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rium 1st Album [Delusion]
When Reality Cracks,
Whispers Through The Pain.
Come Closer, And Burn With Us.
마음에 불을 지피리라는, 망상에서 믿음으로
밴드 Delrium(이하 '델리움')이 첫 정규앨범을 내놓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무명 밴드가 겪는 공통의 설움과 시련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도 나름의 성취와 진전을 이루며 새로운 곡과 밴드의 취향을 쌓아 왔다. [Delusion]은 그렇게 성장하고 축적한 음악을 비로소 자신들의 서사로서 펼쳐낸 음반이다. 열심히 달려와 비로소 출발선 앞에 선 지금의 델리움을 이루는 여러 얼굴과 제목이 뜻하는 '망상' 속 다양한 장면을 묶는 하나의 세계를 소개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지나간 일을 있었던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개입하면서 어떤 장면은 선명해지고, 어떤 기억은 부풀거나 뒤틀린다. [Delusion]은 인간이 지닌 기억의 불완전함에서 출발한다. 기억과 감각은 흐려지고, 감정은 현실의 프레임을 벗어나 다른 크기와 형상으로 번지는 시간. 이 음반 속 망상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달콤한 공상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흔들린 자아 안에서 제멋대로 증폭되는 상태에 가깝다.
어두운 화성과 호쾌하게 전진하는 멜로디, 극적인 변주와 구성에서 파워 메탈과 1990년대 팝 메탈의 향수가 묻어난다. 합창 코러스를 덧대기도 한 부분적인 심포닉 편곡으로 세계의 규모를 키우고, 펜타토닉 계열의 애상적인 선율과 록 발라드의 서정으로 우리 주변의 멜로딕 록이 오래 다뤄온 감정선과 맞닿는다. 무대에서는 비주얼 케이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감성도 드러낸다. 낮은 튜닝의 묵직한 기타와 6현 베이스, 날카로운 리프와 화려한 블래스트비트, 한 곡 안에서 클린 보컬과 메탈코어의 스크리밍 및 어택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큰 고저와 역동으로, 델리움만의 취향의 집합을 강렬하게 발산한다. 유럽 메탈의 비장한 고양감과 한국과 일본 록의 애상적인 선율이 교차하고, 오래된 멜로딕 메탈의 감수성과 현재의 헤비니스가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이는 한때의 메탈 유행을 재현하는 복고와 거리가 있다. 곡 전체를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작법까지 드넓은 록의 유산에서 길어 올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가사와 선율이 이야기와 감정을 밀어붙이고, 화성과 변주, 전환으로 긴장과 해소의 간극을 조율하며, 정교하게 맞물리는 합주가 물리적인 힘과 압력을 더한다. 다재다능한 보컬의 존재는 입체적이고 화려한 낙차를 만들고, 질주하는 기타 솔로가 끓어오른 감정을 절정으로 몰아간다.
음악의 서사는 [Delusion]의 가사가 그리는 감정과 맞물린다. 후회는 실제보다 크게 번지고, 분노는 군중을 향하며, 죄책감은 추락과 심판의 장면으로 변한다. 상실은 안개와 눈보라, 꽃잎과 잔향으로 모습을 바꾸고, 흔들리는 자아는 자신과 분리된 또 하나의 존재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델리움의 가사는 감정의 원인과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 그 감정이 만든 풍경과 장면을 감각으로 펼친다. 사실 그대로의 기억은 감정을 통과하며 크기와 모습이 달라지고, 그렇게 뒤틀린 감각이 곧 이 음반의 망상(Delusion)을 이룬다. 음악은 그 장면들에 현실보다 거대한 스펙터클과 박력을 부여한다.
그 안에서 유독 오래 남는 이미지는 불이다. 희미한 불꽃과 빨간 불꽃, 검게 타버린 성냥과 잿빛 세상, 연기와 잔열이 음반 곳곳을 지난다. 타오르는 힘과 자신을 소진시키는 열, 모든 것을 태운 뒤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 불이라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 겹쳐진다. 숨 역시 비슷하다. 막히고 얼어붙고 목 끝까지 차오르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불과 숨은 살아 있다는 증거와 살아 있기 때문에 겪는 고통을 동시에 품고 있다. [Delusion]의 인물들이 헤매는 곳도 그 두 감각 사이에 있다.
그래서 이 음반의 어둠에는 이상할 만큼 움직임이 많다. 길을 잃고 기억을 놓치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자꾸 앞으로 움직이는 몸이 보인다.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하는 순간은 드물고 낙관적인 결론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미 망가진 몸을 한 번 더 움직여보려는 의지는 남는다. "이런 나라도 시도해 볼 수는 있잖아"라는 한마디가 그 태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델리움의 지난 시간이 한 음반에 담기는 방식에는 정규 데뷔작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의 층이 있다. 모든 것이 희미하고 불투명하기만 했던 초기에 만들어져 무대에서 오래 다듬어온 곡과 먼저 세상에 선보인 곡, 이후 다시 성장하고 스스로를 깎아가며 더해진 음악이 같은 자리에서 서로의 맥락이 된다. 각기 다르게 태어난 곡들과 이 자리에 합류한 멤버들이 완전히 같은 문법을 따르거나 미래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공통의 세계가 비로소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밴드의 출발은 이 모든 이야기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각주를 덧붙인다. 어느 날 펍에서 우연히 발견한 'Delirium'이라는 단어에서 밴드의 이름이 유래했고, 뒤늦게 그것이 '섬망'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이들은 밴드가 노래해온 상실과 방황의 정서와 묘한 접점을 발견했고, 가운데 'I'(나)를 빼 Delrium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이름에 담긴 '나를 잃어버리는 감각'은 첫 정규 [Delusion]에서 기억과 감정, 자아가 흔들리고 뒤틀리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이름에서 지워진 '나'는 기억을 잃고 자신을 낯설어 하며, 불과 숨 사이를 헤매는 음반 속 여러 화자로 모습을 바꾼다. 어쩌면 [Delusion]이 탄생하게 된 힘도, 시대가 달라져도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고양감 있는 선율이 누군가의 마음에 여전히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Credit]
Produced By Delrium Vocal Silva Guitar C H ! K A Bass & Unclean Vocal S.J_Hann Drums H00N Mixing & Mastering Engineer 이주희 Recording Studio & Recording Engineer Garlicton Studio & 이주희 Lofamel Studio & 조훈
Noband Studio & 박상규 Delrium Studio & Delrium Cover Design By 푸른별 Album Design By C H ! K A, S.J_Hann Photography By Su-Na Kim Mv Director Yoelog, S.J_Hann, C H ! K A Official Site Delrium.Com
[Song Credit]
01 Danse Macabre
Composed By S.J_Hann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02 Amnesia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3 Breath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C H ! K A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4 Spark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C H ! K A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5 Afterburn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C H ! K A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6 연무잔향(煙霧殘響)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7 Scapegoat
Composed By S.J_Hann, C H ! K A
Lyrics By S.J_Hann, C H ! K A, Silva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8 Lucifer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C H ! K A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
09 낙화
Composed By S.J_Hann
Lyrics By S.J_Hann
Arranged By S.J_Hann, C H ! K A, H00N, Silva