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펜 슐라이어마허의 피아노가 독일 현대음악의 중요한 이름 한스 아이슬러(1898~1962)를 현재로 소환한다. 간명한 선율과 복잡한 구조가 공존하는 피아노 소나타 2번은 12음 기법과 고전적 소나타 형식의 대담한 병치를 보여주며, 아이슬러의 치밀한 구성력을 증명한다. 당시 유행하던 폭스트롯에 대한 풍자적 오마주 ‘Shimmy’, 두 개의 성부만으로 진부한 틀을 해체한 ‘감상적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한 작은 음악’, 성악가 모르데카이 바우만과 미군 순회 때 연주한 곡으로 유머와 조롱이 뒤섞인 ‘Cowboy Bauman Fell Off the Crazy Horse’ 등이 담겼다. 아이슬러가 남긴 음악적 실험, 유머, 이념의 층위를 정교하게 되살려내는 슐라이어마허의 해석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적인 통찰을 담고 있으며, 아이슬러라는 이름을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