나간다. 거인의 보폭마냥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무한히 재생되는 동선을 만들어 스스로 전진한다. 그리고 비정형으로 파도 친다.
우리가 한때 들었다고 믿었으나 사실은 목격한 게 맞는 이 음들은 눈을 감아도 멈추지 않는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천국과 지상이 맞닿은 미세한 틈 사이, 영원을 잡은 것 같았던 찰나의 기억, 분출, 흩어짐, 여운, 상처, 독백, 목탁 구멍 속의 칠흙 같은 어둠(과 빛의 갈마듦), 너의 뒷모습, 너의 유령, 네 눈 속에 비친 별 그림자, 그 모두를 흡사 계속 그림이 변하는 마법의 주마등처럼 혹은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돌려/들려준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커다란 꿈의 서사시는 이 자체로 하나의 작은 삼위일체를 이룬다. 그리고 분명히, 우리 앞에 놓인 어떤 장면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그리트의 화폭처럼 계산된 혼돈일 수도 있고 아직 쓰이기 전인 고전일 수도, 아예 완전히 텅 빈 무(無)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의 소리를 듣는, 천국의 끄트머리에 가 닿는, 당신의 미래를 점칠.
어느 쪽이든, 로로스의 음악은 계속해서 공간을 상기시킬 것이다. 듣는다고 생각하나 실은 보게 해줄 것이다.
로로스는 이 장면을 끝으로 동면에 들어간다. 꿈은 여기서 잠시 멈춘다. 빅 슬립. 롱 드림(스). 그리고 굿 바이. 암전.
글: 성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