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Lover's Song to Death(파국을 맞은 연인의 노래)/ Jim Brunberg 2:59
짙은색 선글라스를 낀 것도 아닌데 세상이 캄캄할 때가 있지.
여행자는 사랑에 번번이 실패한다. 인생이 사랑에 호락호락 않듯.
달을 가로지르는 사계절의 그림자처럼 석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우리들.
러브 익스프레스에 이어 짐 브룬버그의 두 번째 음반 수록곡. 먼 전화기 저편이나
아니면 우주 저편 멀고 먼 행성에서 불러 내 귀에까지 당도한 듯한 그런 노래.
<박스세트>라는 밴드, 듀오를 거쳐 자작음악생활을 한지 꽤 되었다.
02. Riding the Train(기차를 탔네)/ Joe Crookston 4:18
순례자는 세계의 무수한 기차역을 떠돌아 다녔다.
예약된 마지막 기차표. 아틀라스의 딸 오리온에 쫓겨 하늘의 별이 된
플레이아데스로... 그 별의 기차역으로 가는 최후의 기차 여행...
미국에 사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인 죠 크룩스톤의 기차 노래.
3장의 앨범을 냈고,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하는 화가다.
헝가리 집시가 노래하는 듯, 철로를 따라 달리는 목소리가 느껴진다.
03. Travellin' Souls (여행의 혼)/ Molly Parden 4:17
낯선 곳에 당도하여 고독을 느낄 수 있다면
여행의 혼이 당신을 휩싸고 있음이렷다.
두근거리는 고독, 외로움만이 정녕 혼을 만나게 해주리라.
몰리 파든은 직접 시를 쓰고 곡을 붙이는 내쉬빌의 싱어송라이터.
이 뛰어난 한 장의 데뷔 음반으로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몰리 파든의 음반은 곧 떠돌이별 초이스 음반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04. Red Line/ Elias Deleault 3:33
당신의 입술과 혀, 감도는 피가 붉고 길의 안쪽도 붉은 금지선.
멈추어야 할 사랑은 붉고, 술에 취한 붉은 홍등은 장맛비에 젖었다.
나는 붉은가슴울새처럼 울었고, 당신은 붉은 수박을 반쯤 먹다가 버렸다.
엘리야 데리얼트는 북미 워싱턴주에 거주하며 이른바 젠틀 포크락을 추구한다.
인간애, 사랑과 상실을 노래하며 부드럽게 삶의 정겨움을 담아내는 시어가 사랑스럽다.
아트마켓에 파는 나무상자에서 들려오는 그런 소박한 노래 같다.
05. Her kommer dine arme Smaa(헤르 콤메르 디네 아르메 스모, Your Little Ones Dear Lord)/
Vintermåne 3:34
나는 생일이 1월 며칠인데 당신은 언제이신가.
나사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는 12월 모일이 성탄절.
우리 느닷없이 태어났듯 결국엔 허둥대며 떠나가겠지?
이 오래된 성가를 부르는 빈 테르모네 악단의 싱어 안네 그라비르는
노르웨이 민속음악 반주에 맞추어 가장 기품 있는 캐럴을 들려준다.
KKV 레이블의 국내 수입반 가운데 숨은 보석과 같은 노래.
06. Winter Song/ David Blyth 3:54
겨울은 가을이 낳은 튼튼한 아들이요 봄날의 착한 아버지.
사나운 추위를 견디는 그 두터운 가슴은 숨은 따뜻함이리라.
가난한 작은 볕 한 조각으로도 생명을 길러내는 고마운 이.
호주 동남부 출신의 포크싱어 데이빗 블리스는 멜버른에서 나고 자란
캥거루의 친구. 얼터네이티브 스타일을 고수하는 쟁쟁한 반주가
무척 인상 깊다. 겨울이 성큼 다가올 것 같은 노래 분위기.
07. Golhaye Abi(고라예 아비, Blue Flowers)/ Marjan Farsad
이란은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세계와 또 다른 세계인가.
황량한 고산과 기슭마다 꽃들이 핀다. 화약 냄새보다도 진한 꽃내가.
엉덩이를 치켜든 간절한 기도들로 녹슨 총구마다 꽃들이 필까.
마리안 파사드는 이란 출신의 여성 포크싱어로
자장가들을 그러모은 첫 앨범은 이란풍의 반주에 얹고서도
매우 모던한 색채의 음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런 노래야 말로
월드뮤직의 정수다.
08. Eye of the Storm(폭풍의 눈)/ Bless These Sounds Under the City 2:47
<폭풍의 언덕>이란 책을 처음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노래든 책이든 폭풍 두자만 나오면 무조건 사랑하게 되었지.
마침내 내 인생 조차도 폭풍의 한 가운데 놓아두었다.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밴드 블리스 디스 사운드 언더 더 시티는
밥 딜런과 라디오헤드에 영향 받은 일렉트로닉 포크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가 명프로듀서 찰리 홀로만을 만나 매우 세밀하고
내밀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 중의 대표곡.
09. Child Of Nature(First version of ‘Jealous Guy’)/ Mason Jennings 2:58
단풍이 들었어요... 가을에 아이가 보내온 편지의 첫 구절.
밖에 눈이 내린다... 겨울에 아이에게 보낸 답장의 첫 구절.
캄캄한 밤바다 우주 속에서 한 아이와 나누는 사랑의 편지.
메이슨 제닝스는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의 포크 가수로
밥 딜런 헌정 영화 <아임 낫 데어>에 노래를 담기도 했다.
오늘은 존 레넌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하여 들려주고 있다.
10. Jul, Jul Strålande Jul((Christmas, Radiant Christmas)/ Stephen Brandt-Hanssen 4:09
메리 크리스마스! 추운 바깥에서 놀지 말고 난롯가로 오렴.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 갔었다. 기다란 뿔의 순록을 만나러...
빨간 머리칼 어머니는 눈밭의 아이들을 불러댔지. 댕댕 종을 울리며.
노르웨이의 스테판 브란트 한슨은 <크리스마스 불빛 아래>라는 음반을
통해 캐럴의 정수를 선보였다, 이베르 크레이브의 오르간과 피아노 반주,
지그문트 그로븐의 하모니카 연주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캐럴.
11. La Resolana(라 레소라나, 양지바른 곳)/ Emma Junaro 4:39
볼리비아 라파스로 향하는 스무 시간 국경버스, 사람도 타고 닭도 타고...
엠마 후나로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가 운전수 곁에서 까만 얼굴이었다.
티티카카 호수에 잠깐 멈추었을 때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지.
엠마 후나로는 안데스 산맥권(알티플라노) 고지대인 볼리비아 모국을
비롯 남미 곳곳에서 존 바에즈의 감성을 지닌 싱어로 존경 받는
대표 뮤지션이다. 그녀의 뛰어난 노래 가운데 가장 성성하고 맑은 노래.
12. Guitarra en Duelo Mayor(기따라 엔 두엘로 마요르, 위대한 결전속의 기타)/ Julio Cesar Barbosa 3:56
해방신학을 공부했던 목사. 남미의 전사처럼 또는 독일 고백교회의
정의로운 목사처럼, 내 청춘은 체와 예수를 믿고 따르던 세월이었다.
여행, 관광 따위가 아닌 순례. 순례자를 위한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앙헬 파라의 곡들 중에 어쩌면 가장 혁명적이고 묘사적 연주미학이
담겨진 곡. 바르보사의 해석으로 듣는 이 노래는 게릴라의 총탄 소리와
남미혁명가 체 게바라의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 격렬하고도 비장하다.
13. Dos Gardenias(도스 가르데니아스, 두 송이 치자꽃)/
Whitney Moore & Jose Luis Chagoyan 3:58
길 위에 치자꽃 피었구나. 치자꽃이 눈부시게 피어 환한 대낮이구나.
이 특별한 순간에 객창감은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방랑승은 바람이 가는 방향, 빨간 먼동이 트는 방향으로 고갤 돌렸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더욱 잘 알려진 쿠바 노래.
이 노래를 들려주는 휘트니 무어는 목청에 힘을 모두 뺀 체
지나가는 엷은 바람이 들려주는 듯 감미롭고도 신산한 어조로 노래한다.
14. Camino del indio(까미노 델 인디오, 인디오의 길, 아타우알파 유팡키 곡)/ Lidia Borda 4:04
물렁한 낙과처럼 습한 기운이 감도는 인디오의 늪과 길이여.
뿌리로 낭떠러지를 버티듯 얼굴이 죄다들 일그러져 있구나.
그녀가 청혼을 받아주던 날, 아기가 태어난 날을 빼고는...
리디아 보르다는 아르헨티나의 민속 가수로 아타우알파 유팡키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뒤를 잇는 계보의 한 주인공으로 손꼽힌다.
유팡키의 대표곡인 이 노래는 남미 인디오가 기억하는 자기 자신의 노래.
15. Lullaby(어린 양의 자장가)/ Chava Alberstein 4:05
아이가 없는 나라에서 자장가, 자장가를 불러줄게.
전장은 불타고, 신용불량자와 실업자는 언제나 생존 전쟁.
아수라 비명들 속에서 들리는 아이 우는 소리는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샤바 알베르스타인은 이스라엘의 가수이자 평화운동가.
그녀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매파들과 싸우고 있다.
중동의 검은 연기 앞에 하얗고 소중한 어린 양들을 지키는 기도 노래.
16. Velha Chica(벨라 쉬까, 늙은 쒸까 할머니)/ Waldemar Bastos & London Symphony 5:35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기껏해야 제주도 관광이 고작인데,
호주로 이민간 아들을 둔 할머니 한분이 여행 수다에선 대장님.
지난해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자 동네는 심심한 제주도 얘기뿐...
발데마르 바스토시는 아프리카 앙골라의 음유 시인이다.
“발데마르 바스토스는 앙골라, 아니 전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목소리다.”
프랑스 음악전문웹진 《Mondomix》는 이렇게 그를 소개하고 있다.
런던 심포니와 만나 장중하고 격조 높은 현악 반주로 노래한 이 앨범은
기존 날것의 아프리카 월드뮤직과 질감이 많이 다르지만 속살은 일맥상통.
17. Carnival(카니발)/ Emily Cavanagh 3:55
인생에게 수많은 축제가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큰
축제이고, 이후부터 모든 시간은 달콤한 축제의 기간이리라.
꽃상여를 들고 가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축제다. 여행을 멈추지 마라!
시카고에 이주한 아이리쉬 대가족의 막내둥이로 태어난 에밀리 카바나흐는
소녀시절의 감수성을 살려 자잘한 삶의 노래를 지어부른다. 지금은 뉴욕 부룩클린에
거주하고 있으며, 르완다국립대에 교환학생과정을 밟기도 하고 세계여행을 즐긴다.
18. Goodbye, Goodbye(안녕, 안녕히)/ Seth Martin 3:44
안녕 안녕히... 인사하네, 당신에게 나에게 모두에게.
소란스럽게 속닥이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모든 것은 사랑이었네. 아주까리 꽃 지는 날 안녕 안녕히
세스 마틴은 2008년 노스 웨스턴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공연을 가진 바 있는 여행자요 가스펠 포크 싱어이며 삽화가.
모든 앨범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버린 봉투를 재생해 음반을 만드는
소박한 환경보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