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따스한 음악으로 작은 행복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음반.
2009-11-02
공기 사이를 가르며 가볍게 뛰어다니는 피터 팬의 움직임 같은 기타의 아르페지오.
People doing people things on a Sunday, 그리고 곁들여지는 간결한 베이스의 울림,
어디선가 풍겨오는 따뜻한 아침 음식 냄새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여자의 코러스,
영롱하다는 말이 더 이상 잘 어울릴 수 없이 들려오는 피아노.
그리고 한 겹,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하나 더 얹어지고 나면
눈 앞에는 평화로운 세상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저절로 펼쳐지게 된다.
유려한 피아노의 솔로와 그것을 묵묵히 쫓아가는 기타 스트로크의 조화 - 가끔 엇박 스트로크가 나올 때의 짜릿함이란,-
조심스럽고 다정스러운 남자들의 목소리와 포근한 여자의 목소리의 대비와 어울림,
그리고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곡의 탄력을 살려주는 베이스의 통통거림.
곡이 마치면 너무나도 아쉬워져 다시 한 번 더 플레이 하고 싶지만,
곧이어 어쿠스틱 기타를 앞세우고 등장하는 두 번째 곡 Goodbye To Almeida의 흔들림에 금새 휩쓸려버리고 만다.
컨트리를 연상시키는 조금은 빠른 템포, 그리고 여성 코러스의 등장 범위가 더 늘어나버렸다.
어느 새 첫 곡은 까맣게 까먹어 버린채 이들의 모습을 쫓아가본다.
그렇게 화려한 연주의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다보면 금새 이들은 사라져버린다.
다시 등장하는 다정한 목소리,
세 번째 트랙 Walking Back Alone,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이 계속해서 몰려온다.
특히 가슴 한 쪽을 지긋이 눌러오는 곡 후반부의 선율은 눈물나도록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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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하나하나의 아름다움과 그 조화로움으로 일어나는 또다른 형태의 것을 맛보는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은 물론, 단 1초만에 사라지는 선율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의 향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온 공간에 가득 부유하고 있으며, 더욱이, 온 마음을 집중하게 만드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고백까지 담긴 정말 정말 좋은 음반.
혹자들은 이펙트 강한 곡이 없이 그저 잔잔하게 좋다고 평가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자극적인 곡이 없을 뿐입니다.
액션 영화를 볼 때보다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 영화를 볼 때 더욱 집중해야 하듯이,
이런 앨범일수록 정말 내면의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단 한 곡도 쉽게 지나치면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전부 다 아름답습니다. 모든 순간 순간이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으니 단 1초도 그냥 졸면서 듣고 넘겨버리면 아까워져요.
아주 섬세하면서도 소박한 행복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Ron Paul Morin & Luke P Wilson의 이 앨범이 그려내는 그림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가볍게 생각하고 치부하는 조그만 일상의 행복한 그림들입니다.
이토록 섬세하고 다정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정말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들의 음악에 나오는 것의 반만이라도 흉내내고 살 수 있다면 앞으로 살아가며 괴로워 할 일은 현재의 절반도 안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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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 표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며 쉽게 잊고 있는 혹은 흘려 보내고 있는 모든 상황들을 다시 기억하게 만들어 조그만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고 삶을 다시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보석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멋진 앨범을 재발매해준 빅핑크뮤직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