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솔로이스츠 JUL은 가야금 연주자들의 음악적 고민과 성찰을 공유하고, 발전적인 연주활동을 위하여 뜻을 모았습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국창작음악의 아카데미즘을 바탕으로 숨겨진 레파토리의 발굴과 기존 레파토리의 새로운 해석을 위한 작곡가 시리즈입니다. 가야금 악곡의 거장 작곡가 이해식, 백병동, 이성천, 이건용, 황병기의 작품목록들을 살펴 음악세계를 재조명하고, 깊이 있는 연주무대와 음반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 음반은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의 세 번째 음반작업이며, 작곡가 이성천과 이건용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성천 선생님은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국악창작에 초석을 다진 작곡가입니다. 2013년 9월 JUL은 이성천 선생님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제자로서 깊은 존경과 그리움을 되새기며 연주회를 하였습니다. 그 중 선생님의 대표곡인 산조가야금 독주곡 '놀이터'와 보다 넓은 음역대의 확장을 위해 직접 개발하신 저음과 고음을 추가한 21현금을 위한 독주곡 '벌거벗긴 서울'을 음반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가로서 한국음악의 어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곡가 이건용의 작품은 2014년 12월 연주하였고, 그 중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첼로와 25현가야금을 위한 '저녁노래 5'를 비롯하여 25현가야금을 위한 '별과 시', 가야금과 바이올린・첼로를 위한 'Trio', 산조가야금에 노래를 얹은 '여름 정원에서'를 담았습니다.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 작곡가 시리즈 III 이성천 / 이건용
선생님! 뭬 그리 갈 길이 바쁘셨나요 中
모음곡 '놀이터'는 그와 내가 단단한 인연을 맺게 된 작품입니다.
본래 피아노곡으로 공보부 신인 작곡상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이를 가야금
독주곡으로 편곡하여 나의 제2회 가야금 독주회에서 초연하였고 이 곡은 전통음악
연주법에는 없는 난삽한 기교의 선율과 리듬과 화음 등으로 이루어져 많은
연주법을 개발해야만 연주가 가능한 곡이었습니다. 연주 불가능할 줄 알았던 곡을
연주함으로써 새로운 연주법이 개발되었고 현재 연주되는 다양한 연주법의 효시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
이 재 숙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 작곡가 시리즈 III 이성천 / 이건용
모순을 견디는 자, 그 마음의 뿌리
이건용의 가야금 작품에 관하여 中
이건용의 가야금 작품은 세 가지 절차를 거쳐간다. 환원주의적 폐기, 환원주의적 추억,
미학적 구출. 이는 25현금을 과연 가야금으로 볼 것이냐, 다시 말해, 가야금이 무엇이냐에서 시작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가야금은 경제와 남도제의 농현에 최적화된 악기이고
25현금은 그렇지 않다. 생긴 게 기계적으로 비슷하지만 25현금은 가야금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모르는 악기다. 다른 악기다. 7음계 화성이 요구하는 피치 안정성과 농현을 위한
높은 안족이라는 모순되는 목적을 2인용 의자에 세 명을 앉히듯 비집어 섞어놓았다.
그러므로, 이건용의 것을 포함한 모든 25현금 작품은 다음의 두 가지 관점의 배분이다.
하나는 25현금을 가야금으로 보는, 말하자면 오직 농현 도구로 보는 관점, 다른 하나는
그것을 오직 정률적 관계를 가진 피치들의 집합으로 보는 관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