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님아, 고히 한잔 하러 이리 오서요. 21세기의 모던 걸, 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
어린아이부터 아가씨, 중년의 살롱 가수 같은 고혹적인 중 저음까지 가지각색 빛깔의 목소리를 가진 연극배우 최은진. [다시 찾은 아리랑]이라는 음반으로, [천변풍경 1930] 콘서트로 노래에 다가섰던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13곡의 만요를 눌러 담아 앨범 [풍각쟁이 은진]을 발매했다. 만요는 ‘오빠는 풍각쟁이’, ‘빈대떡 신사’ 등으로 대표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유행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노래다. 소소한 내용을 가사에 담아 자유롭게 부르던 노래였기에 하나의 장르로 대접받거나 지속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소한 민중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산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그녀가 부른 13곡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를 필두로 작사가 조명암과 작곡가 김해송(본명 김송규)등 1930년대 대표적 음악가의 만요 작품들이다. “핸드빽하고 파라솔하고 사주마 했지요”하며 신혼 초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는 아내를 그린 ‘신접살이 풍경’, “연애냐 졸업장이냐”를 고민하는 ‘엉터리 대학생’, 등 그 시대의 흥미로운 생활상을 보여주는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일제 강압을 반영한 ‘연락선은 떠난다’와 ‘아리랑 낭낭’, 또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노래로 알려진 우아한 재즈송 ‘이태리의 정원’도 수록되어 있다.
최은진은 만요가 가져다 주는 그 시대의 소박함과 낭만, 해학을 붙잡아 우리를 타임 머신 속으로 안내한다. 이 타임머신에는 우리에게 ‘하찌와 TJ’로 알려진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찌도 합류했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아코디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하찌의 감각적인 프로듀싱은 최은진의 다채로운 보컬과 만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미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만요를 처음으로 접하거나 코믹송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청자들에게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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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woc
풍각쟁이2010-06-18
[풍각쟁이 은진]은 이 난관을 날렵하고 가볍게 받아넘긴다. 이를테면 첫 곡 "고향"의 경우, 편곡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최은진의 버전은 음정을 살짝 높이고 템포도 다소 빠르게 잡고 있다. 악기도 적어서 전자가 ''오케스트라''라면 후자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다(그건 음악적인 필요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 보통 음정을 높이고 템포가 빨라지면 ''더 좋고 세련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바이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뚜렷한 발음과 개성적인 가창으로 곡을 소화하는 최은진의 목소리는 그런 편곡방식이 그저 잔재주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는 원곡의 간드러진 ''앙탈''을 보다 ''연극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 경우는 ''거리두기''다. 난관을 받아넘기는 또 다른 방식이겠다. 다만 “연락선은 떠난다” 같은 곡에서의 나레이션은 (좀 지나치게 받아넘기는 바람에) ''우습게'' 들린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덧붙여 두는 게 좋겠다.
더불어 음반은 중간 중간 ''모던''한 손길을 가한다. 큰 뒤집기는 없지만 소소하게 감칠맛 나는 부분들이 귀에 잡힌다. 개인적으로는 찰랑거리는 바이올린이 인상적인 "고향"의 도입부나 "화류춘몽"과 "활동사진 강짜", 쓸쓸한 여운이 스며 있는 "이태리의 정원"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활동사진 강짜"는 아예 새로운 노래("우주의 한 구석에")를 삽입하고 있다. 이런 감각은 프로듀싱을 담당한 하찌의 공일 것이다. 최은진의 음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정확히 말해 최은진과 하찌의 음반이라고 말해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다. 프로듀서의 감각이 보컬의 매력만큼이나, 혹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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