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황금을 찾아 나선 스페인인들이 처음 남미 땅을 밟은 이후 남미 남미 인디오의 역사는 비극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안데스 고원에 꽃피웠던 잉카의 찬연한 문화는 무지한 서구인들의 폭력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역사의 침묵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1970년 사이먼과 가펑클이 소개하여 전세계 애호가들을 들끓게 했언 'El Condor Pasa:철새는 날아가고'가 안데스 인디오 음악임이 알려진 후 인디오 음악은 애호가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안데스 인디오의 플루트. 이들의 울림에 마음을 열어보자. 바람을 가르고 오는 갈대의 공명에 도시하층민으로 전락한 '태양의 후손' 인디오의 고달픈 삶의 속살이 묻어 나온다. '오얀타이', '순결한 목소리', '트라피체'등을 연주하는 악기 께나의 울림은 멀리 안데스 고원의 목동이 그리움을 실어 보내는 듯 바람을 타고 온다. 이 악기는 나무나 돌, 흙으로 만들지만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그 사람의 뼈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께나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함께 전해 온다. 피리 소리로나마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던 인디오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악기인 것이다.
이 악기의 오묘한 음악이 차랑고, 기타같은 탄현악기의 애절한 트레몰로와 나직하게 관능을 파고드는 봄보, 카하같은 북소리에 실려 영혼을 뒤흔든다. 이 음악들은 지난 세월의 회한을 머금은 듯 애절하고, 비장하며 우수에 차있다. 마지막 트랙에는 북미 인디언의 피리음악 한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 있다. '고요한 석양'이라는 제목처럼 평화로움에 무한히 빠져들수 있는 음악이다. 최근 Tv Cf에 사용되어 친숙해진 곡이기도 하다.
이 음반에서 폴 사이먼의 그것처럼 세련됨을 찾고자 한다면 착각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풋풋하고 덜 세련되어 투박한 맛도 풍기는 이들 음악의 행간에서 인디오들이 겪었던 세월의 풍상을 읽어내는 이라면 이 음반은 소중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서구인들이 남미 인디오에게 미처 빼앗지 못한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옥수수와 피리, 그리고 들풀같은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인디오들이 오늘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것은 그들의 자연친화적인 높은 정신문화 때문이었고 그 산물인 피리 음악이 이 음반에 담겨있다. 5음계(Penta-Tonic)을 사용했지만 서양의 음계를 자연스럽게 융화시키고 자신들의 악기와 기타같은 서양악기를 음악에 조화로 빚어낼 줄 아는 그들의 지혜를 이 음반에서 느낄 수 있다.
고려청자의 빼어난 수려함보다는 분청의 질박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