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달 한가 한 (Digipak)[CD]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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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블 : 푸른곰팡이
  • 장르 : 음반 > 가요 > 락/인디
  • 발매일 : 2015-02-10
  • 미디어 : 1CD
  • 수입여부 : 라이센스
  • 제조국 : 한국
* 발송일은 타 상품과의 합산 주문, 음반사 및 택배사 일정에 따라 일부 변동될 수 있습니다.
Disc. 1
1. 대나무 사이에 든 달
2. 꿈꾸는 달
3. Deep, In Deeper
4. 달을 보내는 새벽
5. 달빛여린 대회
6. 짧은 순간 긴 여운
7. 달과 숲 이슬이 만나는 시간, 어린나를 위로하며...
8. 여운한 달
9. 유림(幽林) - 치유의 숲
10. 달한...
기타리스트 산하의 첫 번째 기타 연주곡 집 [달 한가 한]
달한, 달하는 삶의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 달에 관한 열 가지 이야기.

이 앨범은 현대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사회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존공정’이라는 새로운 개념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메마른 감정들을 친근하면서도 깊은 정서를 머금고 있는 ‘달’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 보기 드문 연주앨범이다. 또한 전곡 모두가 달의 모양, 달의 느낌, 달빛의 색깔, 달빛의 소리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주는 창작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 기타솔로나 한두 가지 악기로만 구성되어 있어 다소 지루 하거나 개인의 넋두리를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들을수록 점점 더 깊은 심연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연주자는 대단 하지도 않을 개인의 경험과 꾸밈없는 성찰과 ‘달의 정취’에 힘을 빌어서 여백과 여운의 공간을 비우고, 동양적인 정서를 탐닉하며 느리고, 비우고 더러는 채우기를 반성하며 ‘진정성 있는 실체는 그 그림자를 알아본다’ 라는 자기신념의 카드를 꺼내 들어 사색적인 삶에 대한 즐거움과 위안을 공유 하려는 듯하다.
곡들은 크게 3가지 특성들로 추려볼 수 있다. 메인 6현의 스틸 기타로 이루어진 ‘기타솔로’의 첫 번째 부분(1,2,4,7,10번곡)과 두번째, 메인 6현과 8현 하프우크렐라와 클라리넷과의 콜라보레이션 파트(5,8번곡), 마지막 세 번째는, 기타와 클라리넷, 건반 악기의 추가로 서사적 스케일이 느껴지는 특징들(3,6,9번곡)로 나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은 서정미학의 정취를 향유하거나 뚜렷한 주제의식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다양한 일면을 이루었다.
타이틀 곡 ‘대나무 사이에 든 달’은 언뜻 대나무사이로 들여다본 달빛의 정취만을 그리는 듯 해 보이지만 그리운 대상에 대한 설렘과 안타까움, 감동을 핑거링의 템포의 변화와 조성의 갑작스런 변조에 의해서 상황과 시간성을 이끌며 대상의 끊임없는 갈망을 야기한다. 이 곡은 화려하진 않지만 달빛의 정서에 가깝게 유유자적 흐르는 시간의 속성과 여분을 즐기다가는, 안타까운 어두움에 들어 알길 없는 우리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우리가 그리는 그리움의 대한 이야기이고 걷고 싶은 사유의 숲을 여운으로 들어서고, 존재에 대하여 존엄을 일깨우고 싶은 길고 긴 여정의 첫 걸음이다. 이러한 ‘기타솔로’의 곡들은 달을 매개로 어떠한 대상을 사유하지만, 클라리넷을 이용한 콜라보레이션 곡들에서는 보다 주도면밀하게 사유 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더 깊숙이 관여한다.

5번곡 ‘달빛여린 대화’ 는 클라리넷과의 상호연주(interplay)는 특히나 효과적으로 여백을 이끌어 내면서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 곡은 부분 즉흥 연주이다. 재즈의 즉흥형식처럼 자연스럽거나 그 순간 연주자의 내적 흐름에 따라 연주가 진행되는 창의적인 발상과 새로운 형식을 얻기 위한 발상으로 풀이된다.
형식적으로는 재즈의 프리스타일과 상호연주(Interplay), 코드 구성음으로 이루어져있다. A파트는 프리 스타일이지만, 인터플레이를 염두 해 두면서 진행했고 B파트는 C코드 구성음과 조금의 경과음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C파트에서는 다시 프리 스타일로 마무리한다.
이 곡은 처음부터 두 존재 간에 대화를 염두하고 주제를 두고 한 즉흥연주이다. 기타를 먼저 레코딩 후에 클라리넷이 들어섰다. 그러니까 기타와 클라리넷은 서로 상호연주의 경험이 없다. 사실은 대화 없는 대화인 셈이다. 그러나 기타는 다음에 들어설 클라리넷과의 보이지 않는 대화를 연상 하면서 공간을 비워두는데 이때, 자연스레 여백이 생긴다. 연주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공간의 배려로 생기는 자연스런 여백의 깊이와 적절한 균형감. 의도적으로 비움을 만들어 내는 어색함이 아니라 들어 설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런 공백...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클라리넷은 질문에 응답 하거나 그냥 지나치고 더러는 무시해 버리며 제 할 말만을 할 때도 있다. 대화를 피상적인 답례의 수순으로 흐를 것 같지만, 오히려 주관 적으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 가능 하다. 이 대화 형식은 일련의 서정적인 달빛을 주제로 여백을 이끌어 내기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그리고 비어있을 그 공간에 대상의 그리움을 넣고 상상의 공백을 열어주어 일련의 ‘비움’을 유도한다. ‘空,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비워 두는 것’ 비움은 공간적인 부재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삶의 표현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한껏 채울 수 있는 충만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공백은 비어 있지만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신선한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삶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순수하고 맑게 깨어 있도록 해주고, 느림의 미학 속에서 삶을 은은하게 비추어주는 달빛의 소리는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이끌어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특징으로 요약되는 서사적 기능이나 명상과 자기통찰과의 힘겨운 여정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건반악기의 추가로 핑거 스타일연주기법은 의미를 잃었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자기성찰의 강한 신념은 부담스런 독백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이게 만든다.
음악의 모태는 자연의 속성에 좀 더 근접하여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자연스러움, 다시 말하자면 “어떻게 자연은 자연스러운가” 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인간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사는 것이 힘들다” 라는 선고로부터 달리 말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신체를 자연의 일부로 본다면, ‘매일 자연스럽지 않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자연의 유기적 속성, 배양, 순환, 반복, 연속성, 자기치유력과 분배, 상호 보완성과 상호작용 등은 유기적이면서도 여러 반복적 속성 내포하고 있다는 일면을 포괄할 수 있다. 자연은 곧 패턴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음악적으로 대입하자면, 멜로디를 짧게 만들어 패턴화 시키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반복 연주하면 짧은 멜로디의 기분은 사라지고 또 다른 음율, 감흥이 파생되는데 9번곡 ‘유림(幽林)-치유의 숲’에서 특히 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곡은 8현 하프우크렐라로 연주 되었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한 2마디의 패턴을 반복하며 가끔 베이스 런닝을 조금 추가할 뿐 특별한 멜로디라인도 없을뿐더러 테크닉의 난이도도 매우 쉽게 짜여 져 있다. 다만 7,8번 줄의 베이스런닝은 기타바디의 지면을 변칙적으로 프렛니스(fretless)로 창안하여 조금의 그루브감이 변화를 꾀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 두 마디 패턴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한다. 그리하여 멜로디는 사라지고 길게 늘어선 패턴 사이에는 마음의 동요가 일어선다. 그리고 각자의 상상이 관여하고 그 상상은 연속적으로 치달아 자기 통찰의 귀결로 치닫는다.
보다 더 자연적이거나 자연스러운 자연의 속성을 모방하고 음악적 욕구를 창의적으로 풀어 단순히 매개적 역할만을 의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자연과 닮아있다. 자연의 속성을 매개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기분을 따라하고 그 리듬에 스며들며 내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로 들어서는 감동으로부터 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의 정서를 조심스레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앨범은 개인적인 자기 독백이 매우 농후하다. 무엇이든 세계화 되고 서구화된 사회에서 이윤과 가치창출만이 우선시된 현실 속에서 개인의 가치는 자꾸만 작아지고 소멸되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앨범은 꾀 귀 기울여볼만한 가치가 있다. 연주자가 주문을 걸듯 소신 있게 외치는 ‘진정성 있는 실체는 그 그림자를 알아본다’ 라는 신념의 카드가 효과적으로 발휘되길 바라며 분주하게만 달리기를 재촉하는 세상 속에 한줄기 여백과 여운의 달빛을 향유하고 그 달빛을 찻잔에 담아 음미하며 느리지만 진솔한 가치들이 우리의 삶에 안착하길 희망한다.

無我 송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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