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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
90년대의 시대역행, 그러나 수작.... 그래서 더 아쉬운2005-11-17
대중음악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90년대의 흐름을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Modern Rock'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이 Modern Rock의 열풍은 하드코어, 스카, 힙합, 펑크, 테크노 등 여러 장르들을 그 범주에 집어넣으며 실로 유래가 없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한 바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장르들이 꼭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하나로 묶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유행에 가까우며, 장르 지상주의를 탈피해서 보다 폭넓은 음악을 수용하겠다는 진보적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런데 90년대 Modern Rock이 유행하기 이전의 전형적인 80년대 메틀 풍의 음악을 느닷없이 들고 나온 뮤지션이 있었다.
임재범은 80년대 시나위를 시작으로 외인부대, 아시아나 등의 밴드를 거치면서 국내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은 뮤지션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발표한 두 장의 솔로앨범에서는 임재범의 록커로서의 역량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와 음색이 비슷한 Michael bolton이나 Sting 같은 외국 뮤지션의 이미지를 모방함으로써 상업적으로는 비교적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이 부족한 앨범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98년에 발표한 3집인 이 앨범은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이렇다 할 트랙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곡이 영어가사로 되어있다. 게다가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아트워크는 아예 기획 자체부터 상업성에 대한 논란을 날려버렸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첫 번째 곡 '고해'는 최대한 거칠고 단조로운 분위기를 낸 슬로우 록으로 임재범의 목소리가 가지는 위력 때문인지 "신에게 사랑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듯이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그밖에 파워풀한 보컬과 박진감 있는 연주가 국내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인 'Exodus'는 80년대 헤비메틀/하드록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웅장한 스케일의 'War & Order', 건조한 보컬이 돋보이는 'Adam' 등 앨범 전반에서 임재범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가창력을 선보인다.
게다가 절제하지 않고 폭발하는 연주는 그의 강렬한 보컬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영어가사는 곡의 분위기를 더 암울하게 만들려는 의도인 듯 싶다.
밴드가 아닌 세션을 기용했음에도 한치의 빈틈도 없이 몰아치는 연주, 국내의 통속적인 작업환경으로서는 완벽하게 마무리된 믹싱과 엔지니어링까지... 한 마디로 임재범이 들려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나름대로의 실험을 단행한 수작이다.
물론 해석도 어려운 영어가사는 여전히 걸리고, 대중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앨범은 너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낼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앨범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들었나'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기말에 돌아온 록커가 만들어낸 세 번째 앨범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임재범은 특유의 방랑과 복귀를 반복하고 있고, 뮤지션 본인의 의지와는 별로 상관없는 짜집기 베스트 앨범 사이에 묻힌 이 작품은 저주받은 수작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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