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부탁받았을 때 바로 수락한 건 아닙니다. 내가 뭔가 진심으로 느낀 게 있어야 남에게 추천도 하는 거니까, 일단 앨범을 들어보겠다고 했죠. 들어본 후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쓰겠다고 했어요. 마음에 와닿는 음악이었거든요.
왜 와닿았을까. 그럴싸한 음악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그럴싸한 음악과 좋은 음악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에는 솔직함과 독창성이 담겨 있다. 이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양치기소년단이 그 두 가지를 다 추구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일단 가사에서는 개인적인 고민들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사춘기는 지났지만(<사춘기> 중에서) 아직 락스타(<락스타가 된대도 난 너만 있으면 돼> 중에서)는 되지 못한 이들이 딱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보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어요.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되도록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요.
음악의 스타일 면에서는 록과 가요의 여러 전통들을 다양하게 이어받고 있다고 느꼈는데, 전통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보다는 되도록 잘게 쪼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정성껏 다시 조합하고자 한 것 같아요. 연주도 잘합니다. 사실 저는 시작하는 밴드에게 좋은 연주력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자칫 잘못 활용하면 닳고 닳은 느낌이 나버리거든요. 하지만 양치기소년단은 자신들의 좋은 연주력으로 오히려 청춘의 채도를 높이고 있었어요. 저는 우리말이 하나의 훌륭한 악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그 악기를 다루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록 페스티벌에서 다 같이 신나게 놀기 좋은 노래들도 많더라고요.
뭐, 아무튼 저는 상당히 재미나게 들었다는 얘기예요. 좋은 방향을 바라보며 출발하는 한 밴드의 첫 정규앨범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궁금하네요. 함께 지켜보면 어떨까요?
'양치기소년단'을 위해 '장기하'가 씀
01. 소년
새벽 창밖에서 서서히 하루를 시작하는 것들을 보며 쓴 곡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려는 자연의 모습은 참 점잖고 멋진 것 같아요.
아침을 여는 라디오처럼 정규 1집 [우리] 시작으로 이 곡을 여러분께 선사합니다!
02. 구름을 타고
"왼쪽에선 먹구름이 비를 머금고 계속해서 나를 쫓아오는데 저쪽에선 네가 내 손을 잡고 밝은 빛으로 달려가네!"
온통 환한 미소로 나를 감싸 안아 주는 존재에 대한 소년의 감사함을 담은 곡입니다.
03. 운명인가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면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이 내 섣부른 망상은 아닐지 의심하게 될 때도 있죠.
근데 뭐 어쩌겠어요? 이 모든 것이 운명인걸요.
04. 사춘기
모순적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전히 사춘기 같은 우리의 모습을 그렸어요.
어른이 되기 위해 소년, 소녀 시절을 희생했지만 결국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가 다시 되찾을 어린 시절을 위해서요.
05. 락스타가 된대도 난 너만 있으면 돼
제목에 다 적어 놓았네요.
06. Intermission
Intermission : 오늘날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에서 다음 막이 시작될 때까지 주어지는 쉬는 시간을 뜻하는 용어로 주로 쓰인다.
07. 쉬는시간
우리는 말이 너무나 중요해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말조차도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08. 우리
우리 같이 춤춰요
나이많은사람적은사람남자여자지나가는사람사랑하는사람가만히있는사람어머니아버지누나동생바쁜사람힘든사람어디가야되는사람이해못하는사람외로운사람다
여기 모여요
09. David
세 번째로 유명한 양치기를 소개합니다.
우리와 닮은 것 같지 않나요?
10. 양치기의 노래
그러고 보니 '양치기'와 '소년'은 재밌는 조합인 것 같아요. 많은 양 떼를 모는 일을 어렵지 않게 소년 혼자 해내니까요.
뭣 모르는 소년이라 할지라도 누구보다 양들을 사랑하는 이들
우리는 '양치기소년단'입니다.
11. 웰컴!
이 곡은 4월의 제 생일에 쓴 곡입니다. 올해 생일은 뭔가 무미건조하고, 힘들고, 재미없게 지나갔어요. 사실 생일에 대해 별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의미 없이 지나니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상상을 했어요.
과거의 생일을 맞았던 내가, 시공간을 넘어 올해 생일에 온다면 그 친구(과거의 나)를 보고 위안과 힘을 좀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왜냐하면 그 친구는 지금의 나보다 더 활력 있고, 초심이 있고,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죠.
자! 이제 앨범의 커튼콜입니다. 즐겁게 마무리하자구요!
양치기소년단 The Shepherd Bois
이찬빈 Chan Been Lee(Vocal, Guitar)
나유안 Ewan Nah(Bass)
최창현 Chang Hyun Choi(Guitar)
이민혁 Min Hyuk Lee(Keyboards)
강제덕 Je Deok Kang(Drums)
Presented By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Supported By KOCCA
본 음반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즈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