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대장의 귀한, 첫 번째 이야기
2008-08-02
- 어느 무더운 여름, 그가 돌아왔다.
‘중복’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할 것 없을 것 같던 2008년 7월 29일은 ‘그’로 인해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4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솔로 앨범에 수록될 선행 싱글이 공개된 오늘,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음반 매장에는 그의 CD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으며,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도 난리가 났다.
굳건한 팬들의 힘 또한 여전하다. 막연한 ‘호기심’ 이상의 ‘기대’ 또한 감추지 않고 있다. 도전을 즐길 줄 아는 천재, 재능 이상의 센스를 갖춘, 대단한 뮤지션이란 ‘호칭’ 보다는 하나의 문화라는 ‘현상’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이름 서.태.지. 그가 돌아왔다.
- 계속된 변화와 도전, 솔로 시절의 서태지
은퇴를 번복하고 컴백했던 당시의 서태지에 대한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별반 관심을 갖지 않던 기성세대들의 호기심마저 자극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컴백은 조심스럽다 못해 폐쇄적이기까지 했다.
솔로 1집은 어둠에 묻힌 진주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어느 매체를 통해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곡들의 제목도 Take 시리즈로 일관하여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미지는 추상적이었고 여러 추측이 난무했던 첫 솔로 앨범은 극히 개인적이고 대중적이지 못했다. 그는 첫 솔로 앨범을 통해 해외에서조차 인기가 시들해진 Alternative Rock을 대거 수용하였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은, 거의 유일하게 과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던 경쾌한 느낌의 ‘Take 5’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자 첫 앨범에 대한 우선적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 ‘안 들린다’ 와 같이 냉소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인내심을 가졌고, 점차 익숙해졌다. 이런 느낌에 익숙했던 Rock 팬들은 진보된 사운드와 끈끈한 선율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주로 ‘Take 5’에 지지를 보냈던 팬들은 다른 Take에도 관심을 보이며 익숙해지고 변화에 적응하였다. ‘서태지’ 이기에 가능한 성공이 이어졌고, 온전한 컴백을 위한 좋은 전초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솔로 2집은 Hard Core를 표방했다. ‘울트라맨이야’ 라는 타이틀곡과 함께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공개했고 공연도 펼쳤다. 팬들의 반응? 물론 뜨거웠다. 폭발적인 음반 판매량도 여전했고, 대규모 공연 티켓도 순식간에 매진시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의 창조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으며,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룹 콘(Korn)과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를 연상케 했던 사운드는, Rock Mania들에겐 너무 익숙한 사운드였다. 두 번째 앨범은 찬반양론이 거셌고, 인디 밴드들은 서태지를 미워했다. 그러나 공연장에 운집한 팬들의 반응은, 어느 Rock 공연 부럽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Feel The Soul’, ‘울트라맨이야’와 같은 대중적 센스를 곁들인 곡이 인기를 부추겼고, 어두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ㄱ나니’와 같은 곡도 공존했다. 매우 거칠게 폭발하는 인터넷 전쟁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하는 ‘오렌지’는 탁월한 그루브와 묵직한 사운드를 과시한 매력적인 곡이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많은 인기를 모은 ‘너에게’를 Rock 버전으로 익살스럽게 편곡한 것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서 라이브 앨범과 스페셜 앨범을 출시한다. 이제 그의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다. 솔로 활동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코드는 바로 Rock이라는 사실이...
솔로 3집이 공개될 당시, 음반시장의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서태지의 새 앨범 때문에 몇 년 만에 레코드 가게를 갔다는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는 감성코어란 수식어를 붙였다. 거친 성향이 짙던 지난 앨범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감성과 생기를 더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그의 솔로 앨범 중 가장 유연하게 팬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어두웠던 첫 번째 솔로 앨범이 밝게 리모델링 되었다는 느낌도 들었던 앨범은 뚜렷한 선율과 유쾌한 질주감을 선보였다. 단순한 코드와 뚜렷한 멜로디로 대중을 끌어안는 Heffy End, 여운이 남는 Victim, 빠른 템포와 친근한 멜로디,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Live Wire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로보트는 제법 멋을 부렸고, 화사한 발라드 10월 4일이 팬들의 마음을 녹였다. 돌아보면 두렵지 않던 적은 없었다고 회상하는 그가, 두려움을 걷고 과거와 다른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많은 화제가 되었다. 비록 앨범 판매량은 예전만 못했지만,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 최고임을 직감하게 하는, 심상치 않은 1st Single Moai
음악을 듣기도 전에 이처럼 두근거렸던 느낌, 실로 오랜만이다. 서태지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이제 겨우 첫 싱글을 공개했을 뿐인데,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Moai’ 싱글은 세 개의 신곡과 하나의 리믹스 곡을 담고 있다. 어떤 곡이던 타이틀로 결정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순도가 높다. 내 개인적으로 솔로 시절의 서태지 음악 중 가장 신선하게 어필하고, 유쾌하게 청각을 자극한다. 물론 이것은 CD를 20번 가량 Play시키며 가진 ‘오늘의 느낌’ 이기에 변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6시간을 Play 시킨 지금까지의 느낌은 ‘매우 좋다.’
물이 흐르고 쪼개진 비트가 반복되면서 대망의 ‘Moai’가 열린다. 리듬에 더 중점을 두고 일렉트로닉과 손을 맞잡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화사하며,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선율의 유쾌한 조화가 반가움을 더한다. ‘Human Dream’의 인트로는 Game Music을 연상케 하는, 동화 같은 출발을 보인다. 오히려 ‘Moai’ 보다 더 쉽게 기억되는 후렴구를 갖춘, 꿈결 속에 넘실거리는 듯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T’ikT’ak’은 앞선 곡들에 비해 조금은 격렬한 느낌이 있다. 서태지 식 Hybrid 뮤직이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정규 앨범의 성향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곡으로, 이 노래를 선정하고 싶다.
아직 그의 컴백에 대한 총평을 하기엔 이르다. 이제 겨우 첫 싱글이 공개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싱글 공개 후 앨범 발매는 국내에서는 보편적인 과정이 아니다. 남다른 과정의 선택은, 음악 속에 묻어나는 자신감과 직결된다. 그렇다.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음악.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최고임을 직감하게 하는 이 느낌이, 부디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여전히 서태지의 음악이 좋고, 서태지의 감각이 좋으며, 서태지의 센스가 좋다.
written by 윤태호 (styx02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