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베토벤 : 초기 피아노 소나타 2집 (Beethoven : Piano Sonatas Op.2 No.3, Op.7, Op.10 No.1, Op.13 'Pathetique', Op.22, Op.26, Op.27 No.1) (2CD)

백건우 (Kun-Woo 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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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1
1. Piano Sonata No.13 in C major, Op.2/3 : I. Allegro con brio
2. Piano Sonata No.13 in C major, Op.2/3 : II. Adagio
3. Piano Sonata No.13 in C major, Op.2/3 : III. Scherzo & Trio. Allegro
4. Piano Sonata No.13 in C major, Op.2/3 : IV. Allegro assai
5.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6.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 II. Adagio cantabile
7.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 III. Rondo. Allegro
8. Piano Sonata No.4 in E flat major, Op.7 : I. Allegro molto e con brio
9. Piano Sonata No.4 in E flat major, Op.7 : II. Largo, con gran espressione
10. Piano Sonata No.4 in E flat major, Op.7 : III. Allegro
11. Piano Sonata No.4 in E flat major, Op.7 : IV. Rondo. Poco allegretto e grazioso
Disc. 2
1. Piano Sonata No.11 in B flat major, Op.22 : I. Allegro con brio
2. Piano Sonata No.11 in B flat major, Op.22 : II. Adagio con molto espressione
3. Piano Sonata No.11 in B flat major, Op.22 : III. Menuetto
4. Piano Sonata No.11 in B flat major, Op.22 : IV. Rondo. Allegretto
5. Piano Sonata No.13 in E flat major, Op.27/1 : I. Adante – Allegro – Tempo I –
6. Piano Sonata No.13 in E flat major, Op.27/1 : II. Allegro molto e vivace –
7. Piano Sonata No.13 in E flat major, Op.27/1 : III. Adagio con espressione –
8. Piano Sonata No.13 in E flat major, Op.27/1 : IV. Allegro vivace – Tempo I (Adagio con pressione) – Presto
9. Piano Sonata No.12 in A Flat major, Op.26 : I. Andante con variazioni
10. Piano Sonata No.12 in A Flat major, Op.26 : II. Scherzo & Trio. Allegro molto
11. Piano Sonata No.12 in A Flat major, Op.26 : III. Marcia funebre. Sulla morte d’un eroe
12. Piano Sonata No.12 in A Flat major, Op.26 : IV. Allegro
13. Piano Sonata No.5 in C minor, Op.10/1 : I. Allegro molto e con brio
14. Piano Sonata No.5 in C minor, Op.10/1 : II. Adagio molto
15. Piano Sonata No.5 in C minor, Op.10/1 : III. Finale. Prestissimo
혁명의 시작

자기 운명을 인식하고 세상에 나온 작곡가가 있다면 그는 바로 베토벤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그가 언제 정확히 인지했는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의 것으로는 최초로 출판된 소나타들인 작품번호 2에 속한 3부작이 세상에 나온 1795년까지는 분명히 그러했다고 여겨진다. 규모와 대담성 양면에서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가장 위대한 소나타들을 오히려 작은 존재로 보이게 만드는, 힘이 넘치는 4악장 구성의, 피아노를 위한 이 교향곡들은 지금까지 쓰여진 그 어떤 소나타 작품들 보다 위대한 연작 소나타의 단단한 토대가 되어 주었다. 이어지는 29개의 작품과 함께 이들 세 개의 소나타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한스 폰 뷜로우가 이름 붙인 “음악의 신약성서”(“구약성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 속한 48개의 전주곡과 푸가)를 구성한다. 소나타 C장조 작품번호 2의 3번이 지닌 연주상의 난점과 강렬한 선명도는 이 작품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품이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쓰여졌음은 자명한 일이며, 1악장에 포함된 카덴짜는 협주곡 양식에서 매우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이 기법과의 유사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다음 소나타는 한 해 뒤인 1796년에 등장하며 이미 세 개의 전작에서 드러난 바 있는 베토벤 소나타의 전반적 특질인, 그 어떤 곡도 서로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한다. 대단히 명백하지만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방법으로 각자는 나름의 세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규범을 체계화한다. 32개 소나타 중 가장 규모가 큰 소나타 E플랫 장조 Op.7은 4반세기 뒤에 씌어진 장대한 서사시, “함머클라비어” Op.106의 도래를 예고한다. 장대한 이 소나타의 느린 악장은 그때까지 독주 피아노 음악에서는 전무했던 역동적 힘과 숭고한 심원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작곡가의 나이가 겨우 26살이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전하는 통렬함, 나아가 그 깊은 비애감을 오히려 크게 할 뿐이다.


불길하게 으르렁대는 셋잇단음표와 갑작스런 음조가 등장하는 3악장 내의 단조부는 이 작품인 지닌 극히 비범한 모습의 다른 한 예이다. 여기서 베토벤은 우리를 새로운 감정의 세계, 나아가 새로운 음향의 세계로 인도한다. 음향 자체가 음악 아니냐고 반문할 이도 있겠지만 빈틈없는 화음의 이 부분을 그냥 연주한다면 그 소리는 무기력하게 울리고 말 것이다. 베토벤이 개발한 피아노 연주 기법을 종종 좋은 의미에서 “오케스트라적”이라고도 하는데 댐퍼 페달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이제는 피아노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어떤 오케스트라도 재현할 수 없을 정도의 음장감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의 공로라 하겠다.


이 즈음에 피아노 음악에 대한 베토벤의 창작력은 봇물이 터진 듯 하다. 작품번호 7의 소나타에 바로 뒤이어 또 하나의 삼부작인 작품번호 10의 소나타(물론 작품번호 2의 삼부작과는 크게 구별되는)들이 탄생한다. 작품번호 10의 1번은 감동적이고 비극적인 곡에 전통적으로 채용되던 C단조로 씌어졌으나 이 조성으로 그가 다듬어 낸 것은 당시로서는 빛을 잃어가고 있던 질풍노도 시대의 습관적 포효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비웃고 있는 듯한 모습(후대의 사람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푸른 다뉴브”왈츠 도입 악장과 이 곡이 닮았다고들 얘기하는 걸 그가 어떻게 여길지 꽤나 궁금하다. 그로서야 알 턱이 없었겠지만)의 진정한 희극이었다. 농도 짙은 피날레에 그로선 아주 드문 일인 ‘프레스티시모’ 빠르기를 지정한 것 또한 이 작품의 풍자극적인 요소를 반증한다.


작품번호 13의 소위 “비창”(특이하게도 베토벤 스스로가 이 표제를 달았다) 소나타는 비교적 간결한 내용과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그 당시(1799년)까지로는 베토벤의 가장 혁명적인 소나타였다. 이 곡은 빈의 보다 보수적인 피아노 교수들을 크게 자극하였고 이들은 학생들 앞에서 이 곡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또 격렬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이 곡을 건반을 위해 쓰여진 작품 중 단연 최고로 극적이면서 감동적인 곡으로 여겼다. 하이든 교향곡처럼 천천히, 하지만 대단히 긴장된 도입부로 시작되는(부분 또는 전체가 연주자의 선택에 따라 악장 후반에 재현된다) 이 곡의 그 구조나, 강렬한 비극성과 애절한 갈망의 농도 짙은 결합이나, 변함 없이 지속되는 진지한 감정의 흐름 같은 것은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두드러지게 인상적이며 눈물겹고 극도로 격정적이며 마음을 뒤흔드는 서정성의 흐름 – 이 소나타에 밝은 순간이라곤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이전의 그 어떤 소나타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주먹을 흔들며 운명에 맞서는 5번 교향곡의 영웅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전지전능한 신과 씨름을 벌이는 말 그대로의 “에로이카”를 만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이 곡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비창”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그 엄청난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이 곡은 고요하던 18세기 궁정사회에 일대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우뚝 서게 되었다.
B플랫 장조의 소나타, Op.22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없는 작품이다. 베토벤의 나이 29세인 1800년에 쓰여진 이 곡은 18세기 소나타의 형식적 우아함에 대한 흥겨운 고별의 모습이다. 그는 “비창” 소나타의 독창성과 대담함에 경계를 마지 않던 사람들에게 조롱을 날리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원칙만 따지는 공론가들에게는 그들처럼 허세 섞인 비아냥으로 대처하는 까닭에 일반 감상자들은 소외되는 느낌을 받기 쉽다. 곡이 지닌 모든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이른바 ‘내부관계자’들의 소나타로 남게 되었다.


다음 두 개의 작품은 1801년에 작곡되었고 각각은 그 나름의 방법으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내었다. 이때로부터 계속하여 베토벤은 의식적으로 그의 운명을 완성해 나간다. 소급해 보자면, 이전의 소나타들은 위대한 준비과정으로 여겨질 정도다.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여러 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이 소나타 즉, 작품번호 26의 이른바 “장송 행진곡”과 그 이후의 작품으로 이 세계는 영원히 변화된 것이다. 피아노 소나타 역사상 단 하나의 선례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의 A장조, K331처럼 이 작품은 일반적 소나타 형식이 아닌 온후하지만 점진적으로 강렬해지는 일단의 변주곡(바로 그와 같은 장치로 신격의 경지에 다다르는 베토벤 최후의 두 소나타를 예고한다)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보통은 3악장에 배치될 법한(교향곡의 전범을 따르자면) 화염으로 듯 이글거리는 스케르초가 따라 나온 다음 작은 북의 연타와 조총 소리를 표제적으로 재현하며 마감되는 지극한 완성도의 장송 행진곡이 뒤따른다. 서정성과 광포함이 교차하는 피날레는 스스로를 희박한 공기 속에 던져 스러지듯 마감하는데 그 성격으로 보자면 오히려 연습곡에 가깝다. 당시까지의 그 어떤 위대한 소나타도 이토록 파격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다.


작품번호 27의 두 소나타 또한 새롭기로는 오히려 전작을 능가한다. 또 하나의 파격은 베토벤이 직접 적어 넣은 ‘소나타 콰지 우나 판타지아’, 즉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표현에 암시되어 있다. 첫 번째 곡의 4개 악장(하나도 소나타 형식으로 쓰이지 않은)은 주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악장 사이를 쉬지 않고 이어 연주하는 그 때까지 전혀 없던 방식으로 연주하게 되어있다. 나아가 이 곡은 문헌으로만 접했던 전설, 악보에 쓰인 음악과 무대 아래 청중을 즉각적으로 또 자유자재로, 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을 강한 힘으로 조종했다던 저 유명한 베토벤의 즉흥연주능력을 보다 실제적으로 느끼게 한다.

제러미 시프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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